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부뚜막 앞에서 선정에 들다 / 지자 의(知者顗)선사
지자 의(知者顗)선사가 대중에게 설법하였다.
"예전에 큰스님 한 분이 주지살이를 하면서 공양주에게 늘 죽을 쑤게 하였다. 하루는 그 공양주가 생각생각에 다 타들어 가는 장작불을 보면서 덧없이 흘러가는 세상이 이보다 더 빠름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부뚜막 앞에서 고요히 선정(禪定)에 들었다. 며칠 만에 일어나 그 절 상좌에게 가서 깨친 경계를 자세히 이야기하였는데, 법을 말하는 것이 자못 깊었다. 그러자 상좌는
'그대가 이제까지 말한 것은 나도 아는 경계지만 지금 말한 것은 내 모르니 더는 말하지 말라' 하면서 이렇게 물었다.
'그대는 숙명통(宿命通)을 얻었는가?'
'조금은 압니다.'
'무슨 죄로 천한 몸을 받고 무슨 복으로 깨달음을 이루었는가?'
'저는 전생에 이 산의 주지였는데, 손님이 오는 바람에 모자라는 대중의 나물 반찬을 축낸 일이 있었습니다. 그 일로 견책을 당해 지금 대중의 부림을 받게 되었으나 전생에 닦던 바를 잊지 않았기에 쉽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 「국청백록(國淸百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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