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설봉록雪峰錄

2. 법 어 59~74.

쪽빛마루 2015. 6. 10. 21:49

59.

 하루는 장생스님이 산에 들어와 스님께 절을 올리자 스님께서 물으셨다.

 “그대가 주지살이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소바리[牛具]는 있느냐?”

 “없습니다.”

 그 후 장생스님이 떠나려 하여 산을 나서는데 스님께서는 그를 격려해 주며 양식을 딸려 보냈다. 산문에 이르러 장생스님이 막 떠나려는데 스님께서 장생스님!” 하고 불렀다.

 장생스님이 고개를 돌리자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동산(洞山)스님이 말씀하신 것이야! 동산스님의 말씀이야!” 라고 하니 장생스님이 , 알겠습니다.” 하고는 곧 길을 떠났다.

 후에 원주가 스님께 물었다.

 “조금 전에 스님께서 동산스님의 말씀이다라고 하신 말씀은 무슨 뜻입니까?”

 스님께서는 손으로 입을 가리켰다가 또 다리를 가리키셨다.

 

60.

 한 스님이 산기슭에 암자를 짓고 여러 해 동안 머리를 깎지 않고 오직 한 자루의 나무국자를 만들어 개울가에 가서 물만 떠 마시고 살고 있었다. 그때 한 스님이 그에게 묻기를,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라고 하자 "개울이 깊으니 국자루가 길다"라고 하였다.

 그 스님이 돌아와서 스님께 그대로 이야기하였더니 스님께서는 그거 기괴한 일이구나!” 하셨다. 하루는 시자를 데리고 그를 찾아갔는데 머리깎는 칼을 가지고 갔다. 스님께서 그를 만나자마자 말할 수 있으면 너의 머리를 깎지 않겠다.”라고 하셨다.

 암주가 얼른 물을 가지고 와서 머리를 씻으니 스님께서 곧 그의 머리를 깎아주었다.

 

61.

 하루는 스님께서 부상좌에게 물으셨다.

 “임제(臨濟)스님은 3구(三句) 법문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어떤 것이 첫 번째 구절[第一句]인가?”

 부상좌가 눈을 들어 스님을 자세히 바라보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아직도 두 번째 구절[第二句]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것이 첫 번째 구절인가?”

 부 상좌가 두 손을 마주잡고[叉手] 뒤로 물러서자 스님께서는 , 음[吽吽]하셨다.

 

62.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으셨다.

 “이제 어디서 왔는가?”

 “불일(佛日)스님의 회하에서 왔습니다.”

 “이곳으로 올 때 해가 솟았던가?”

 “해가 만약 떴다면 설봉산을 다 녹여버렸을 것입니다.”

 이에 스님께서는 그만두셨다.

 또 다른 스님에게 물었다.

 “그대는 이름이 무엇인가?”

 “현기[玄機 : 신기한 베틀]라고 합니다.”

 “그 베틀에서는 하루에 베를 얼마나 짜는가?”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습니다.”

 “큰 방에 가서 참구나 하여라.”

 그 스님이 서너 발자국을 걸어가자 스님께서 가사가 땅에 떨어졌소!” 하셨다.

 그 스님이 고개를 돌리자 스님은 별안간 그를 때리며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꼴이 썩 좋구나!” 라고 하셨다.

 

63.

 하루는 스님께서 현사스님과 초경사 스님(혜릉스님을 말함)산에 놀러갔는데, 현사스님이 말하였다.

 “이 상골봉(象骨峰) 산마루를 보십시오. 불법이 있겠습니까? 만약에 있다고 한다면 어떻게 그 있음을 설명할 것이며, 없다고 한다면 또 어떻게 그 없음을 설명하겠습니까?”

 “그대는 무어라고 말하겠느냐?” 하고 묻자 초경스님이 있으면서 동시에 없다고 하겠습니다하니 현사스님이 말하였다.

 “만약 그렇다면 스님과 초경스님은 모두 앞만 알았지 뒤는 알지 못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어떻게 말하겠느냐?”

 “불법이 언제 있었던 적이 있습니까?”

 “어떻게 해서 있다없다를 말할수 있는지를 한번 말해보십시오. 아니면 없는 것입니까?”

 그리고는 현사스님이 다시 초경스님에게 물었다.

 “있다 없다는 말[有無句]을 어떻게 말하겠소?”

 “이것일 뿐인데 어떻게 있다 없다를 말합니까?”

 “그렇다면 초경스님은 또 어떻게 해서 있다 없다 말하고 있소?"

 "스님은 이게 무슨 심보이요?”

 “그런 도리가 아니오.”

 그러자 스님께서 현사스님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어떻게 있다 없다를 말하겠느냐?”

 “지금 이 자리는 있습니까, 없습니까?”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는 바깥에 있는 물건[外物]이 아닙니다.”

 

64.

 한 스님이 찾아와서 인사를 드리자 스님께서 물으셨다.

 "어디서 왔는가?"

 "남전장(藍田庄)에서 왔습니다."

 "왜 풀 속에 들어가지 않았나?"

 장경스님이 이 소식을 듣고 "험하구나!"라고 하였다.

 

65.

 하루는 스님께서 법어를 내리셨다.

 “이 일을 알고자 하는가. 그것은 하나의 옛거울[古鏡]과 같아서 오랑캐가 오면 오랑캐가 나타나고 중국사람이 오면 중국사람이 나타난다.”

 한 스님이 묻기를 "이 때 갑자기 밝은 거울이 온다면 어떻게 됩니까?" 라고 묻자

오랑캐든 중국사람이든 모두 숨어버린다라고 하셨다.

 

66.

 하루는 스님께서 현사스님과 길을 가다가 현사스님에게 말씀하셨다.

 “이 한 조각 땅에는 무봉탑(無縫塔)을 세웠으면 좋겠다.”

 “높이는 얼마나 하시렵니까?”

 스님께서 눈으로 아래위를 재어 보니 현사스님이 말하였다.

 “인간이나 천상에 태어날 복도 스님에게는 가당치 않으니 영산회상에서의 수기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어떻게 하겠느냐?”

 “높이는 여섯 자나 일곱 자면 됩니다.”

 

67.

 하루는 스님께서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망주정(望州亭)에서도 그대들과 만났고, 오석령(烏石嶺)에서도 그대들과 만났으며, 큰방 앞에서도 그대들과 만났었다.”

 

보복 종전(保福從展)스님이 아호 지부(鵝湖智孚)스님에게 물었다.

큰방 앞은 그만두고라도 망주정, 오석령 그 어디에서 만났단 말입니까?”

아호스님이 빠른 걸음걸이로 방장으로 돌아가자 보복스님도 큰 방으로 들어갔다.

 

68.

 하루는 스님께서 현사스님과 함께 울타리를 엮어매고 있다가 현사스님이 어떤 것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라고 묻자 스님께서 울타리를 잡고 흔드셨다. 이에 현사스님이 말하였다.

 “그렇게 헛고생만 해서 무얼 하시렵니까?”

 “그대는 어떻게 하겠나?”

 “대나무 껍질이나 이리 주십시오.”

 

69.

 하루는 새로 찾아온 스님에게 물으셨다.

 “그대는 이곳에 무엇하러 왔느냐?”

 “큰스님께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어느 것이 그대의 스님이냐?”

 그 스님이 안녕하십니까?”라고 하자 스님은 그를 걷어차며 이 여우 혼령아! 너에게 몽둥이 30대를 때려주겠다.” 하셨다.

 

70.

 하루는 스님께서 한 스님을 시험해 보려고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절중(浙中)에서 왔습니다.”

 “뱃길로 왔나? 육지로 왔나?”

 “두 가지 길을 모두 거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이곳까지 올 수 있었나?”

 “무슨 막힘과 걸림돌이 있겠습니까?”

 스님은 그를 때려 쫓아버렸다. 10년이 지난 뒤 그 스님이 다시 찾아오자 스님께서 물으셨다.

 “어디서 왔는가?”

 “호남(湖南)에서 왔습니다."

 "호남은 이곳에서 얼마나 되는가?"

 “멀지 않습니다.”

 스님께서는 불자를 세우며 물었다.

 “이만치 떨어져 있는가?”

 “그만한 거리라면 이곳에 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스님께서는 지난번과 같이 그를 때려서 쫓아버렸다.

 이 스님이 그 후 절에 주지를 맡게 된 다음 사람만 만나면 설봉스님의 욕을 하였다. 그런데 이 스님에게 함께 수행하던 스님이 있어 이 이야기를 듣고 특별히 그를 찾아가 물었다.

 “사형이 설봉스님을 찾아뵈었을 때 설봉스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셨기에 이렇게 그 분의 욕을 합니까?”

 그 스님이 두 번의 일을 이야기하니 함께 수행하던 스님이 꾸중하면서 당시 상황을 설파해주니 그 스님은 슬퍼 울면서 늘 한밤중에 향을 사르고 멀리 설봉산을 향하여 절을 올렸다.

 

71.

 하루는 스님께서 혜릉스님에게 물으셨다

 “옛스님이 말하기를 앞도 삼삼 뒤도 삼삼[前三三後三三]이라고 하였는데 그 뜻이 무엇인가?"

 혜릉스님은 밖으로 나가버렸다.

 

72.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 밖에서 왔습니다.”

 “달마스님을 만났는가?”

 “하늘은 파랗고 해는 환합니다.”

 “자기 일은 어떻게 되었나?”

 “또 무엇을 말입니까?”

 스님께서는 그를 때렸다.

 

73.

 스님께서 한 스님을 전송하면서 몇 발자국 걸어가다가 스님!” 하고 부르셨다. 그 스님이 고개를 돌려 돌아보자 길조심하시오라고 하셨다.

 

74.

 상당하여 불자를 들어올리며 말씀하셨다.

 “이것은 중하근기를 위한 것이다,”

 이 때 한 스님이 물었다.

 “상상근기가 왔을 때는 어떻게 합니까?”

 스님께서 역시 불자를 들어올려 보이자 그 스님이 그것은 중하근기를 위한 것입니다하니 스님께서 그를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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