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임간록林間錄

70. 사실을 정확히 고증함/ 설두 중현(雪竇重顯)스님

쪽빛마루 2015. 1. 3. 11:59

70. 사실을 정확히 고증함/ 설두 중현(雪竇重顯)스님

 

 설두(雪竇)스님은 「조영집(祖英集)」과 「송고백칙(頌古百則)」을 지은 일이 있다.

 첫 편에서 ‘달마스님과 양무제의 뜻이 서로 계합되지 못함[初祖不契梁武]’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온 나라 사람이 쫓아가도 다시 오지 않으리니

천고만고에 속절없이 생각케 하네.

 

國人追不再來  千古萬古空相憶

 

 이 귀절은 양무제와 만나지 못한 것을 거듭 탄식한 말이다. 그런데 이 뜻을 모르는 자가 이 귀절 앞에 다음과 같이 서술하였다.

 “달마스님께서 떠나버리자 금릉 보지(寶誌 : 418~514)스님이 양무제에게 물었다 ‘폐하는 이 사람을 아십니까? 관음보살의 응신(應身)입니다. 부처님의 심법[心印]을 전하러 이 땅에 오셨는데 어찌하여 예우를 하지 않았읍니까?’ 이 말에 양무제가 뒤쫓아 가려 하니, 보지스님이 다시 말하였다. ‘설령 온 나라의 사람이 뒤쫓아 가도 다시 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보지스님은 천감(天鑑) 13년(514)에 죽었고 달마스님은 보통(普通) 원년(520)에야 금릉에 왔다는 사실을 설두스님이 어찌 몰랐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이 서술이 설두스님의 뜻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오늘날의 전사본(傳寫本)에는 합국(闔國 : 온나라)이 개국(蓋國)으로 잘못 쓰여져 있으니, 더욱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또 동산(洞山)스님의 ‘삼 세근(麻三斤)’ 공안에 대하여 송하였다.

 

생각하니 장경스님과 육대부는

통곡을 할지 말아야 할지를 깨달었었네.


堪憶長慶陵大夫  解道合哭不合哭

 

 생각컨대 이것은 장경(長慶)스님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일찍이 장경스님은 육대부의 이 말을 듣고 통곡한 후 대중에게 “말하여라! 통곡을 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하고 물었다. 이 사실이 「전등록」에 있는데도 어리석은 자들은 이를 ‘웃어야 하고 통곡해서는 안된다[合笑不合哭]’고 하여, 울 곡(哭)자를 웃음 소(笑)자로 바꾸어 썼으니 원래 뜻을 완전히 잃은 것이다.

 왕문공(王文公)이 선승을 만나면 으례 한퇴지(韓退之)와 대전 보통(大顚寶通 : 732~824)스님이 만난 일을 물었는데, 간간히 잘못 대답하는 스님들이 있었다. 이에 왕문공은 스님들의 말에는 억측이 많고 정확한 뜻을 캐지 않는 까닭에 비난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안타까워했다. 그러므로 불교에 뜻을 둔자는 마땅히 사실을 고증해 보아야 하며 구차스럽게 말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