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백가(諸子百家)와 참선은 어떤 관계입니까?
객승이 또 질문하였다.
"공자(孔子).맹자(孟子) 등의 서적은 왕도(王道)를 말하여 인의(仁義) 사상을 주장했읍니다. 또 노자(老子).장자(莊子)의 책에는 횡도(皇道)를 말하여 무위(無爲)사상을 주장했읍니다.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서적은 패도(覇道)를 잡다하게 설명하며 공리(功利)를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부처님 경전에서는 단지 성품자리만을 밝혀 이르기를, '모든 법은 오직 마음에서 빌현된 것이다'고만 하며, 일념 (一念)도 내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읍니다. 이들의 주장은 각각 달라서 서로 공통된 부분이 없는 듯 합니다. 과연 공통되는 부분이 전혀 없읍니까 ?"
나는 말했다.
"공통된 부분이 없다고 한다면 펀협스러운 것이 되고, 있다고 한다면 경솔한 것이 됩니다. 깨닫는 공부는 특정한 부분을 유난히 주장하지 않습니다. 다만 스스로가 깨닫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할 뿐입니다. 깨닫고 나면 서로의 차이가 없어져 3교(三敎)의 성인이 하신 말씀이 서로 동일한 줄 알게 되고, 세간 출세간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수 있습니다. 그러나 깨닫지 못하면 비록 「4고서(四庫書」를 달달외워도, 그것은 다문(多聞)과 아견(我見)일 뿐입니다. 이른바 인도(印度)의 총명외도(聰明外道)가 바로 이 경우입니다. 그러므로 배우는 사람이 확철대오 하려 하지 않고 문자만을 이해하려 한다면, 어리석은 짓이 아니겠습니까?
요즘 총명하지 못한자들은 마음의 망정(妄情)을 죽여 바르게 깨달으려 하지는 않고, 매양 문자와 말만 따지려 합니다. 이렇게 하면 깨달음은 고사하고 알음알이〔識情〕의 사량분별만 늘어나 걸핏하편 성인의 도를 어기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교화의 방편은 쇠퇴하고, 총림은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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