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인천보감人天寶鑑

69. 불상이 허물어져도 / 문로공(文潞公)

쪽빛마루 2015. 7. 20. 10:13

69. 불상이 허물어져도 / 문로공(文潞公)


문로공(文潞公)이 낙양(洛陽)에 있을 때 한 번은 재를 올리러 용안사(龍安寺)에 가서 불상을 우러러 보고 예불을 드렸다. 하루는 홀연히 불상이 허물어져 땅에 떨어지니 공이 그것을 보고 조금도 공경하는 기색없이 오직 뚫어지게 바라만 보다가 나가버렸다. 옆에 있던 스님이 왜 예불을 안하느냐고 물으니 불상이 허물어졌는데 내가 어디다 예불을 하겠느냐고 하였다. 그러자 그 스님이 말하였다.

 "옛 성인은 이런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이가 개인적으로 관리들이 다니는 길에서 흙을 파다가 불상을 만드니, 지혜로운 사람은 길가의 흙인줄 알지만 어리석은 범부는 불상이 생겼다고 한다. 뒷날 관리가 지나가려고 도로 불상으로 길을 메우니 불상은 본래 생겼다 없어진 것이 아니고 길 역시 새 길 옛 길이 없다'라고 하였습니다."

 공은 이 말을 듣고 느낀 바 있어 이로부터 도를 흠모하는 데 매우 힘써 아흔이 넘도록 아침에 향사르고 저녁에 좌선하는 일을 한 번도 빠뜨린 일이 없었다. 공은 매일 다음과 같이 발원하였다.

 "저는 항상 정진하여 모든 선업을 부지런히 닦고 싶습니다. 저는 심종(心宗)을 깨달아 모든 중생을 널리 제도하고 싶습니다." 「매계잡록(梅溪雜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