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방장실을 짓지 않고 대중과 함께하다 / 수기(修己)선사
장석사(仗錫寺) 수기(修己)선사는 부산 법원(浮山法遠)선사와 함께 행각하였고, 여산(盧山) 불수암(佛手巖)에 암자를 짓고 살기도 하였다. 뒷날에는 사명산(四明山) 깊숙히 들어가 십여 년을 홀로 살았는데, 범과 표범이 나타나도 삼매를 닦은 힘 때문에 한번도 두려워하는 빛이 없었다. 한번은 이렇게 말하였다.
구불구불 험한 산길에 찾아오는 사람 없고
적막한 구름 속에 한 사람 뿐이어라.
羊腸鳥道無人到 寂寞雲中一箇人
뒤에 승속이 모두 그의 도풍을 듣고 흠모하게 되었는데, 산에 산 지 40여 년 되도록 집안에 쌓아둔 물건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겨울이나 여름이나 누더기 한 벌로 지내며 오직 절 일으킬 것만을 생각하여, 여러 해에 걸쳐 힘쓴 끝에 선림을 이루게 되었다. 대중들에게 필요한 물건은 많이 갖추어 놓았으나 방장실만은 짓지 않고 대중과 함께 거처하였으니, 이는 아마도 수기선사가 방을 따로 쓰면서 편안하게 지내는 일을 마음에 두지 않았기 때문일것이다.
나중에 지사(知事) 온궁(蘊躬)이라는 사람이 선사가 먼 곳에 출타한 틈을 타서 방장실을 지어놓았다. 당시 달관 담영(達觀曇潁 : 989~1060, 임제종)선사가 설두산(雪竇山)에서 법을 펴고 있었는데 이 소식을 듣고 이렇게 감탄하였다.
"본색종장이 아니면 좋은 보필이 있을 수 없고 좋은 보필자가 아니라면 도인의 덕을 높일 수가 없다." 「장석달관비(仗錫達觀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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