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선본초(禪本草)」/ 혜일 문아(慧日文雅) 선사
여산(廬山)의 혜일 아(慧日文雅)선사는 진정(眞淨)선사의 훌륭한 제자이다. 일찍이 「선본초(禪本草)」한 편을 저술한 바 있다.
"선(禪)이란 맛이 달고 성질이 서늘하여 심장을 편하게 하고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며 막힌 곳을 열어주고 혈맥을 통하게 한다. 정신을 맑게 하고 의지를 다져주며, 안색을 좋게 하고 번뇌의 열기와 더러움을 없애며 모든 독을 잘 풀어주고 온갖 병을 낫게 해 준다. 약이란 인간을 살려내는 것으로서 크거나 작거나 껍데기거나 골수거나 거칠거나 정밀한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중에 정밀한 것을 얻은 이는 양약이 되어 범인과 성인, 그리고 높은 이, 비천한 자 모두를 치료할 수 있다. 그 나머지는 대부분 총림에서 한가히 음풍영월 하는 자들이며, 세상에 어느 무리들은 명성의 껍질
을 가지고서 약이라 하니 먹으면 사람의 목숨을 해치기까지 한다. 그윽하게 통하고 은밀하게 드러나는 것은 깨달은 자가 아니고서는 알 수 없다. 그런 이들은 수련이라는 조제를 빌리지 않아도, 단 한번의 복용으로 결박을 풀어주듯이 그의 고뇌를 벗겨준다. 그 효과를 소매속에 넣어두면 사람에게 장수를 약속한다. 이 때문에 불조(佛祖)는 이 약으로 일체 중생의 병을 치료하시어 '큰의원[大醫王]'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니 마치 세상의 밝은 등불이 어두운 집착의 세계를 깨주는 것과 같다.
그러나 생각이 혼미하고 가리워졌으며 신심이 없는 자는 불치병을 얻은 자이며, 망령스럽게 귀신에게 물들어 생사에 방황하는 자는 구제받을 수 없는 자이니 가슴 아픈 일이다."
아! 세상에서는 한퇴지(韓退之)의 모영전(毛潁傳)을 익살스럽고 재치있는 문장이라 하였는데 이 「선본초」를 그 문장에 견줄 수 있지 않을까? 먼저 부처님을 큰의원[大醫王]이라 하였으니, 그렇다면 불경은 의서(醫書)가 아니겠는가. 더구나 「선본초」에서는 경의 내용을 가지고 증세를 자세히 살펴 처방을 내렸으니 이 약을 복용하는 자는 반드시 크나큰 안락을 얻을 것이다. 이러한 점으로 살펴보면 아선사는
이 책을 괜히 쓴 게 아니다.
'선림고경총서 > 나호야록羅湖野錄' 카테고리의 다른 글
50. 기민한 심부름꾼 / 영암 안(靈巖安) 선사 <終> (0) | 2015.08.21 |
---|---|
49. 「선본초」와「포자론」/ 담당 준(湛堂準)선사 (0) | 2015.08.21 |
47. 백장 대지선사의 영정찬 / 백장 진(百丈珍)선사 (0) | 2015.08.21 |
46. 명성과 덕망이 누가 될 때도 / 화(和)암주 (0) | 2015.08.21 |
45. 참선을 하려면 쇠로 만든 사람이 되어야 한다 / 이문화(李文和) (0) | 2015.0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