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산방야화山房夜話

선업을 쌓으면 도(道)를 얻을 수 있읍니까?

쪽빛마루 2014. 11. 30. 17:46

선업을 쌓으면 도(道)를 얻을 수 있읍니까?


 객승이 또 물었다.
 "사람이 매일 수만 가지 착한 일을 계속해서 한다면, 그 결과 도를 깨달을 수 있겠읍니까?"
 나는 말했다.
 "도는 무위(無爲)가 근본이므로, 선.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읍니다. 악을 행하는 것은 미혹과 허망 때문입니다. 성인은 그런 미혹과 허망을 타파하는 도구로써 착한 일을 합니다. 그런 선업(善業)이 두드러지면 미망(迷妄)이 소멸되고, 미망이 소멸되면 악은 자연히 사라집니다. 따라서 모든 악이 사라지고 나면. 모든 선 또한 없어집니다. 옛 사람이 '선.악을 모두 생각지 않으면, 마음의 본체를 자연히 깨달을 수 있으리라'고 한말이 있읍니다. 여기서 마음의 본체란 지극한 도(道)를 말합니다. 만약 악을 버리고 선만 있는 상태에서는 지극한 도(道)를 깨달을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변소의 악취를 없애기 위해 향기로운 냄새를 뿌려둡니다. 그러나 이것은 애초부터 악취도 향기도 없는 것만 못합니다. 변소는 악에 비유된 것이고, 향기는 선에 비유한 것이며, 더러움도 깨끗함도 없는 것은 바로 지극한 도(道)를 비유한 것입니다. 또 사람들은 어두운 지하실을 밝히려고 횃불을 켜지만, 그곳이 원래부터 밝은 방만은 못합니다. 여기서 어두운 방은 악을 비유한 것이고, 횃불은선을, 밝은 방은 지극한도(道)를 비유한 것입니다. 또한 사람들은 엄동설한 추위가싫어 모닥불을 피웁니다. 그러나 이것은 따사로운 방에 있는 것만 못합니다. 여기서 추위는 악을 비유한 것이고, 모닥불은 선을, 따뜻한 방은 지극한 도(道)를 비유한 것입니다.
 그러나 향은 사룰 적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으며, 횃불도 켤 때와 끌 때가 있으며, 모닥불 역시 피울 때가 있고 꺼질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극한 도(道)만은 영원토록 변치 않고, 세월이 홀러가도 항상 그 모습으로 존재합니다. 어찌 지극한 도(道)를 끊겼다간 계속되고, 생겼다간 소멸하며, 있었다 없어지는 것들과 비교하겠옵니까? 그렇다면 도(道)를 깨닫는데에 선(善)을 행하는 것이 과연 어떤 효과가있는지 이제는 알수 있을 것입니다. 이치가 이러한데, 제가어떻게 변론하지 않을 수 있겠읍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