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전생에 쓴 능가경 / 장문정공(張文定公)
장문정공(張文定公 : 張齊賢, 宋 太宗 · 眞宗代의 총신)은 전생에 낭야사(琅耶寺)의 지장(知藏 : 장경각에서 경전에 관한 일을 맡아보는 소임)이었는데, 「능가경(楞伽經)」을 베끼다가 다 쓰지 못하고 죽게 되자 내생에 꼭 다시 쓰겠다고 발원하였다.
뒤에 제주(滁州)에서 지사(知事)가 되어 낭야산에 왔다가 도량을 두루 걸어다녔는데, 어쩐지 차마 떠날 수가 없었다. 이윽고 장경각에 이르자 퍼뜩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그리하여 대들보 사이의 경(經) 상자를 가리키며 "저것은 내 전생의 일이다!" 하고는, 가져오게 하여 들여다보니 과연 「능가경」이었으며 글씨체가 금생과 똑같았다. 한번은 그 경을 읽다가 "세간이 생멸을 떠난 것이 헛꽃 같은 일이며, 지혜는 유무가 있을 수 없어도 자비심을 일으킨다"고 한 대목까지 읽고는 마침내 자기 지견이 밝아져 게송을 지었다.
한 생각이라도 생멸이 있으면
천 가지 일이 유무에 묶이는데
신검의 칼끝을 가볍게 드는 곳에
쟁반 위의 구슬이 튀어나오네.
一念存生滅 千機縛有無
神鋒輕擧處 透出走盤珠
만년에 이 경(經)을 꺼내 소동파(蘇東坡)거사에게 보여 주면서 그 내력을 이야기하였더니, 소동파가 경 끝에 제(題)를 달고 그것을 비문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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