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한 스님이 물었다.
"마음 그대로가 부처라 한 것은 묻지 않겠습니다. 무엇이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닌 것입니까?"
"토끼 뿔은 없다 할 필요가 없고, 소 뿔은 있다 할 필요가 없다."
30.
"어떤 사람이 항상 있는 사람입니까?"
"내가 잠시 나왔을 때 마침 만난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 항상 있지 않는 사람입니까?"
"만나기 어렵지."
31.
한 스님이 물었다.
"움찔했다 하면 부류에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움찔하지 않아도 부류에 떨어진다."
"무엇이 다른 점입니까?"
"아픈지 가려운지를 알아야 하리라."
32.
한 스님이 물었다.
"사람마다 다 있다 하였는데, 티끌 속에 있는 저에게도 있습니까?"
스님께서는 "손을 내 보아라" 하시더니 점을 찍으면서 말씀하셨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꽉 찼구나."
33.
한 스님이 물었다.
"노조 보운(魯祖寶雲)*스님께서는 면벽해서 무엇을 보여주려 하셨습니까?"
"그러자 스님께서는 손으로 귀를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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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동록」 p.202각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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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한 스님이 물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땅에서 넘어지면 누구나 땅을 딛고 일어선다' 하니, 무엇이 넘어지는 것입니까?"
"하려 하면 넘어지지."
"무엇이 일어남입니까?"
"일어나게."
35.
한 스님이 물었다.
"자식이 아버지에게 돌아왔는데 어째서 아버지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을까요?"
"도리상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부모자식지간의 은혜는 어디에 있습니까?"
"비로소 부자간의 은혜가 이루어진다."
"어떤 것이 부자간의 은혜입니까?"
"칼과 도끼로 찍어도 쪼개지지 않는 것이지."
36.
"영의(靈衣 : 죽어서 입는 옷)를 걸치지 않을 땐 어떻습니까?"
"나 조산 효만(曹山孝滿)이지."
"조산 효만, 그 뒤엔 어떻습니까?"
"나는 전주(顚酒)를 좋아한다네."
37.
한 스님이 물었다.
"경에서 말하기를, '큰 바다는 죽은 시체를 머물려두지 않는다' 하였는데, 어떤 것이 큰 바다입니까?"
"만유(萬有)를 포함하는 것이다."
"만유를 포함한다면서 어째서 죽은 시체는 머물려두지 않습니까?"
"호흡이 끊긴 자는 붙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지."
"만유를 포함한다면 무엇 때문에 호흡이 끊긴 자는 붙어 있지 못합니까?"
"만유의 경우는 자기 힘이 아니기 때문이며, 호흡이 끊긴 자는 자기 성품이 있어서이지."
"본래자리(向上)에도 이런 일이 있습니까?"
"있다느니 없다느니 해도 되겠지만 용왕이 칼을 어루만지는데야 어찌하겠나."
38.
한 스님이 물었다.
"어떤 지해(知解)를 갖추어야 대중이 묻고 따지는 것에 능란하게 대꾸할 수 있겠습니까?"
"말하지 않는 구절[不呈句]이다."
"묻고 따지는 것은 무엇입니까?"
"칼과 도끼로 찍어도 들어가지 않지."
"이렇게 묻고 따지는데도 긍정하지 않는 자가 있겠습니까?"
"있지."
"그게 누군데요?"
"나일세."
39.
한 스님이 물었다.
"세상에서 무엇이 가장 비싼 물건입니까?"
"죽은 고양이가 가장 비싸다."
"어째서 죽은 고양이가 가장 비쌉니까?"
"아무도 값을 매길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40.
한 스님이 물었다.
"말 없음을 어떻게 드러내야 합니까?"
"그렇게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어떻게 드러내야 합니까?"
"어젯밤 선상에서 돈 서푼을 잃었다."
41.
한 스님이 물었다.
"해뜨기 전에는 어떻습니까?"
"나 조산도 그렇게 왔다."
"해가 뜬 뒤엔 어떻습니까?"
"나 조산보다야 반달만큼 낫지."
42.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었다.
"무엇하느냐?"
"바닥 청소를 합니다."
"부처님 앞에서 청소하느냐, 부처님 뒤에서 청소하느냐?"
"앞뒤 한꺼번에 청소합니다."
"내게 신발을 갖다다오."
오조 사계(五祖師戒)스님은 그 스님을 대신하여 말하였다.
"스님께서는 무슨 마음을 그렇게 쓰십니까?"
43.
한 스님이 물었다.
"옥석[璞玉] 스님께 드리오니 잘 다듬으십시오."
"다듬지 않겠네."
"어째서 다듬지 않습니까?"
"훌륭한 내 솜씨를 알아야 하네."
44.
한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의 권속입니까?"
"백발이 줄을 이었고 정수리에는 한 떨기 꽃이다."
45.
한 스님이 물었다.
"고덕(古德)이 말하기를, '온 누리에 이 사람이 있을 뿐이다' 하였는데,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습니다."
"겹쳐보이는 달[第二月]이 있어선 안되지."
"무엇이 겹쳐보이는 달입니까?"
"그대가 대답할 일이오."
"무엇이 진짜 달[第一月]입니까?"
"험(險)!"
46.
한 스님이 물었다.
"일상생활 가운데서 제가 어떻게 간직해야[保任] 하겠습니까?"
"벌레와 독이 있는 고을을 지나듯 물 한 방울도 축여서는 안된다."
47.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법신의 주인입니까?"
"이 나라엔 사람이 없다고 여겼다."
"이것이 바로 그것 아닐런지요."
"목을 베어버려라."
48.
한 스님이 물었다.
"어떤 도반을 가까이 해야 몰랐던 것을 항상 들을 수 있겠습니까?"
"한 이불을 덮어야 한다."
"이는 그래도 스님께 들을 수 있습니다만 어떤 것이 몰랐던 것을 항상 듣는 것입니까?"
"목석(木石)과는 다르다."
"무엇이 앞이고, 무엇이 뒤입니까?"
"듣지도 못했는가. 몰랐던 것을 항상 듣는다 한 것을."
49.
한 스님이 물었다.
"성 안에서 칼을 어루만지는 자는 누구입니까?"
"나 조산이지."
법등(法燈)스님은 달리 말하였다.
"그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누구를 죽이려 하십니까?"
"다 죽이겠다."
"홀연히 낳아주신 부모를 만나면 어떡하시렵니까?"
"무얼 가리겠나."
"자기자신이야 어쩌겠습니까?"
"누가 나에게야 어찌하겠느냐?"
"왜 스스로를 죽이지 않습니까?"
"손을 쓸 수가 없어서이다."
50.
한 스님이 물었다.
"가난한 집에서 도둑을 맞았을 때는 어떻습니까?"
"다 바닥낼 수는 없다."
"어째서 바닥내지 못합니까?"
"도둑이 집안 식구이기 때문이지."
51.
한 스님이 물었다.
"한 마리 소는 물을 마시고 다섯 마리의 말이 울지 않을 땐 어떻습니까?"
"나는 입 조심할 줄 알지."
52.
한 스님이 물었다.
"항상 생사 바다에 침몰하는 자는 어떤 사람입니까?"
"겹쳐보이는 달[第二月]이로구나."
"벗어나려합니까?"
"벗어나려 해도 길이 없을 뿐이다."
"벗어나면 어떤 사람이 그를 맞이합니까?"
"무쇠형틀을 걸머진 자가."
53.
한 스님이 물었다.
"눈이 모든 산을 덮었는데 무엇 때문에 한 봉우리는 하얗지 않습니까?"
"다름[異]속에 다름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무엇이 다름 속의 다름입니까?"
"갖가지 산색(山色)에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54.
약산(藥山)스님이 한 스님에게 물었다.
"나이가 얼마나 되었는가?"
"일흔 둘입니다."
"일흔 둘이라고?"
"그렇습니다."
약산스님은 그대로 후려쳤다.
한 스님이 이 이야기를 가지고 묻기를 "그 뜻이 무엇입니까?" 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앞에 쏜 화살은 그래도 된 듯했는데 뒤에 쏜 화살은 사람을 깊이 맞췄다."
"어찌해야 이 몽둥이를 면할 수 있겠습니까?"
"왕명이 시행되니 제후들이 길을 비킨다."
55.
한 스님이 향엄 지한(香嚴智閑 : ?∼898)스님께 물었다.
"무엇이 도입니까?"
"고목(古木)속에서 용이 우짖느니라."
"무엇이 도 가운데 사람입니까?"
"해골 속의 눈동자이지."
그 스님은 알아듣지 못하고서 석상(石霜)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이 고목 안에서 용이 우짖는 것입니까?"
"그래도 기뻐하는 빛을 띠고 있구나."
"어떤 것이 해골 속의 눈동자입니까?"
"그래도 식(識)을 띠고 있구나."
이번에도 알아듣지 못하고 다시 스님께 물었다.
"어떤 것이 고목 속에서 용이 우짖는 것입니까?"
"혈맥이 끊기지 않는다."
"어떤 것이 해골 속의 눈동자입니까?"
"다 마르지 않았다."
"잘 모르겠습니다. 들을 수 있는 자가 있습니까?"
"온 누리에 듣지 못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잘 모르겠습니다. 고목 속의 울음이란 무슨 법문(章句)입니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듣는 자는 모두 죽는다."
그리고는 이어서 게송을 들려주셨다.
고목에 용이 우짖을 때 진실로 도를 보고
해골에 식이 없어야 눈이 비로소 밝아지리
기쁨과 식이 다할 때 소식도 다하는데
바로 그 사람, 어떻게 탁함 속의 맑음을 분별하랴.
枯木龍吟眞見道 髑髏無識眼初明
喜識盡時消息盡 當人那辨濁中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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