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소 치는 법을 배우다 / 곽공보(郭功甫)
단(守端 : 임제종 양기파)스님이 황우 4년(皇祐 : 1052)귀종사(歸宗寺)의 서재[書堂]에 머물때, 곽공보가(郭功甫)가 성자주부(星子主簿)에 임명되어 수시로 오가며 심법을 물었다. 그 뒤 단스님은 승천사(承天寺)의 주지가 되어 원통사(圓通寺)로 옮겨갔고, 곽공보도 강주(江州) 덕화위(德化慰)가 되어 더욱 가까디서 오가게 되었다. 단스님이 서주 백운산 해회사(海會寺)로 옮기게 되자 곽공보는 길을 떠나는 날 단스님을 찾아가 뵈었다. 단스님이 물었다.
"소가 순한가?"
"순합니다."
이 말에 스님이 갑자기 큰 소리로 그를 꾸짖으니 곽공보는 자기도 모르게 두손을 마주잡고 섰다. 단스님은 "순하구나, 순해!" 하고는 곽공보를 위하여 법당에 올라 이 뜻을 밝혀 주었다.
소가 산중에 오니
물도 풀도 풍요롭다
소가 산을 떠나가니
동쪽으로 떠받고 서쪽으로 떠받는다.
牛來山中 水足草足
牛出山去 東觸西觸
또한 그와 헤어지게 되자 게송을 지어 송별하였다.
훌륭하신 공자님,
삼천 제자를 가르치시니
예(禮)를 알았다 하리라.
上大人丘乙己
化三千可知禮*
그후 얼마 되지 않아서 입적하시니 곽공보가 스님의 탑비명을 지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스승의 도는 불조를 뛰어넘었고
선사의 말씀은 고금에 통달하였네
거둬들이면 실오라기도 없고
풀어놓으면 맹호와 같도다.
師之道 超佛越祖 師之言 通今徹古
收則絶纖毫 縱則若猛虎
이는 스님을 알고 한 말이랄 수 있다. 옛사람은 스님들을 만나 이야기하면 한나절의 한가한 시간을 얻었다 하여 이를 시로 나타냈다. 곽공보는 더구나 소를 키우는 법을 배워 마침내 순수함을 이뤘으니 스님의 탑비명을 짓는 일은 당연히 과분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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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는 흔히 알려진 자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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