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나호야록羅湖野錄

22. 임제종을 중흥하다 / 오조 법연(五祖法演)선사

쪽빛마루 2015. 8. 21. 13:13

22. 임제종을 중흥하다 / 오조 법연(五祖法演)선사

 

 오조 법연(五祖法演)스님이 백운사(白雲寺)에 있을 때 방아 찧는 일을 맡았는데, 하루는 단(端)화상이 찾아와 스님에게 말하였다.
 "여산에서 선객 몇 사람이 찾아왔는데, 그들에게 따져 물어보니 모두 깨달은 바 있었고, 말을 시켜 보니 말에 근거가 있었고, 사례를 들어서 물어 보아도 역시 밝았다. 그러나 화두에다 한마디 붙여보라 하니 말을 하긴 하지만 미진한 데가 있었다. 그대는 어떤지 말해 보아라."

 법연스님은 이에 큰 의문을 품고 혼자 스스로 생각하였다.
 "이미 깨달은 바도 있고, 설법도 하고 기연에도 밝은데 어찌하여 미진하다는 말인가?"
 이렇게 며칠을 참구한 끝에 갑자기 깨닫게 되어 이제껏 보물처럼 아끼던 것을 한꺼번에 놓아버렸다. 그후 한번은 이렇게 말했다.
 "내 이 일로 온몸에 구슬땀을 빼고는 밝아졌다. 그리하여 짐을 모두 벗어 놓으니 그 상쾌함은 맑은 바람같았다."

 설당 행(雪堂行 : 임제종 양기파) 선사가 송을 지어 이를 표현하였다.

 

뒤통수에 방망이 한 대 맞고 제정신을 잃으니
아무것도 없어 깨달음도 끊겼고
아무것도 없어 주고 받음을 떠났네
짐 내려 놓으니 이 맑은 바람을 누구와 함께 할까.

腦後一椎喪却機  淨倮倮兮絶承當

赤灑灑兮離鉤錐  下載淸風付與誰

 

 아! 임제스님의 법을 중흥시킨 사람은 오조(五祖)선사이다. 그러나 그는 백운사에서 날마다 궂은 일을 맡아 대중스님의 식량을 대었으니 매우 부지런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창 밝은 방에서 기거했다거나 총애를 얻어 벼슬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으니 무엇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