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산 물은 물

109. 선인선과 악인악과

쪽빛마루 2010. 1. 29. 14:48

109. 선인선과 · 악인악과



성철 스님이 불공(佛供) , 즉 남을 위한 봉사를 강조한 것은 대승불교의 가르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성철 스님은 대승불교를 이렇게 설명했다.

"불교에서 소승(小乘) 불교란 자기만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대승(大乘) 은 남을 위해 사는 것입니다. 불교의 근본은 대승이지 소승이 아닙니다."

한국불교가 대승불교인데도 '남을 위한' 가르침을 실천하지 못한다는 꾸짖음이다. 성철 스님이 특히 '남을 위해 해야한다'고 강조한 것이 기도다. 그 중에서도 새벽마다 하는 백팔배(百八拜) 를 역설했다.

"절은 남을 위해 해야하고, 생각이 더 깊은 사람이라면 남을 위해 아침마다 기도해야 됩니다. 백팔배 절을 하라는 것입니다. 나를 찾아오는 신도들에게는 꼭 새벽에 백팔배를 하라고 시킵니다. 나도 새벽마다 백팔배를 합니다."

성철 스님이 이렇게 주장하면 항상 받는 질문이 있다. 성철 스님은 설법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물어온 의문에 스스로 답했다.

"이런 얘길 하면 사람들은 '스님도 참 답답하시네. 내가 배가 고픈데 자꾸 남의 입에만 밥 떠 넣으라니 나는 굶으라는 말인가요'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나는 인과법칙을 말합니다. 인과법칙은 불교뿐 아니라 우주의 근본원리입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듯이 선인선과(善因善果.착한 일을 하면 좋은 보상을 받는다) , 악인악과(惡因惡果.나쁜 일을 하면 나쁜 결과를 얻는다) 입니다.

남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결국 나를 위한 기도가 되며, 남을 해치면 결국 나를 해치는 일인 것입니다. 그래서 남을 도우면 아무리 안받으려 해도 또다시 좋은 일이 내게로 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배고파 굶어죽을까 걱정하지 말고 부처님 말씀과 같이 불공을 잘하도록 애써야 할 것입니다."

성철 스님이 이 대목에서 자주 드는 비유가 있다. 불공할 줄 모르고 죄를 많이 지어서 지옥에 떨어진 사람 얘기다.

지옥문 앞에 서서 보니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 모습이 하도 가슴 아파 잠시 자신도 모르게 착한 생각을 했다.'저렇게 고통스러워하는 많은 사람을 잠깐 동안이라도 쉴 수 있게 내가 모든 고통을 대신할 수 없을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지옥이 없어져 버렸다. 그는 천상에 와 있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만드는 것일뿐이란 얘기다. 착한 생각을 하면 자기부터 먼저 천상에 가게 된다는 가르침이다.

그래서 성철 스님은 '부처님 말씀에 따르는 불공'을 강조했고, 절을 할 때마다 '일체 중생이 다 행복하게 해주십시오'라고 세번 마음속으로 반복하라고 가르쳤다. 성철 스님의 법문은 다시 도적론으로 끝난다.

"일체 중생을 위해 절하고 기도하고, 또 일체 중생을 위해 사는 사람이 되어야만 부처님을 팔아서 사는 '도적놈'속에 안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러니 서로서로 힘써 불공을 잘해서 도적놈 속에 안 들도록 노력합시다."

성철 스님이 이렇게 강하게 원칙적인 입장을 강조하고, 또 그렇지 못한 불교계 현실을 그만큼 강하게 비판하다보니 종정취임 직후 다른 스님들의 반감이 쉽게 누그러지지 않았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고,또 성철 스님이 종정으로서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 불교계의 중심으로 자리잡아가자 조금씩 반감도 수그러져 갔다. 그런 반감이 호평으로 전환된 가장 큰 계기는 성철 스님의 열반과 다비식이었다.

원칙을 강조하고, 또 그대로 살다간 성철 스님이 열반하자 수만의 인파가 해인사로 몰려들고, 전국의 주요언론이 상주하면서 상황을 중계했다.

그러자 스님들 사이에서 "돌아가신 종정스님이 30년간 포교할 일을 한꺼번에 대신하고 간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스님의 열반을 둘러싼 국민적 관심이 한국불교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의미일 것이다.

종정 취임 직후 성철 스님의 법문을 둘러싸고 원망의 마음을 감추지 않던 스님들도 "종정 처음 취임해 스님들을 그렇게 욕할 때는 정말 미웠었는데, 이렇게 큰 족적을 남기고 가시니 그때의 허물은 온데간데 없습니다"며 나를 위로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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