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임간록林間錄

신편 임간록 후집 1. 석가출산화상찬(釋迦出山畫像讚)

쪽빛마루 2015. 1. 13. 07:47

신편 임간록 후집

 

1. 석가출산화상찬(釋迦出山畫像讚)

 

 진(秦) · 월(越) 사람들의 의술은 멀리서 환자를 보고서도 생사를 알고 노번(老潘)은 글씨를 더듬어만 보아도 거칠고 고움을 안다. 그것은 전할 수 없는 오묘함이기에 말로든 침묵으로든 표현할 수 없다.

 그런데 구양 문충공(歐陽文忠公 : 歐陽修)은 이렇게 말하였다.

 “작은 글씨로 쓴 「유교경(遺敎經)」은 비록 쓴 자의 이름은 알 수 없지만 왕희지(王羲之)가 아니고서는 그처럼 쓸 수 없을 것이다.”

 또 내가 전락도(錢樂道)의 집에 있는 석가모니불이 산에서 내려오는 그림을 보고, 비록 화가의 이름은 없지만 오도자(悟道子 : 唐代畫家)가 아니고서는 그처럼 그릴 수 없었으리라 생각한 것은 그 필치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전락도는 인품이 고매하고 간언(諫言)을 잘하며 도덕이 뛰어난 집안의 후예로서 진실한 마음으로 불교를 받든 결과 이 그림을 소장하게 된 것이며, 결코 구차스럽게 얻은 것이 아니다.

 

온 바다 물맛이

한 방울에 담겨 있고

온 법계에 몸이

티끌 속에 들었으니

생각을 두면 연등불(燃燈佛)의 자리에서도

비야(毘耶 : 유마거사)의 방에 들어갈 수 없지만

생각을 거두면 손가락 튕기는 사이에

미륵불의 문이 열리리라

 

우리 비조(鼻祖 : 시조) 석가모니께서 처음 설산을 나올실 때

이 모습 보이시니

천백억 티끌만큼 많은 몸과

아흔 일곱가지 대인 모습이

단박에 붓끝 삼매[筆端三昧]로 들어가

이 한 폭의 종이 위에 환(幻)같이 나타나셨네

손을 드리운 채 맨발로 서서

나발(螺髮 : 소라모양의 머리)의 머리에

목에는 오색꽃실 걸으셨네

 

고요하고 깊게

3계의 어리석음을 초연히 벗어나시니

마치 화사한 봄볕이

가는 꽃가지마다 엉겨있듯

서늘하고 맑은 달이

물마다 찍히듯 하여라

얼음과 차가운 눈속에서 고행을

내 찬사를 빌어 쓴다는 것은

허공을 잠그고 꿈을 붙드는 일이니

선생이시여! 그저 잘 간직하소서.

 

徧大海味具於一滴  盡法界身足於纖埃

佇思則燈王之坐不能入毘耶之室

歛念則彌勒之門  彈指卽開

 

唯我鼻祖釋迦和尙  初出雪山卽示此像

以千百億微塵身  九十七大人相

頓入筆端三昧而幻此幅紙之上

 

垂手跣足  頂螺頷絲  超然靜深  出三界癡

如浩蕩春  寄於纖枝  如淸凉月印于盆池

鏤永琢雪我作讚詞  關空鎖夢  夫子其牢蓄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