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시자 법영(法榮)에게 주는 글
도를 배우는 사람은 부지런히 생사 문제를 가슴에 품고 밤낮으로 고생을 꺼려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선지식을 섬겨 한 마디 반 마디 말에서 깨달음의 약을 찾아야 한다. 꾸짖고 배척하는 갖가지 나쁜 경계를 만난다 해도 힘써 전진해야 한다. 숙세의 훈습으로 이루어진 자연종지(自然種智)가 아니면, 반드시 주저하거나 혹은 물러나 후회하리라. 여기에서 편안하여 애초부터 자신이 세웠던 원을 움직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못 얻기란 어렵다. 그러나 본래 있는 이 성품에서 나타나 작용한 견문각지는 부모를 통해 나지도 않고 경계로 해더 빼앗기지도 않는다.
만약 지난날의 지해를 따르기만 하면 즉시 업식(業識)에 떨어진다. 매섭게 한쪽으로 뿌리치고 텅비고 고요함만을 지키면서 한 생각도 나지 않는 경지에 도달하여, 해로(解路)를 번쩍 뒤집어서 기연에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 당장에 분명히 알아 털끝 만큼도 의심할 틈이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깨달아 두번째가 없으면, 현묘한 이성도 스스로 벗어버리는데 더구나 세간의 사물에 끄달리겠느냐.
그러므로 옛사람은 즉심즉불(卽心卽佛)에서 큰 역량을 얻었고, 마치 활활 타는 뻘건 용광로 속을 투철히 통과하듯 불조조차 세두지 않았다. 단지 꽉 움켜잡아 주인이 되어 산에 머문 것이다. 모름지기 이렇게 십년 공부를 전일하게 쏟아야 들어갈 길이 생긴다.
조주스님은 "그대가 자기 자리에 십 년을 앉아 있었는데도 선(禪)을 알지 못한다면 내 머리를 베어가라"하였다.
결코 말이나 기연경계에 있지 않으니, 요컨대 마음과 의식을 쉬어야만 완전히 편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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