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황제와의 초연한 만남/ 종본(宗本)스님
종본(宗本 : 1020~1099)큰스님께서 칙명으로 대상국사(大相國師) 혜림선원(慧林禪院)의 주지로 있을 무렵 황제를 알현하게 되었다. 이에, 관리들은 며칠이고 알현 의식을 되풀이하였다. 그러나 막상 신종(神宗)이 편전(便殿)에 나와 스님을 바라보니 스님은 다만 먼산만 볼 뿐이었고, 부르니 편전으로 달려 올라갔다. 신종이 자리를 내어주니 자리 위에 편안히 가부좌로 앉았다. 이에 보좌하는 관리들은 놀라 서로가 멀뚱멀뚱 바라보았지만 스님은 태연자약하였다. 차를 내리시어 찻잔이 이르자 찻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키고는 찻잔을 흔들어댔다.
황제가 어느 절에서 공부하였느냐고 묻자, “승천(承天) 영안(永安)”이라 대답하였다. 이는 소주(蘇州)의 승천사 영안선원을 말한 것이다. 황제는 크게 기뻐하고 오랫동안 이야기하였다. 스님께서 물러나자 황제는 눈인사로 작별의 뜻을 표하고 곁에 있던 신하에게 “참으로 복있는 스님이다”하였다.
시자가 물었다.
“스님께서는 황제를 뵈었을 때 어떻게 하셨읍니까?”
“차 마시고 이야기 나누었지!”
스님의 타고난 성품은 아름답고 순수하며 하시는 말씀은 간단 명료하고 진솔하니, 참으로 그 초연함을 우러러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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