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임간록林間錄

4. 조백대사화상찬병서(棗栢大士畫像讚幷序)

쪽빛마루 2015. 1. 13. 07:48

4. 조백대사화상찬병서(棗栢大士畫像讚幷序)

 

 주역(周易)의 심오한 이치는 뜻[義]만으로는 깨달을 수 없으므로 단(彖)과 상(象)을 지어 깊은 뜻을 모두 밝혔다. 심법(心法)의 깊고 묘한 이치는 말로 전할 수 없기에 사법(事法)으로 오묘한 이치를 보여주셨다. 조백대사는 이 삼매문에 깊이 들어가셨으니 공경을 다하여 찬하는 바이다.

 

그림같은 눈썹 훤출한 키에 아름다운 용모

추상 같은 풍채에 그 기개 거룩하네

일생을 동북 지방에서 살면서

시끄러운 세상 속에 고요히 머무셨네.

허름한 맨발에 흐트러진 옷으로 다니시나

지혜를 쓰되 본체에 어긋나지 않았고

제왕가에 태어나 자제를 얻으시나

얼마를 살았는지 기록없어 스님 생애 모르겠네.

 

범처럼 무서운 명령에도 마음을 비워두고

아낙네의 반려되어서도 사랑과 증오를 떠났네

속인 옷을 입고 마음 전하니

속제(俗諦) 그대로가 진제(眞諦)요

후미진 곳에서 법을 보이니

사법계(事法界) 그대로가 이법계(理法界)라네.

다만 대추와 잣으로 공양 올리니

내 사바세계 온 것은 이 맛에 탐착한 게 아니요

자연히 광명이 치아에서 생기니

나의 말과 문장은 모두가 진실한 뜻이라네.

 

부처님이 그대에게 분명한 뜻 전하시니

한마디 말씀에 십지를 뛰어넘었네

무명(無明)을 따르면 온갖 것이 일어나고

무명을 따르지 않으면 온갖 것을 여의도다.

소락(酥酪)성인이 우유라는 범부에서 나옴은

다만 계(戒) · 정(定) · 혜(慧) 관조의 힘이니

이야말로 스님께서 동체 대비로

나를 단박에 일체지(一切智 : 모든 것을 아는 부처의 지혜)에

들게 하심이네.

 

진찰(塵刹) 가득 큰 불사를 짓고

화엄의 경계 속에 머물러

허공을 자리 삼아 십신불에 예불하고,

발원으로 혀를 삼아 이 게를 설하노라.

한떨기 꽃으로 끝없는 봄을 말하는 양

한방울 물로 큰 바다 물맛을 말하는 양

머리 조아리노니, 세간의 오묘한 연꽃이여!

진흙에서 청정하게 피어나기를 항상 원하옵나이다.

 

須眉如晝頎而美  風神如秋氣奇偉

平生歸宿東北方  塵勞之中寂而止

翛然跣足散衣行  智智用中不乖體

帝王家生得自在  壽量不書絶終始

 

虎受使令心境空  女爲伴助僧愛棄

冠巾傳心卽俗眞  方隅示法卽事理

只將棗栢薦齊鉢  我來閻浮非着味

自然光明生齒牙  我談詞章皆實義

 

佛子授汝以顯決  一言便足超十地

隨順無明起諸有  若不隨順諸有離

聖賢酪生凡乳中  只由觀照戒定慧

是謂大士同體悲  令我頓入一切智

 

作大佛事徧塵刹  華藏界中容頓㘘

以空爲座禮十身  以願爲舌說此偈

如以花說無邊春  如以滴說大海味

稽首世間妙蓮華  常願淸淨出泥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