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이란 무엇인가?

[수행이란 무엇인가] 간화선 수행 - 14. 어떤 경지 올 때 속지 말라

쪽빛마루 2014. 3. 2. 17:34

[간화선 수행]

 

14. 어떤 경지 올 때 속지 말라

 

“아무 맛 없는 ‘무쇠로 만든 떡’ 같은 화두”

 

수행 과정에 만나는 신비 경험
집착 버리고 계속 화두 들어야

 

화두를 순일하게 들어나가다 보면

신비한 현상이 전개되기도 한다.

화두 참선뿐만 아니라

다른 수행법에도 수행이 진전되다 보면 그런 경우가 나타난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니고

그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분도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그런 현상을 맛보기도 한다.

 

갑자기 몸이 공중에 붕 뜨는 황홀한 상태도 맞보기도 하고

커다란 불길이 뻗치는 기분도 느끼고

다양한 빛깔 속으로 자신의 녹아드는 느낌도 들어온다.

어떤 경우 황금빛 불보살님이 보이기도 한다.

 

시각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이상하고 신비한 소리가 들리는 경우도 있다.

또는 사람에 따라서 한없이 슬퍼지거나 기뻐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몸이 마구 떨리기도 한다.

 

신비로운 다양한 감각적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마음 깊숙이 잠겨 있던 에너지가

의식의 빈틈이나 열림을 통해 발산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신비한 현상은 수행을 통해

어느 정도 삼매의 상태에 이르렀을 때 전개된다.

그러나 이것은 완전한 삼매의 상태가 아니라,

정신이 고도로 집중된 상태에서

의식의 빈틈이나 열림을 통해 드러나는 현상이다.

그 빈틈으로 마음에 깊숙이 잠재되어 있던 모습들이 보이거나 들리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오묘하다.

특히 무의식속에 잠재되어 있는 마음의 모습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광대무변하다.

 

생각해 보라.

우리 마음은 태고적부터 쌓아온 우주의 모든 것이 들어가 있다.

거기에는 집단적인 것도 있고 개인적인 것도 있다.

불보살님의 모습, 신들의 모습, 괴물, 용의 모습은 물론

과거의 억눌린 감정까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신비한 현상을 만나게 되면,

마음이 그곳으로 가닿게 마련이어서

자꾸 그런 것을 다시 체험해 보려고 기대하며 애쓰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그러한 현상을 목격하고 거기에 속아

수행을 다 해 마친 모양 자만심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신비한 현상에 직면해서

그 경지를 또 한번 체험해 봐야지 하고

의도적으로 노력하다보면

오히려 그 생각에 사로잡혀 수행에 진전을 볼 수 없다.

 

어떤 의도도 없이,

어떤 기대감도 갖지 말고

화두를 지속적으로 들고 나가야 한다.

심지어 깨달음에 대한 기대감도 갖지 말아야 한다.

그러한 깨달음에 대한 기대감이 망상으로 작용하여 수행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화두는 아무런 맛도 없고, 아무런 생각도 닿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아무런 맛도 없는 화두를 들고 있는 한,

그 어떤 신비한 현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화두가 순일하게 지속되어 화두 삼매의 상태에 이르면

정말 아무런 재미도 없는 무덤덤한 경지가 전개될 뿐이다.

그것을 몰자미(沒滋味)라 한다. 아무런 맛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화두를 아무런 맛도 없는 무쇠로 만든 떡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무쇠로 만든 떡을 한 입에 씹어서

두 동강 낼 때 화두가 타파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수행하다가 신비한 현상에 접하면,

그것이 참 환희롭고 황홀한 기쁨이기도 하여

다시 한번 그런 경지를 체험해 보려는 기대감을 갖는다.

잘 들리지 않던 화두가 순일하고 편하게 들리고

거기에다 신비한 현상까지 체험하니 그 아니 설레고 기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런 것에 집착하게 되면 그것이 망상으로 작용할 수 있으니,

그저 화두만 들고 나가야 한다.

신비한 현상이 오더라도 거기에 속거나 마음이 가지 말고

화두를 다시 한번 힘차게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경지까지 가는 것도 쉽지는 않지만,

거기에 머무르면 더 이상 수행의 진전은 없으며

자칫 다른 길로 빠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일이다.

 

조계종 포교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