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편 임간록 후집
1. 석가출산화상찬(釋迦出山畫像讚)
진(秦) · 월(越) 사람들의 의술은 멀리서 환자를 보고서도 생사를 알고 노번(老潘)은 글씨를 더듬어만 보아도 거칠고 고움을 안다. 그것은 전할 수 없는 오묘함이기에 말로든 침묵으로든 표현할 수 없다.
그런데 구양 문충공(歐陽文忠公 : 歐陽修)은 이렇게 말하였다.
“작은 글씨로 쓴 「유교경(遺敎經)」은 비록 쓴 자의 이름은 알 수 없지만 왕희지(王羲之)가 아니고서는 그처럼 쓸 수 없을 것이다.”
또 내가 전락도(錢樂道)의 집에 있는 석가모니불이 산에서 내려오는 그림을 보고, 비록 화가의 이름은 없지만 오도자(悟道子 : 唐代畫家)가 아니고서는 그처럼 그릴 수 없었으리라 생각한 것은 그 필치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전락도는 인품이 고매하고 간언(諫言)을 잘하며 도덕이 뛰어난 집안의 후예로서 진실한 마음으로 불교를 받든 결과 이 그림을 소장하게 된 것이며, 결코 구차스럽게 얻은 것이 아니다.
온 바다 물맛이
한 방울에 담겨 있고
온 법계에 몸이
티끌 속에 들었으니
생각을 두면 연등불(燃燈佛)의 자리에서도
비야(毘耶 : 유마거사)의 방에 들어갈 수 없지만
생각을 거두면 손가락 튕기는 사이에
미륵불의 문이 열리리라
우리 비조(鼻祖 : 시조) 석가모니께서 처음 설산을 나올실 때
이 모습 보이시니
천백억 티끌만큼 많은 몸과
아흔 일곱가지 대인 모습이
단박에 붓끝 삼매[筆端三昧]로 들어가
이 한 폭의 종이 위에 환(幻)같이 나타나셨네
손을 드리운 채 맨발로 서서
나발(螺髮 : 소라모양의 머리)의 머리에
목에는 오색꽃실 걸으셨네
고요하고 깊게
3계의 어리석음을 초연히 벗어나시니
마치 화사한 봄볕이
가는 꽃가지마다 엉겨있듯
서늘하고 맑은 달이
물마다 찍히듯 하여라
얼음과 차가운 눈속에서 고행을
내 찬사를 빌어 쓴다는 것은
허공을 잠그고 꿈을 붙드는 일이니
선생이시여! 그저 잘 간직하소서.
徧大海味具於一滴 盡法界身足於纖埃
佇思則燈王之坐不能入毘耶之室
歛念則彌勒之門 彈指卽開
唯我鼻祖釋迦和尙 初出雪山卽示此像
以千百億微塵身 九十七大人相
頓入筆端三昧而幻此幅紙之上
垂手跣足 頂螺頷絲 超然靜深 出三界癡
如浩蕩春 寄於纖枝 如淸凉月印于盆池
鏤永琢雪我作讚詞 關空鎖夢 夫子其牢蓄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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