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비구라는 말의 뜻 / 대지(大智)율사
대지(大智)율사가 지은 「비구정명(比丘正名)」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범어로는 필추(苾蒭 : 比丘)며 중국어로는 걸사(乞士)니 안으로는 법을 빌어 성품을 돕고 밖으로는 밥을 빌어 몸을 돕는다. 부모는 사람 중에 가장 가까이 할 사람이나 가장 먼저 그 인연을 끊고, 수염과 머리카락은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것이지만 모조리 깎아 없앤다. 칠보가 창고에 넘치는 부도 초개같이 버리고 일품(一品) 벼슬에 달하는 명예도 구름이나 연기만도 못하게 보면서 무상(無常)함에 진저리를 내어 모든 현상[有]의 근본을 깊이 캔다.
뜻을 높이고자 하면 반드시 몸을 낮추어야 하니 잡고 있는 주장자는 마른 찔레나무요, 들고 있는 발우는 깨진 그릇과 다를 바 없다. 어깨에 걸친 회색 옷은 다 떨어진 누더기며 팔꿈치에 둘러 멘 걸망은 영락없는 푸대자루다. 청정한 생활은 이미 팔정도(八正道)에 맞고 검약한 처신은 사의행(四依行)에 맞으니 구주사해(九州四海)가 모두 내가 가는 길이며, 나무 밑 무덤 사이 모두 내가 쉬는 곳이다.
삼승(三乘)의 좋은 수레를 타고 부처님이 남기신 자취를 밟으며 거룩한 가르침을 어김없이 받아 가지니 진정한 불제자다. 세상 인연을 만나도 흔들리지 않으니 실로 대장부다. 마군과 싸워 이기고 번뇌 그물을 열어 제쳐 만금의 훌륭한 공양도 받을 만하며 사생(四生)의 복밭이 되는 것도 헛된 것이 아니니 걸사라는 뜻은 바로 이런 것을 말함이 아니겠는가? 「지원집(芝園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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