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나호야록羅湖野錄

40. 게송 2수 / 초신(超信)선사

쪽빛마루 2015. 8. 21. 13:46

40. 게송 2수 / 초신(超信)선사

 

 소주(蘇州) 정혜사(定慧寺)의 신(超信 : 임제종)선사는 초년에 백장스님의 들여우 화두[野狐話頭]에 송을 써서 총림에서 명성을 얻었다.

 

떨어지지도 어둡지도 않는다는
이 두 가지는 모두가 잘못이네
얻고 버림을 잊지 못하고
알음알이로 헤아렸으니
말에 집착하고 매여서
포승줄도 없는데 스스로 묶이도다


봄이 오니 꽃이 피고
가을이 오니 낙엽이 지는데
툭툭 떨어지는 소리
보화(普化)스님 요령 소리인 줄을 그 누가 알까.*

 

不落不昧  二俱是錯

取捨未忘  識情卜度

執滯言詮  無繩自縛

 

春至華開  秋來葉落

錯錯誰知  普化搖鈴鐸

 

 또 어느 노승에게 보낸 게송은 다음과 같다.

 

속가의 나이가 얼마나 되었소
긴 눈썹은 털옷에 싸인 듯 하여라
경문을 보려하면 작은 글자에 짜증내고
일을 물을 때면 큰소리 좋아하네


진종일 햇살 아래 등을 쪼이고
오르막 계단을 점점 힘들어 하며
나도 지난날 젊은 시절엔
높은 산 두세번 올랐다 하네.

 

俗臘知多少  龐眉擁毳袍

看經嫌字小  問事愛聲高

 

曝日終無厭  登階漸覺勞

自言曾少壯  遊嶽兩三遭

 

 신선사는 밝은 안목을 가진 큰스님으로서, 이 글이야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노승의 늙은 모습과 정서적인 취향을 잘 묘사하여 도리어 절묘의 극치를 이루었다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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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화(普化)스님은 언제나 요령을 흔들면서 시장거리를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