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임제록·법안록臨濟錄·法眼錄

[임제록] 2. 시중 5~6.

쪽빛마루 2015. 3. 24. 18:17

임제록

 

2. 시 중

 

5. 부처와 마구니
 "무엇이 부처이고 무엇이 마구니입니까?"
 "그대가 의심하는 그 한 생각이 마구니이며, 그대가 만법이 나지 않고[無生] 마음은 허깨비라는 것을 알면 다시는 한 티끌 한 법도 없어서 어딜 가나 청정하게 되니, 그것이 부처이다. 그러나 부처와 마구니란 깨끗함과 물듬의 두 가지 경계이다.
 내가 보기에는 부처도 없고 중생도 없으며 옛날도 없고 지금도 없어서 깨치면 그만일 뿐, 오랜 세월을 거치지 않는다. 닦을 것도 깨칠 것도 없으며, 얻을 것도 잃을것도 없어서 어느 때이든 다른 어떤 법도 없는 것이다. 설사 이보다 더 나은 법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꿈 같고 허깨비 같은 것이라고 나는 말한다. 이것이 내가 말하는 전부이다.

問, 如何是佛魔오 師云, 儞一念心疑處가 是箇魔니 儞若達得萬法無生하면 心如幻化하야 更無一塵一法하야 處處淸淨하나니 是佛이니라 然이나 佛與魔는 是染淨二境이라 約山僧見處하면 無佛無衆生하며 無古無今하야 得者便得하야 不歷時節이요 無修無證하며 無得無失하야 一切時中에 更無別法하니 設有一法過此者라도 我說如夢如化하노니 山僧所說이 皆是니라 

  

도 배우는 이들[道流]이여! 지금 바로 눈앞에서 호젓이 밝고 역력하게 듣고 있는 이 사람은 어디를 가나 걸림이 없고 시방법계를 꿰뚫어 3계에 자유자재하니, 온갖 차별된 경계에 들어가도 휘말리지 않는다. 한 찰나에 법계를 뚫고 들어가 부처를 만나면 부처에게 말하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말하며, 나한을 만나면 나한을 말하고, 아귀를 만나면 아귀를 말한다. 어느 국토를 가든지 거기에 노닐면서 중생을 교화하나, 단 한번도 일념(一念)을 떠난 적 없고 곳곳마다 청정하여 시방법계에 빛이 사무치니, 만법이 한결같다.

道流야 卽今目前孤明歷歷地聽者가 此人이 處處不滯하고 通貫十方하야 三界自在하야 入一切境差別호되 不能回換하나니 一刹那間에 透入法界하야 逢佛說佛하며 逢祖說祖하며 逢羅漢說羅漢하며 逢餓鬼說餓鬼하야 向一切處하야 游履國土하야 敎化衆生호되 未曾離一念하고 隨處淸淨하야 光透十方하야 萬法一如니라


도 배우는 이들이여! 대장부가 본래 아무 일 없는 줄을 오늘에야 알았다. 다만 그대들은 믿음이 부족하여 생각생각 내달려 구하면서 자기 머리는 놔두고 다른 머리를 찾아 스스로 쉬지를 못한다. 예컨대 원돈교(圓頓敎)의 보살들은 법계에 들어 몸을 나투고, 정토에서는 범(凡)을 싫어하고 성(聖)을 좋아한다. 이러한 무리들은 갖고 버리는 것을 잊지 못하고, 물들었다느니 깨끗하다느니 하는 마음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선종의 견해는  그렇지 않아서 바로 지금일 뿐, 다른 시절이란 없다. 내가 말하는 것은 모두가 병에 따라 약을 쓰는 일회적인 치료일 뿐 실다운 법이라고는 전혀 없다. 만약 이렇게 볼 수만 있다면 참된 출가여서, 하루에 만냥의 황금이라도 녹일수 있다.
 도 배우는 이들이여! 경박스럽게 제방의 장로들에게 인가를 받아가지고 '나는 선을 알고 도를 안다'고 나불거리지 말라. 폭포수처럼 말솜씨가 유창하다 하더라도 이는 모두 지옥갈 업을 짓는 것이다. 진정한 납자라면 세간의 허물을 구할 것이 아니라 바른 안목을 구하는 일이 절박하다. 바른 견해를 통달하여 뚜렷이 밝다면 바야흐로 일해 마쳤다 하리라."

道流야 大丈夫兒가 今日에 方知本來無事로다 祇爲儞信不及일새 念念馳求하야 捨頭覓頭하야 自不能歇하나니라 如圓頓菩薩이 入法界現身하야 向淨土中하야 厭凡忻聖이라 如此之流는 取捨未忘하고 染淨心在니 如禪宗見解는 又且不然하야 直是現今이요 更無時節이니라 山僧說處는 皆是一期藥病相治요 總無實法이니 若如是見得하면 是眞出家라 日消萬兩黃金하나니라 道流야 莫取次被諸方老師印破面門하야 道我解禪解道하라 辯似懸河하나 皆是造地獄業이니라 若是眞正學道人은 不求世間過하고 切急要求眞正見解니 若達眞正見解圓明하면 方始了畢이니라

 

6.의지함 없는 도인(無依道人)

"무엇이 바른 견해입니까?"

"그대들은 범(凡)에 들어가고 성(聖)에 들어가며,물듬에 들어가고 깨끗함에 들어가며, 모든 부처님 나라에 들어가고 미륵의 누각에 들어가며 비로자나불의 법계에 들어가는데, 그때마다 국토를 나투어서 성주괴공(成住壞空)을 한다. 부처님께서는 세간에 출현하시어 큰 법륜을 굴리시고 다시 열반에 드시지만 가고 오는 모양을 보지 못하니, 거기서는 나고 죽음을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다. 문득 남이 없는 법계에 들어가 온갖 나라들에 곳곳마다 노닐면서 화장세계에 들어가 모든 법이 다 빈 모양으로서 전혀 실다운 법이 없음을 안다. 그런데 유독 어디에도 의도하지 않고 법문을 듣고 있는 도인이 있으니,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어머니이다. 이렇게 부처는 의지할 것 없는 데서 생겨나므로 만약 의지할 것 없음을 깨닫는다면 부처라는 것도 없다. 이와 같이 보게 된다면 이야말로 바른 견해이니라.

問, 如何是眞正見解오 師云, 儞但一切入凡入聖하며 入染入淨하며 入諸佛國土하며 入彌勒樓閣하며 入毘盧遮那法界하야 處處皆現國土하야 成住壞空하나니라 佛出于世하야 轉大法輪하고 却入涅槃하되 不見有去來相貌하야 求其生死하나 了不可得이니라 便入無生法界하야 處處游履國土하야 入華藏世界하야 盡見諸法空相하야 皆無實法이니라 唯有聽法無依道人이 是諸佛之母라 所以로 佛從無依生이요 若悟無依하면 佛亦無得이니 若如是見得하면 是眞正見解니라 

 

 도를 배우는 사람이 그것을 알지 못하고 명칭과 의미에 집착하여 저 범부니 성인이니 하는 이름에 구애되므로 도안(道眼)이 막혀 분명히 알지 못한다.저 12분교란 모두가 이치를 드러내는 말인데 공부하는 사람들이 이를 알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난 명칭이나 개념에다가 알음알이를 낸다. 이는 모두가 어디에 기댄 것이라서 인과에 떨어져 3계의 생사윤회를 면하지 못한 것이다. 

學人은 不了하야 爲執名句하야 被他凡聖名礙일세 所以로 障其道眼하야 不得分明이니라 祇如十二分敎는 皆是表顯之說이라 學者不會하고 便向表顯名句上生解하나니 皆是依倚라 落在因果하야 未免 三界生死하나니라

 

 그대들이 만약 나고 죽음과 가고 머무름을 벗어나 자유롭기를 바란다면, 지금 당장 법문을 듣는 그 사람을 알도록 하라. 모양도 없고 뿌리도 없으며 머무는 곳도 없이 활발하게 살아 움직인다. 수만가지로 응용을 하지만 그 응용에는 정해진 곳이 없다. 그러므로 찾을수록 멀어지고 구할수록 어긋나니, 그것을 '비밀'이라고 부른다. 

儞若欲得生死去住脫著自由인댄 卽今識取聽法底人하라 無形無相하며 無根無本하며 無住處하야 活鱍鱍地라 應是萬種施說하야 用處祇是無處일새 所以로 覔著轉遠이요 求之前乖니 號之爲秘密이니라

 

 도 배우는 이들[道流]이여! 그대들은 이 꿈 같고 허깨비같이 따라다니는 몸뚱이를 잘못 알지 말라. 머지않아 덧없음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대들은 이 세계 속에서 무엇을 해탈이라고 찾는가? 그저 한술 찾아 먹고 누더기 꿰매며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선지식을 찾아뵙도록 해야지 쾌락이나 쫓아 그럭저럭 지내서는 안된다. 촌음(寸陰)을 아껴야 하니 생각생각 덧없이 흘러가 거칠게는 지수화풍 4대(四大)에, 미세하게는 생주이멸 4상(四相)에 조여들게 된다.   

 도 배우는 이들이여! 지금 이 순간 모양 없는 네 가지 경계를 잘 알아서 저 경계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여라."

 

道流야 儞莫認著箇夢幻伴子하라 遲晩中間에 便歸無常하나니 儞向此世界中하야 覔箇什麼物作解脫고 覔取一口飯喫하고 補毳過時하야 且要訪尋知識이요 莫因循逐樂하라 光陰을 可惜이니 念念無常하야 麁則被地水火風이요 細則被生住異滅四相所逼이니라 道流야 今時에 且要識取四種無相境하야 免被境擺撲이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