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임제록·법안록臨濟錄·法眼錄

[임제록] 2. 시중 7~8.

쪽빛마루 2015. 3. 24. 18:19

임제록

 

2. 시 중

 

7. 모양없는 네 경계
 "무엇이 모양 없는 네 가지 경계입니까?"
 "그대들이 한 생각 의심하는 마음이 흙[地]이 되어 가로막히고, 한 생각 좋아하는 마음이 물[水]이 되어 빠지며, 한 생각 성내는 마음이 불[火]이 되어 타고, 한 생각 기뻐하는 마음이 바람[風]이 되어 나부끼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알아낼 수 있다면 경계에 끄달리지 않고 가는 곳마다 경계를 활용할 것이다. 동쪽에서 솟았다가 서쪽에서 꺼지며, 남쪽에서 솟았다가 북쪽에서 꺼지고, 가운데서 솟았다가 가에서 꺼지며, 가에서 솟았다가 가운데서 꺼져서 땅 밟듯 물을 밟고 물 밟듯 땅을 밟는다. 어째서 그런가? 4대가 꿈 같고 허깨비 같은 줄 통달하였기 때문이다.
 도 배우는 이들이여! 지금 법문을 듣고 있는 것은 그대들의 4대가 아니라 그 4대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그것이다. 이렇게 볼 수만 있다면 가고 머물고에 자유자재할 것이다.

問, 如何是四種無相境고 師云, 儞一念心疑가 被地來礙하며 儞一念心愛가 被水來溺하며 儞一念心瞋이 被火來燒하며 儞一念心喜가 被風來飄하나니 若能如是辨得하면 不被境轉하고 處處用境이라 東涌西沒하며 南涌北沒하고 中涌邊沒하며 邊涌中沒하야 履水如地하며 履地如水하나니 緣何如此오 爲達四大如夢如幻故니라 道流야 儞祇今聽法者가 不是儞四大로대 能用儞四大하나니 若能如是見得하면 便乃去住自由니라 

 

 내가 보기에는 꺼려할 법이라곤 없다. 그대들이 만약 성인을 좋아한다면 그때 성인은 성인이라는 이름일 뿐이다. 어떤 납자들은 오대산에서 문수를 친견하겠다고 하나 그것은 영판 틀린 얘기다. 오대산에는 문수가 없다. 문수를 알고자 하는가? 그대들 눈앞에 작용하는 그것, 처음과 끝이 다르지 않고 어딜 가든지 의심할 것 없는 이것이 산 문수이다. 그대들의 한 생각 차별없는 빛은 어디에나 두루한 진짜 보현이요, 그대들의 한 생각 마음이 스스로 결박을 풀 줄 알아서 어딜 가나 해탈이니, 이것이 관음의 삼매법이다. 서로 주인도 되고 짝도 되어 나올때는 한꺼번에 나오니, 하나가 셋이고 셋이 하나이다. 이와 같이 알 수 있다면 비로소 일대장교(一大臧敎)를 보는 것이다."

 

約山僧見處하면 勿嫌底法이라 儞若愛聖하면 聖者는 聖之名이니라 有一般學人이 向五臺山裏求文殊하나니 早錯了也라 五臺山에 無文殊니라 儞欲識文殊麼아 祇儞目前用處가 始終不異하며 處處不疑는 此箇是活文殊요 儞一念心無差別光이 處處總是眞普賢이요 儞一念心自能解縛하야 隨處解脫은 此是觀音三昧法이니라 互爲主伴하야 出則一時出하나니 一卽三三卽一이라 如是解得하면 始好看敎니라


8. 어디서나 주인공  

 스님께서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도 배우는 이들은 이제 스스로를 믿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니, 밖으로 찾지를 말라. 모두가 저 부질없는 6진경계를 반연하여 도무지 삿되고 바른 것을 구분하지 못한다. 조사니 부처니 하는 것은 모두가 부처님 가르침의 자취 가운데 일일 뿐이다. 어떤 사람이 속으로든 겉으로든 한 마디 꺼내면 곧바로 의심을 내어 이리저리 생각해 보고 옆사람을 찾아가 물으며 몹시도 정신없이 서둔다. 대장부라면 그렇게 주인이니 도적이니, 옳거니 그르거니, 색이니 재물이니 하며 쓸데없는 이야기로 날을 보내지 말라.

師, 示衆云, 如今學道人은 且要自信이요 莫向外覔하라 總上他閑塵境하야 都不辨邪正하나니 祇如有祖有佛은 皆是敎迹中事니라 有人은 拈起一句子語하야 或隱顯中出하면 便卽疑生하야 照天照地하야 傍家尋問하야 也太忙然이로다 大丈夫兒가 莫祇麼論主論賊하며 論是論非하며 論色論財하야 論說閑話過日하라

 

 여기 나는 승속을 논하지 않고, 찾아오는 자가 있으면 다 알아내버리고 만다. 어디서 오든 간에 그것은 소리나 명칭 개념 따위일 뿐이어서 모두 꿈이나 허깨비이고, 경계를 타고 나타나는 사람을 보게 되나니,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깊은 뜻이다. 부처님의 경계가 '나는 부처의 경계이다'라고 자칭하지는 못할 것이요, 도리어 의지함이 없는 이 도인이 경계를 타고 나타난다. 만약 어떤 사람이 나타나서 나에게 부처되는 길을 묻는다면 나는 청정한 경계로 응대해 주고, 어떤 사람이 나에게 보살을 묻는다면 나는 곧 자비의 경계로 응대해 주며, 보리를 묻는다면 깨끗하고 오묘한 경계로 응대해 주고, 열반을 묻는다면 고요[寂靜]한 경계로 응대해 준다. 경계는 수만 가지로 차별되나 사람에는 차별이 없다. 그러므로 사물에 응하여 형상을 나투는 것은 물 속에 비친 달과 같다.  

山僧此間에는 不論僧俗이요 但有來者하면 盡識得伊니 任伊向甚處出來하나 但有聲名文句하야 皆是夢幻이니 라 却見乖境底人하니 是諸佛之玄旨라 佛境이 不能自稱我是佛境이요 還是這箇無依道人이 乖境出來니라 若有人이 出來하야問我求佛하면 我卽應淸淨境出하고 有人이 問我菩薩하면 我卽應慈悲境出하며 有人이 問我菩提하면 我卽應淨妙境出하고 有人이 問我涅槃하면 我卽應寂靜境出하야 境卽萬般差別이나 人卽不別이라 所以로 應物現形은 如水中月이니라

 

 도 배우는 이들[道流]이여! 그대들이 진여법을 깨치고자 한다면 반드시 대장부라야 한다. 시들시들 나약하게 흐느적거려서는 안되니 깨진 그릇에는 제호(醍醐)를 담지 못하기 때문이다. 큰 그릇이라면 남에게 흘리지 않고 어딜 가나 주인공이 되어 선 자리 그대로가 모두 참이어야 하는 것이다.  

 다만 찾아오는 자가 있거든 모두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그대들이 한 생각 의심하면 곧 마구니가 마음속으로 들어오니, 보살이 의심을 낼 때 생사의 마구니가 틈을 타는 것이다. 다만 생각을 쉬면 될 뿐, 다시 바깥으로 구하지 말고 사물이 다가오면 오는대로 관조하도록 하라. 그대들이 지금 바로 작용하는 이것을 믿기만 하면 아무 일도 없다. 그대들의 한 생각 마음이 3계를 내고 경계 따라 반연하여 6진경계로 나뉘게 되니, 그대들이 지금 응용하는 곳에 무슨 모자람이 있느냐? 한 찰나 사이에 그대로 정토(淨土)에도 들어가고 예토(穢土)에도 들어가며, 미륵누각에도 들어가고 3안국토(三眼國土)에도 들어가서 가는 곳마다 노니나니, 오로지 빈 이름임을 볼 뿐이다."

道流야 儞若欲得如法하면 直須是大丈夫兒라사 始得다 若萎萎隨隨地하면 則不得也니라 夫如㽄嗄(上音西下所嫁切)之器는 不堪貯醍醐니 如大器者는 直要不受人惑이라 隨處作主하야 立處皆眞이니라 但有來者어든 皆不得受니 儞一念疑하면 卽魔入心이라 如菩薩이 疑時에 生死魔得便이니라 但能息念이요 更莫外求하고 物來卽照하라 儞但信現今用底하면 一箇事也無니라 儞一念心生三界하야 隨緣被境하야 分爲六塵하니 儞如今應用處가 欠少什麽오 一刹那間에 便入淨入穢하며 入彌勒樓閣하며 入三眼國土하야 處處游履하야 唯見空名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