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스님께서 정한 규칙[師規制]
영명사(영명사) 연수 지각(연수지각)선사가
비석을 세워 새김
출가한 사람이라면 먼저 정해진 규율을 따라 행실을 엄숙하게 해야 한다. 행실이 다듬어지고 나면 비로소 그 사람은 눈 밝은 스승을 골라 법을 묻고 도리를 가려낼 수 있다 하겠다.
또한 바른 도란 고요하기에 고금을 다해도 만날 길이 없으며, 시방의 온갖 중생[萬類]을 다 포함하기에 본래부터 둘이 아니다.
이와 같은 일은 세상 일을 빌려서 말한다면 주지살이를 들 수 있다. 주지하는 일은 상법(像法)*에 의해서 자기 자리에 앉아 모든 물줄기가 한 근원에 돌아가고 뭇 흐름이 바다에 모여들듯 중생의 마음을 거두어들여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옛말에 이르기를 “집에는 두 주인이 없고 나라에는 두 임금이 없다”라고 하였으니, 주인이 둘이면 반드시 싸우고 임금이 둘이면 다투게 된다. 하물며 스님의 생활이란 다툼이 없어야 하니 다툼이 있다면 스님이 아니다. 요컨대 3세를 통해 만 곳의 절에 주지케 하여도 마음이 편안하고 화합이 이루어진다면 그 근본 뜻을 잃지 않을 것이다.
一. 혹 어떤 사람이 선방[僧坊]에 귀의하여 속인 옷을 벗고 법복을 입고자 하거
든 그러한 모든 사람에게는 한 분의 주지께 귀의하여 시봉을 들도록 하라.
一. 주지가 둘이 아니면 다툼을 면하게 된다. 오직 부용 영훈(芙蓉靈訓)스승님
의 법규에 의거하면 그 참뜻을 알게 될 것이다.
一. 남전(藍田)과 장제(張際)의 두 장원(莊園)은 해마다 일에 밝은 스님을 교대
로 보내서 공급과 응대를 빠짐없이 맡아보게 하고 탑원(塔院)의 상주물(常
住物)은 그 절의 대중들에게만 공양토록 하고 절대로 주지와 다른 일을 상
의해서는 안된다.
一. 대중 안에 혹 늙고 병든 사람이 있어 스스로 자기몫을 감당하지 못하거든
일에 밝은 동자승을 보내 언제나 간호하고 시중들게 한다. 혹 동자승이 없
거든 대신 사미를 보내고 사미도 없거든 대중 스님들을 차례로 보내서 끝까
지 간호하고 시중들게 하여 어기는 일이 없도록 하라.
一. 혹 마을의 신도 가운데 정성어린 마음으로 예를 갖추어 법회를 청하는 사람
이 있으면 반드시 대중이 의논해서 법사를 할 수 있는 스님을 보내서 속가
의 비난과 의심을 면하라.
一. 이 절에서 출가한 사미나 동자승 또는 대중 스님 등이 아무 일 없이 절을 나
가거나 소임자나 대중들에게 말하지 않고 절을 떠났다가 돌아오면 곧 절에
서 내보내라. 별일이 아니고 큰 허물이 없이 돌아오거든 그 벌로 백배를 시
켜 살도록 내버려 두지만, 만약 그때도 지시나 규칙을 지키지 않거든 곧 절
에서 내보내라.
一. 이 절의 대중 가운데 혹 소임자가 아닌데도 지팡이나 나무 등을 빈번히 휘
둘러 대중을 불안하게 하거든 대낮에 절에서 내쫓아라.
위 사항은 주지하는 일에 관한 규정이다. 바라건대 주지 · 유나 · 수좌 및 대중들은 다 함께 이를 준수하여 어기거나 월권해서는 안되며 끝나면 다시 시작하여 길이 지니도록 하라.
광화(光化) 4년(901) 윤 6월 10일에 사문 의존(義存)이 발표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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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법(像法) : 불멸 후 500~1000년 사이의 불법. 믿음이 엷어져 상(像)에 의해서 가르침을 펴는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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