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과 외호중(外護衆)은 어떤 관계가 있읍니까?
객승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불법은 국가로부터 외호(外護)가 있어야만 시행될 수 있다고 하여, 불법을 국왕과 대신에게 부촉했다는 소문이 나돌게 되었읍니다."
나는 이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사(事)의 측면에서 말한다면 그말이 옳을 수도 있겠지만, 이(理)의 측면에서도 그말이 옳은지는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수후(隨侯)라는 사람이 가졌던 구슬(珠)은 아주 존귀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그것을 구하려 했으며, 변화(卞和)라는 사람이 소유했던 구슬〔璧〕은 전혀 티가 없었으므로 사람들이 성곽도 아끼지 않고 그것과 바꾸려고했으니 그럴 법도 합니다. 그러나 가령 그의 옷 속에 구슬이 없고 품 속에 옥이 없다면, 아부하고 굽신거려 그들과 가까이하려 해도 사람들은 멀리할 것입니다. 또 무엇 때문에 수많은 성곽도 가볍게 여기고 그 구슬과 바꾸려 하겠으며, 갖가지 위험을 무릅쓰고 그것을 구하려 하겠습니까? 그러므로 불조(佛祖)께서는 도덕을 수양하느라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몸과 부귀영화를 모두 잊으신 것입니다. 그러한데 무슨외호(外護)를 받으려고 억지로 애를 썼겠읍니까!
자기 자신이 도덕을 함양하지 못했는데도 국왕이나 대신이 정성껏 대접하는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세상의 어리석은 스님들은 자기 자신의 도덕이 어떠한지는 되돌아보지도 않고, 그저 영화와 총애만을 얻으려고 권세있는 집의 문턱을 드나들면서 외호 세력을 찾습니다. 그러다가 그 일이 잘 안되기라도 하면 원망하고 탄식하며 우울하고 성난 얼굴을 하다가 끝내는 재앙과 치욕을 당하고 맙니다. 어찌 도를 수행하는 자가 이럴 수가 있겠읍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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