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 불조선사에게 보낸 글 / 효종(孝宗)황제
효종(孝宗)이 불조(佛照德光 : 1121~1203)선사에게 손수 써 준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선사께서 말씀하신 보살10지(菩薩十地)란 수행해나가는 단계를 말하는 것이니, 범부에서 성인의 경지에 들어감을 어찌 의심하겠습니까.
실다운 경지를 몸소 밟아 하루 스물네시간 한번도 끊어지는 적 없이 완전하게 익어진 경지에 이르면 더러움과 깨끗함이 모두 장애가 되고, 작지임멸(作缺任滅)*이 다 병통[禪病]이 되는 줄을 비로소 알았습니다. 선사께서 말씀하신대로 항상 마음의 칼을 휘둘러 등뼈를 곧추세우고 발심정진을 해도 오히려 물러날까 걱정스럽습니다.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되면 늘 조심스러워 한번도 감히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속인들은 선을 허공에 뜬 것이라 생각하고 교학을 희론으로 생각하니 그들은 이토록 도를 모르고 있습니다. 이 지극히 큰 일을 어찌 붓으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마는 그저 내 생각을 적어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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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각경 보안보살장에서 설명하는 네 가지 병통. 작(作)은 어떤 목적을 위해 꾸준히 작용하는 것, 지(止)는 그 작용을 그치는 것, 임(任)은 되는대로 놔두는 것, 멸(滅)은 적멸을 추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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