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자유

51. 제 5편 영원한 자유인. 1. 선로스님

쪽빛마루 2011. 1. 30. 11:21

제 5편 영원한 자유인

 

1. 선로스님

송나라 때, 시인이며 대문장가로 이름을 날린 곽공보라는 사람이 있었읍니다.
그는 역사적으로도 유명한 인물입니다.
이 사람이 잉태할 때 그의 어머니가 이태백의 꿈을 꾸었다고 해서
세상 사람들이 모두 그를 이태백의 후신이라고 했는데, 뛰어난 천재였다고 합니다.

곽공보의 불교스승은 귀종 선 선사인데 임제종의 스님이었읍니다.
어느 날 귀종 선 선사가 곽공보에게 편지를 보내기를,
앞으로 6년 동안 곽공보의 집에 와서 지냈으면 한다는 것이었읍니다.
곽공보는 스님께서 연세가 많긴 하지만
어째서 자기의 집에서 6년을 지내려 하시는지 알 수 없어
이상하게 생각하였읍니다.

그날 밤이었읍니다.
안방에서 잠을 자다가, 문득 부인이 큰 소리로
"아이쿠, 여기는 스님께서 들어오실 곳이 아닙니다"
하고 소리치는 바람에 깨어났읍니다.

부인이 꿈에 큰스님께서 자기들이 자고 있는 방에 들어왔다고 하는 말을 듣고
곽공보는 낮에 온 편지 생각이 나서
불을 켜고 부인에게 그 편지를 보여 주었읍니다.

이튼 날 새벽, 사람을 절에 보내 알아보니
어젯밤에 스님께서 가만히 앉아 돌아가셨다고 했읍니다.
편지 내용과 꼭 맞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곽공보의 부인이 사내아이를 낳았읍니다.
편지를 보낸 것이나 꿈 등으로 미루어 볼 때
귀종 선사가 곽공보의 집에 온 것이 분명했읍니다.
그래서 이름을 달리 지을 수가 없어,
귀종 선 선사의 '선'자를 따고, 늙을 '노'를 넣어서 '선로'라고 했읍니다.

생후 일년 쯤 되어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누구를 보든 '너'라고 하며 제자 취급을 하였읍니다.

그리고 법문을 하는데 스님의 생전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읍니다.
그러니 아무도 어린애 취급을 할 수가 없어
모두다 큰 스님으로 대접하고 큰절을 올렸읍니다.
아이의 엄마, 아버지도 큰절을 하였읍니다.
이것이 소문이 났읍니다.

당시 임제종의 정맥을 이은 유명한 백운 단 선사가 이 소문을 듣고 찾아왔읍니다.
세살 되는 어린애를 안고 마중을 나갔더니
이 아이가 선사를 보고 "아하, 조카 오네"라고 하는 것이었읍니다.
전생의 항렬로 치면 백운 단 선사가 귀종 선 선사의 조카 상좌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니 "사숙님"하고 어린아이에게 절을 안 할 수 없었읍니다.
백운 단 선사와 같은 큰스님이 넙죽 절을 하였던 것입니다.
백운 단 선사가 "우리가 이별한 지 몇 해나 됐는가?"하고 물으니,
아이는 "4년 되지, 이 집에서 3년이요, 이 집에 오기 1년 전에
백련자에서 서로 만나 이야기 하지 않았던가"
라고 대답하는 것이었읍니다.

이렇듯 조금도 틀림없는 사실을 말하자
백운 선사는 아주 깊은 법담을 걸어 보았읍니다.
법담을 거니 병에 담긴 물이 쏟아지듯 막힘이 없이 척척 받아넘기는데,
생전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읍니다.
그 법담은 장황하여 다 이야기 못하지만
[전등록]같은 불교 선종 역사책에 자세히 나옵니다.
이것이 유명한 귀종 선 선사의 전생담입니다.

그후 6년이 지나자 식구들을 모두 불러 놓고는
"본래 네 집에 6년만 있으려 하였으니 이제 난 간다" 하고는
가만히 앉아 입적했읍니다.
이처럼 자유자재하게 몸을 바꾸는 것을 격생불망(隔生不忘)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전생, 후생으로 생을 바꾸어도
절대로 전생의 일을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