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나호야록羅湖野錄

47. 잘못 편집된 염송을 지적하다 / 설당 도행(雪堂道行)선사

쪽빛마루 2015. 8. 21. 13:25

47. 잘못 편집된 염송을 지적하다 / 설당 도행(雪堂道行)선사

 

 오거사(烏巨寺) 설당 행(雪堂道行)선사가 정 무염(淨無染)선사에게 보낸 서신은 다음과 같다.

 

 "요사이 선승들의 전기를 읽다가 옛분들의 기연에 대한 녹공(錄公)의 염송(拈頌)을 보았습니다. 그 중에 한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무엇이 법당 안의 일입니까?'*라고 물은 데 대하여 '하나의 해골 속에 하늘을 떠받치고 땅을 받쳐주는 사람이 있는 줄을 알아야 한다' 하신 말씀(拈)이 있었습니다. 제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것을 베겨쓰는 과정에서 잘못된 것이지 결코 녹공의 말이 아닐 것이라는 의심이 듭니다. 왜냐하면 양기(楊岐)스님의 자손은, 보고 알고 하는 것[鑑覺]을 결코 인정하지 않았는데, 만일 그것을 인정한다면 5음 18계를 벗어날 수 없었을 터이니 선문이 특별
하다고 할 것이 있겠습니까. 이 기연을 놓고 저도 송을 지은 것이 있습니다. 사랑하고 보살펴주는 그대를 믿고 부질없이 송을 들려줄까 합니다.


우뚝한 곳에 서지 않으면 기연이 높지 못하니
조주스님은 하자가 없는 분이다.
당장 불전 속을 집어내니
눈 앞에 가물거리는 것들이 사라져 버리네.

不立孤危機未峻  趙州老子玉無瑕

當頭指出殿底裏  剗盡茫茫眼界華"

 

 행선사는 진정한 자비로 청하지 않았는데도 벗이 되어 서신으로 그의 잘못된 염송을 바로 잡아주고 또 게송으로 조주스님의 뜻을 밝혀 선문에 도움이 되었다. 만일 우리가 잘못된 점을 말하지않고 제멋대로 꾸며 나간다면 밝은 안목을 지닌 분들의 웃음거리가 될 뿐만 아니라 법을 비방하는 잘못을 불러들이게 될 것이니 경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 한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법당안에 있는 것이다." "법당안에 있는 것이야 진흙으로 빚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법당안에 있는 것이다." "제가 우둔하여 알지 못하겠으니 스님께서 가르쳐 주십시오" "아침에 죽을 먹었는가?" "먹었습니다." "발우를 씻었는가?" 그 스님이 당장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