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의 말을 따라도 되는가?
큰 불무더기에도 들어갔다가 나올 수 있고 칼끝도 오리려 밟을 수 있지만, 이 한소식[一著子]과는 사념(思念)을 내는 순간 벌써 십만 팔천 리 멀어져버린다. 더구나 알음알이를 홀연히 일으키고 사량분별을 가만히 흥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불가사의한 말솜씨를 갖추었다 해도 말은 하면 할수록 더더욱 시끄러울 뿐이다. 이는 생사의 숲에 가시나무를 재배하고 윤회의 바다에 똥물을 뿌리는 것과 다름없다. 본색상사(本色上士=본색종장과 같은 말로써 깨달은 도인을 말함.)라면 어찌 이같이 전도착란하겠는가. 마땅히 알아라. 옛사람은 부득이 하여 털끝만큼이라도 무엇을 들어 일으키면, 반드시 다른 사람은 그것을 민첩하게 끊어버리려 했다. 그러나 이런 인재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더더욱 지리한 언어 · 문자만 짓게 되었다.
이를 어떻게 그만두겠으며 어찌 그만두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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