99. 해인총림 방장취임
1967년 자운 스님의 초청으로 해인사 백련암에 자리잡은 성철 스님은 그해 여름 해인사가 총림(叢林) 이 되면서 방장(方丈) 에 취임하게 된다.
물론 자운 스님이 "해인사의 법통을 위해" 성철 스님을 모셔오면서부터 예정됐던 일이지만, 통합종단 조계종 최초의 祺껐?방장이란 예사롭지 않은 위상이었다.
'총림'이란 원래 '선승(禪僧) 들이 모여 수행하는 곳'이란 뜻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종합도량으로 갖춰야할 세가지 기관을 거느린 대찰(大刹) 을 말한다. 세가지란 곧 참선하는 선방, 교리를 배우는 강원,그리고 계율을 가르치는 율원. 그리고 그 총림의 최고 지도자가 방장이다.
해인사가 최초의 총림인 '해인총림'이 된 것은 67년 7월 25일 해인사에서 열린 임시중앙종회에서 총림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종회는 이어 성철 스님을 방장으로 추대하는 결의까지 마쳤다.
당시 성철 스님은 백련암에서 하안거(夏安居.여름철 외부출입을 않고 수행에 전념하는 것) 중이었다. 성철 스님이 해인사 큰절로 내려온 것은 안거가 끝난 다음날이었다.
"앞으로 불사 잘하라는 '보국대'로 징발당했다."
성철 스님의 첫 마디는 '징발'이었다. '보국대'란 일제시대 전쟁에 강제로 동원된 노동자들을 일컫는 말. 다시말해 원치않은 일인데 할 수 없이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당시 성철 스님의 생각은 방장으로 나서 제대로 된 수행처를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총림 운영의 기본 방침은 계(戒) .정(定) .혜(慧) 의 삼학(三學) 을 바탕으로 엄격한 계율과 일관된 이론,그리고 철저한 참선정진으로 견성성불(見性成佛) 을 목표로 하는 것입니다."
성철 스님은 그런 생각에서 수행환경부터 정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관람객들이 큰절 대웅전까지 밀려드는 상황에서 제대로 수행을 못한다는 판단이다. 장기적으로 해인사 경내로 관광객이 들어오는 것을 통제하고, 법당인 대적광전을 선방으로 고쳐 사용할 생각을 했다고 한다.
가장 큰 중심건물인 법당을 선방으로 사용하려 했다는 것은 다시말해 세가지 기관중 선원(禪院) 을 가장 강조한다는 취지다. 교리나 계율보다 참선이 기본이라는 선승(禪僧) 다운 판단이다.
이와 관련, 오래 전부터 해인사에 전해내려오는 풍수 얘기가 있다.
풍수지리 차원에서 보면 가야산 주봉이 큰절에서 보이지 않고, 또 가야산 주맥이 큰절에 떨어지지 않고 개울 건너로 흘러버렸기 때문에 항상 주인이 객(客) 에게 밀리고 사는 것이 해인사의 운명이다. 그래서 일주문 앞쪽 옆에 영지(影池.연못) 를 파 가야산 주봉이 그 못에 비치게 하여 객의 기상을 조금이나마 꺾고자 했다는 이야기다.
이런 전설같은 얘기가 성철 스님에 의해 현실화됐다.
해인총림 방장 자리에 오른 성철 스님이 선방에서 참선수행하는 수좌(首座.선승) 들을 워낙 존중해주는 바람에 주지 스님 등 절살림을 꾸려가는 주인들이 전혀 기를 펴지 못하고 살았다.
어떤 수도승이든 일단 해인사 선방에 들어오면 모두 주인노릇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성철 스님의 후원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방장인 성철 스님은 선방 수좌들과 주지 스님간에 의견이 안맞으면 일단 선방 스님들을 지지하곤 했다.
성철 스님은 대신 선방 수좌들에겐 엄격한 수행을 요구했다. 성철 스님은 매년 두번, 하안거와 동안거 중에는 꼭 일주일씩 용맹정진(눕지 않고 잠자지 않고 참선수행 하는 일) 을 하게 했다.
처음에는 죽을 병이 든 스님만 아니면 누구도 빠짐없이 용맹정진에 참여하게 하고 탈락하면 걸망을 싸 쫓아버렸다. 그러니 용맹정진 기간이 되면 산중의 분위기가 냉랭하고 스님들의 신경이 날카로와져 살벌했다.
선승이라면 예외가 없었다. 해인사 큰절에 있는 선방에서 수행하는 스님들만 아니라 여러 부속암자 스님들에게도 용맹정진을 하라고 지시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예외가 많아졌지만 안거중 일주일간의 용맹정진은 지금도 해인사의 자랑이자 전통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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