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하루 열두 때를 노래함 / 담당 문준(湛堂文準)선사
보봉사(寶峰寺) 담당 준(湛堂文準)선사의 십이시송(十二時頌)은 다음과 같다.
닭이 우니 축시(丑時)라
염불을 시작하는데 입벌리기 귀찮구나
종루에 올라서 두 세번 종을 치니
잠자던 새 깜짝 놀라 방장실 뒤로 사라지네
새벽이니 인시(寅時)라
도 있는 이 찾아가 친히 배우게나
옛 성인의 자비로운 가르침을 듣지 못하였나
어리석고 미친 자를 가까이 하지 말라고
해가 뜨니 묘시(卯時)라
큰 도는 분명하니 밖에서 찾지 마오
일상생활 여기저기 눈 앞에 있나니
어디서나 근원을 만나 종초(種草)를 꺼낸다
공양하는 진시(辰時)라
마음에 걸리는 일 하나도 없으니
천리 밖 흰구름에 피어나는 산빛이여
한줄기 시내 위에 흐르는 물, 그 소리 잠잠하네
해가 중천에 오니 사시(巳時)라
훌륭한 스님들이여, 제일의제(第一義諦)를 볼지어다
그곳에서 시비를 찾아보나
언제는 견해가 둘인 적이 있었던가
해가 남쪽에 있으니 오시(午時)라
이(理)와 사(事)가 서로 알고 서로 만나
절문에서 석등 끝을 반듯이 비춰주니
다른 곳에서 돌아갈 길을 묻지 말아라
해가 기우는 미시(未時)라
법신은 청정하여 비할 바 없으니
멀고 가까운 하늘과 땅, 동서 끝까지
천산 만산이 푸른 산빛이어라
해질녘 신시(申時)라
원래 대도란 가깝거나 먼 것을 끊었으니
햇살 따스한 구월이면 온갖 꽃이 피어나
호롱박 속에 또 하나의 봄이 있음을 믿어야 하리
해지는 유시(酉時)라
고요한 방에 향 사르고 호젓이 앉았노라니
홀연히 오른 달 동창으로 들어와
내 자리맡을 비추니 좋은 향기 감도네
황혼이 지는 술시(戌時)라
종루의 범종소리에 해는 벌써 사라지고
객사에 머문 길손 갈 길이 아득한데
꽃 위에 놀던 벌들도 꿀 찾는 일 쉬었네
인정치는 해시(亥時)라
이때야말로 늙은 쥐의 세상이라
침실 앞에 등불이 홀연히 꺼지니
상 맡에서 나의 짚신꾸리를 긁어대는구나
한밤중 자시(子時)라
꿈 속에 분명 남 시키는 대로 하여
밤새껏 약을 짓다 동이 텄는데
일어나 보니 어느 곳에도 약초는 없네.
雞鳴丑 念佛起來嬾開口
上樓敲磬兩三聲 驚散飛禽方丈後
平旦寅 當人有道事須親
不聞先聖有慈訓 莫認癡狂作近鄰
日出卯 大道分明莫外討
日用縱橫在目前 逢原左右拈來早
食時辰 更無一法可當情
千里出山雲有色 一源投㵎水無聲
禺中已 龍象須觀第一義
若向其中覓是非 見解何曾有二二
日南午 理事相諳更相互
三門拈向燈籠頭 休問他家覓歸路
日映未 法身淸淨絶方比
乾坤遐邇盡東西 千山萬山翠相倚
哺時申 由來大道絶親疏
陽和九月百華發 須信壺中別有春
日入酉 淨室焚香孤坐久
忽然月上漏東牕 照我狀前瑞香斗
黃昏戌 樓上鳴鐘已落日
行人旅店宿長途 華上遊蜂罷釆蜜
人定亥 老鼠此時正無碍
忽然燈滅寢堂前 牀前咬我靸鞵袋
半夜子 夢裏分明被人使
連宵合藥到天光 起來何處有白芷
묘희 노스님이 이 송을 음미한 후 그 뒤에 글을 붙였다.
"담당노인이 지은 12시송은 그 가풍이 조주스님 못지 않으나 어록이 없다. 그래서 시자 요덕(了德)에게 몇 부를 베껴 대중방에 보내 여러 납자들에게 반야의 인연을 맺어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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