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동안 도비(同安道丕) 선사
스님은 운거 도응스님의 법제자로 법명은 도비(道丕)이며, 홍주(洪州)사람이다. 스님이 경을 읽는데 한 스님이 찾아오는 것을 보고 소맷자락으로 얼굴을 가리자 그 스님이 조문하는 시늉을 하였다. 스님이 소매를 내리고 보던 경을 집어들면서 물었다.
“알겠느냐?”
이번에는 그 스님이 소맷자락으로 머리를 감쌌다. 이에 스님은 “아이고! 아이고!”하며 통곡하였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이마에 반점이 있는 고기[點額魚 : 龍門瀑布를 올라가다가 머리가 깨진 물고기]입니까?”
“물결을 뚫지 못한 고기다.”
“이를 부끄럽게 느낄 때는 어떻습니까?”
“끝내 얼굴 들지 못한다.”
“그렇다면 몸을 바꿀 수 없습니까?”
“없지. 청운의 꿈은 어찌할꼬!”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스님의 가풍입니까?”
“황금닭은 병아리를 안고 하늘로 돌아가고 옥토끼는 새끼를 배고서 자미궁(紫微宮)으로 들어간다.”
“갑자기 손님이 찾아오면 무엇으로 접대합니까?”
“이른 아침에 원숭이는 금과(金果)를 따러 갔고 저물녘에 보황은 옥화(玉花)를 물고 온다.”
한 스님이 찾아뵙자 스님이 물었다.
“어디서 왔느냐?”
“호남에서 왔습니다.”
“이곳 동안원(同安院)의 형세와 법도, 꽃다발같은 종지와 천체의[璇璣玉衡] 같은 작용을 아는가?”
“알고 있습니다.”
“그대가 머물 경계가 아닐세.”
그 스님이 별안간 악! 하고 할을 하자 스님은 말하였다.
“밑천 없는 나무꾼이 부질없이 글과 칼을 자랑하는구나!”
그 스님이 말을 이으려 하는데 동안스님이 꾸짖었다.
“칼도 뽑지 않았는데 도적이 벌써 패배했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조금이라도 말[言詮]이 있으면 모두 금시(今時 : 本來의 對語로 닦을 것이 있는 경계)에 떨어진다고 하니, 말에 떨어지지 않는 경지를 스님께서 바로 말씀해 주십시오.”
“목인(木人)이 말을 아는 것은 혓바닥과는 상관없는 일이고, 석녀(石女)가 베틀을 던지나 어찌 실이 헝클어지겠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
“경에 의거하여 뜻을 해석하면 3세 부처님이 원수처럼 생각하고, 한 글자라도 경을 떠나면 마귀의 말과 같다 하니 어찌된 이치입니까?”
“우뚝한 봉우리가 아득히 솟으면 연기와 칡넝쿨이 걸리지 않고, 조각달이 하늘에 떠가도 흰 구름은 자유롭다.”
한 스님이 물었다.
“부처님이 세간에 나오시지 않았을 때는 어떻습니까?”
“연뿌리 실로 큰 코끼리를 묶는다.”
“세간에 나오신 후엔 어떻습니까?”
“쇠사슬로 돌 소를 묶는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다른 류(類) 속에서 수행하는 사람입니까?”
“큰 길은 흰 소를 감춰두고 하늘은 해와 달을 삼킨다.”
찬하노라.
수레 달려 먼지 자욱하니
아무것도 얽매임 없네
편정(偏正)의 자리 속에서 와서
성인이다 범부다 하는 마음 사라졌고
푸른 구름 속에 무슨 일이 있겠는가
머리 깨진 잉어는 물결을 뚫었노라
가풍일랑 말할게 없으니
금닭이 어찌 하늘로 돌아가겠나
그대의 경계가 아니다 하였다가 몸소 일할(一喝)을 만나
나무꾼 짧은 밑천으로 부질없이 글재주 칼솜씨 자랑하였고
말에 떨어지지 않는 길을 설해 달라 하여
석녀가 베틀을 당김에 실오라기 헝크러졌다네
오색 봉황 꽃을 물고 늙은 원숭이 과일 따오지만
손님맞이에 진심을 보여주지 않았고
외로운 봉우리 빼어나도 조각달 허공에 흘러가도
부처와 마귀 가리는데 원래 바른 안목 없었구나
부처님이 세간에 나오지 않았을 때의 경계를 속여
강물을 가로지르는 큰 코끼리를 연뿌리 실로 묶는다 하고
다른 류[異類]의 수행승을 엇비스듬히 말하며
큰길의 소가 꽃다운 풀 언덕에 숨었다 하네
원앙무늬 수놓던 금바늘이 싸늘하니
촘촘한 바늘땀은 누가 알며
봉황새 둥지 텅 비어 옥휘장 차가우나
삼엄한 그 경계 범하기 어렵도다
사람을 달래주는데는 조문하는 스님이 필요한데
소맷자락으로 머리를 감싸고
아이고! 아이고! 통곡하니
도적이 지난 뒤에 활을 당겨도 때는 이미 늦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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