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칙
조산의 법신[曹山法身]
시중 |
대중에게 보이시다.
지혜있는 모든 이는 비유로써 깨달음[解]을 얻으라 하셨는데 만일 비유로 미치지 못하고 사례로 견줄 수 없는 곳은 어떻게 설명할꼬?
본칙 |
드노라.
조산(曹山)이 덕상좌(德上座)에게 묻되 "부처님의 참 법신[佛眞法身]은 허공과 같아서
-법으로는 바늘 하나 통하지 않으나
사물에 응하여 형상을 나타냄이 마치 물 속의 달과 같다.
-사사로이는 수레로 통한다.
어떻게 해야 그 응하는 도리를 설명할 수 있을까?" 하니,
-두 손을 모으고 앞으로 다가서서 "예" 라고 했어야 한다.
덕상좌가 이르되 "노새가 우물을 엿보는 것 같습니다" 하였다.
-지는 꽃은 뜻이 있어 유수를 따라가는데…….
조산이 다시 이르되 "이르기는 대단하게 일렀으나 겨우 팔분만을 일렀다" 하니,
-천 리까지 볼 수 있는 눈의 기능을 다 발휘하고자 한다면
덕상좌가 되묻되 "화상께서는 어떠하십니까?" 하매,
-다시 한 층의 누각을 오르라.
조산이 이르되 "우물이 나귀를 엿보는 것 같느니라" 하였다.
-흐르는 물은 무심하여 낙화를 보낸다.
평창 |
스승께서 이르시다.
무주(撫州) 땅, 의황(宜黃) 조산(曹山)의 본적(本寂)선사는 탐장(耽章)이라고도 하는데 필시 사후에 내린 시호일 것이다. 처음에 동산(洞山)을 떠나 조계에 들어가서 육조의 탑에 참배하고 길주(吉州)의 길수(吉水)로 돌아오니, 대중이 그 명성을 듣고 모여들어 법석 열기를 청하였다. 선사는 조계를 본받으사 사는 곳마다 조(曹)자를 넣어 이름을 지었으니, 동산의 종지가 선사에 이르러 가장 융성하였으므로 '조동종'이란 칭호가 있게 되었다.
조산선사가 덕상좌에게 묻되 "부처님의 참 법신은 허공과 같아서 사물에 응해 형상을 나타냄이 마치 물 속의 달과 같나니, 어찌해야 그 응하는 도리를 설명할 수 있겠는가?" 하였으니, 이 네 구절은 부처님을 찬탄한 것으로서 본래는 「금광명경(金光明鏡)」 고본(古本)에서 나온 것인데 이미 허공과 같다면 어떻게 사물에 응하는가 하는 내용이다. 각범(覺範)이 제바(提婆 : 용주의 제자)존자를 찬(贊)하는 말에 이르되 "인연에 응하여 나타나되 사유(思惟)에 떨어지지 않으셨다. 그러므로 바리때의 물에 바늘을 던졌다" 하였다.
덕상좌가 이르되 "마치 노새가 우물을 엿보는 것 같다" 하였으니, 이 어찌 정식(情識)과 계교로 가히 미칠 바이겠는가? 오랫동안 단련을 겪어서 안목을 갖추지 않은 납자에게는 그러한 경지에 이르렀음을 허락하지 않는 대목일 것이요, 만일 소인의 작태로 향상의 관려자[向上關棙子]가 없는 이였다면 두 말 없이 그를 긍정하는 말일 것이다.
조산은 이르되 "이르기는 대단하게 일렀다마는 겨우 팔분만을 일렀다" 하였으니 마치 저울로 달아본 것 같고 덕상좌가 이르되, "그렇다면 화상께서는 어떠하십니까?" 하였다. 이 한 수작[一拶]은 이치가 다하고 말이 궁극했지만, 감히 이르노니 "제가 말한 '노새가 우물을 엿보는 것 같다'고 한 한 구절을 벗어날 수 없다 하겠거늘 그가 그저 조심스럽게 겨우 슬쩍 스쳐지났을 뿐이니 가히 끼리끼리 부딪치면서 자라난다" 하리라. 이것이 조동종의 근원이 되는 까닭이니, 천동은 이 두 마디가 엎치락뒤치락한 것을 매우 사랑하여 한꺼번에 송으로 읊어냈다.
송고 |
노새가 우물을 엿보고
-오경 첫새벽에 일어났는데
우물이 노새를 엿본다.
-밤부터 다니는 이가 또 있구나!
지혜는 수용함이 끝이 없고
-천하의 납자가 뛰어넘지 못하고
청정은 양육함[涵養]에 남음이 있다.
-만상(萬像)이 그 그림자를 도망시킬 수 없다.
팔꿈치 뒤의 부적[印]을 누가 분별하랴?
-하늘 눈, 용의 눈동자라도 능히 엿보지 못한다.
집 안에는 책을 쌓아두지 않는다.
-참된 글은 쉬지[醋] 않는다.
베틀도 실도 북[梭]에 걸지 않는 일이여,
-꽃도 줄지 않았고
문채는 가로 세로로 속마음이 다르다.
-꿀은 여전히 이루어진다.
평창 |
스승께서 이르시다.
반야는 지각이 없으되 알지 못하는 바가 없으므로 청정은 양육함에 남음이 있다고 하였다.
진(晋)의 원제(元帝) 영창(永昌) 원년에 왕돈(王敦)이 무창(武昌)을 진압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켜 대궐을 침범했다. 이때 도협(刀協)이 황제에게 권하되 "왕씨(王氏)를 모두 베시오" 하였는데, 왕도(王導)는 군졸을 거느리고 대(臺) 앞에 나아가 벌을 청하고 있었다. 이때 주의(周顗)가 조정에 들어가려는데 왕도가 부르면서 말하되 "백인(伯仁)이 별별 소리를 다하면서 그대를 나무라더라" 하였는데 주의는 돌아보지도 않았다. 대내(大內)에 들어가자 왕도의 충성을 극구 변론하고 매우 간절하게 구원을 청하였다. 대내에서 나오는데 왕도가 아직 문 앞에 있다가 또 불렀건만 응답하지 않고 혼잣말로 이르되 "금년엔 역적을 잡아서 말[斗]만한 금부적[金印]을 받아서 팔꿈치 뒤에다 매달 것이다" 하였다. 그리고 이내 다시 표(表)을 올려 왕도의 무죄를 밝혔는데 왕도는 그런 줄도 모르고 매우 원망하였다. 나중에 왕돈의 군사가 도착하여 왕도에게 묻되 "주의를 살려줄까?" 하였는데, 왕도가 응하지 않자 왕돈은 주의를 죽였다. 왕도가 나중에 궁중문서를 검열하다가 주의가 자기를 구제키 위하여 표를 올렸던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면서 이르되 "유명(幽冥) 사이에서 이렇게 좋은 벗을 저버렸구나!" 하였다.
총림에도 팔뚝 뒤의 부적[肘後符]이란 말이 있으니, 「춘추(春秋)」후어(後語)에 조간자(趙簡子)가 여러 아들에게 이르되 "내가 팔뚝 뒤의 부적을 상산(常山) 위에다 숨겨두었으니, 먼저 얻는 자에게는 상을 주리라" 하였다. 여러 아들이 앞다퉈 산으로 올라가서 찾았으나 아무것도 얻지 못했는데 오직 양자(養子) 무휼(毋卹)만이 돌아와서 이르되 "무휼이 이미 부적을 얻었으나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분별하지 못합니다" 하였다. 조간자가 자세히 설명하기를 명하니, 무휼이 이르되 "상산으로부터 내려오노라면 임대(臨代)라는 고을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매, 조간자가 이르되 "무휼은 어질도다" 하고는 태자로 세웠다.
운암(雲岩)이 대중에게 보이되 "어떤 집 아이에게 무엇을 물으면 모르는 것이 없더라" 하니, 동산(洞山)이 나서서 묻되 " 그 집에 책이 몇 권이나 있던가요?" 하였다. 운암이 이르되 "한 글자도 없느니라" 하니, 동산이 이르되 "그렇게 많이 알다니" 하고 탄복하매, 운암이 이르되 "밤낮으로 잠든 적이 없었느니라" 하였다. 동산이 또 이르되 "한 가지 여쭙고자 하는데 허락하시겠습니까?" 하니, 운암이 이르되 "이른다면 그것은 곧 이르지 못하는 것이다" 하였다.
팔뚝 뒤의 부적을 누가 분별하리요? 한 것은 깊고 비밀하게 스스로만이 얻은 도는 다른 사람은 아무도 분별하지 못한다는 뜻이요, 집안에 서적을 갈무리하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많이 안다는 것은, 태어나면서 아는 이는 상등이요, 배워서 아는 이는 다음이 된다는 뜻이다.
노새가 우물을 엿보고, 우물이 노새를 엿본다는 그것을 쪼개서 구경할 길이 있겠는가, 배우고 알아서 남에게 전할 수 있겠는가? 협산(夾山)이 이르되 "들은 가운데서 견해를 내고 뜻 위에 분별[丹靑]을 내면 / 눈 앞에서는 아름다울 것이나 오래 쌓이면 병을 이룬다 / 청산과 백운은 원래부터 서로 어울리지 않나니 / 베틀도 실도 북에 걸지 않는 일이여 / 문채는 가로 세로로 속마음이 다르다 / 가상(嘉祥)의 한 가닥 길을 지혜로운 이는 성근 줄 알고 / 상서로운 풀이 뿌리 없음을 현명한 이는 귀히 여기지 않는다" 하였는데, 천동이 마지막에 협산의 한 연(聯)을 전부 인용해다가 이 화두가 사유(思惟)에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문채가 완전히 갖추었음을 밝혔다.
일러보라. 어떠한 삼매를 갖추었기에 이렇게 될 수 있을까? 다남 코끝[巴鼻]이 없는지라, 어느 누구도 어쩔 수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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