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나호야록羅湖野錄

38. 황룡사 문에 써 붙인 글 / 사심(死心)선사

쪽빛마루 2015. 8. 21. 13:45

38. 황룡사 문에 써 붙인 글 / 사심(死心)선사

 

 사심(死心)선사는 대관 원년(大觀 : 1107) 정해 9월에 홍주자사 이경직(李景直)의 명으로 황룡사(黃龍寺)의 주지가 되었는데 그 이듬해 문에 방을 써 부쳤다.

 

 "문을 맡은 행자들에게 바라노니 손님이 오거든 시간을 정하여 알려주고, 부랑자와 소인배들이 이곳에 와서 도박을 벌이도록 용납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항상 깨끗이 청소하라. 사찰에 세개의 문을 설치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공(空), 무상(無相), 무작(無作)의 세 가지 해탈 문이니라. 이제 보리(菩提)의 경지에 오르고자 한다면 반드시 이 문을 통해 들어와야 한다. 이 문은 높고 낮은 데를 모두 응하고 멀고 가까운 데에서 함께 돌아오는 문이나 이 문으로 들어오려는 자는 먼저 자기 마음을 비워야 한다. 자기 마음이 비워지지 않았으면 여전히 문 밖에 있는 것이다.
  무자년(1108) 9월 18일, 사심(死心)노인 씀."

 

 사심선사는 평소 불조가 계신 것처럼 제자들을 꾸짖었으며 빈객들에게도 차별을 두지 않았다. 그의 말은 법이 되면서도 준엄하고 간단하면서도 뜻이 갖춰 있으니 세간과 출세간에 모두 알맞는 말이랄 수 있다. 만일 법을 지키는 자가 모두 이와 같이만 한다면 총림이 부진할까를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