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상 당
38.
스님께서 앙산스님이 오는 것을 보시고는 곧 손가락으로 땅에다 한 획을 긋자, 앙산스님은 손으로 목 아래에 한 획 긋고, 다시 자기 귀를 잡아 서너번 털었다. 그러자 스님께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버리셨다.
39.
스님께서 하루는 향엄스님과 앙산스님이 떡을 만들고 있는 것을 보시더니 말씀하셨다.
“그때도 백장스님께서 이 도리를 직접 체득하셨다네.”
앙산스님과 향엄스님이 서로 돌아보며 말하였다.
“어떤 사람이 이 말씀에 대답할 수 있을까요?”
“한 사람이 대답할 수 있지.”
앙산스님이 말하였다.
“누굽니까?”
스님께서는 물빛소[水牯牛]를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말하라, 말해 보아라.”
그러자 앙산스님은 풀 한 묶음을 가져오고 향엄스님은 물 한통을 가져와 물빛소 앞에 놓았다. 물빛소가 먹으려 하자 스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그렇고, 그렇지 않다면 그렇지 않다.”
두 스님이 함께 절을 올리자 스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어떤 때는 밝기도 하고, 어떤 때는 어둡기도 하다.”
40.
스님께서 하루는 제자들에게 정어(呈語)*를 해보라고 하시면서 “소리나 물질[聲色] 밖에서 나와 만나보자”고 하셨다.
이때에 유주(幽州)의 감홍(鑑弘)상좌가 정어하기를, “말씀올리는 것이야 사양치 않지만 눈 없는 사람이 누굽니까?” 하자 스님께서는 긍정하지 않으셨다.
앙산스님은 세 차례 말씀을 올렸는데[呈語], 첫째는 “본다해도 소리나 물질[聲色]에 걸리고 보지 않는다 해도 걸립니다” 하자, 스님께서는 “미세하기는 새털 끝 같고 차가웁기는 한겨울의 서릿발과 같다”고 하셨다. 두 번째는 “성색의 밖에서 누가 만나려고 합니까?”라고 하자, 스님께서는 “방외(方外 : 세속을 떠나 도를 닦는)의 도리에 막힌 성문(聲聞)일 뿐이다” 하셨으며, 세 번째는 “두 거울이 서로 비출 때 그 가운데 아무런 물상이 없습니다.”라고 말하자, 스님께서는 “이 말이 맞다”하셨다.
앙산스님이 다시 여쭈었다.
“스님께서는 백장 노스님의 처소에서 어떻게 정어하셨습니까?”
“나는 백장스님의 처소에서 정어(呈語)하기를 ‘마치 수많은 밝은 거울이 상(像)을 비추면서 빛이 서로를 비추는 것처럼, 진진찰찰(塵塵刹刹)이 서로를 조금도 의지하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앙산스님은 절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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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어(呈語) : 말을 바친다는 뜻으로 선사들이 자신이 수행하는 상태를 스승께 언어로써 말씀드려 감정을 받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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