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종용록從容錄

종용록 下 제77칙 앙산의 조금[仰山隨分]

쪽빛마루 2016. 5. 9. 05:31

제77칙

앙산의 조금[仰山隨分]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어떤 사람이 허공에다 그림을 그린다면 붓을 대자마자 틀렸거늘 어찌 모(模)를 세우고 본[樣]을 짓겟는가? 그래서 무엇을 만들자는건가? ○(원상 하나를 그리고) 만송이 이미 전삭(栓索 : 손잡이 말뚝과 줄)을 드러냈으니 조항이 있거든 조항을 따르고 조항이 없거든 판례에 준하라.

 

본칙

 드노라.

 어떤 승이 앙산에게 묻되 "화상께서는 글자[字]를 아십니까?" 하니,

 -어떤 글자인데?

 

 앙산이 대답하되 "조금[隨分]" 하였다.

 -어진 일을 당하여 양보치 않는군!

 

 승이 오른쪽으로 한 바퀴 돌고 이르되 "이게 무슨 글자입니까?" 하니,

 -이미 치우치고 편협함이 드러났다.

 

 앙산이 땅 위에다 십(十)자를 썼다.

 -다시 점을 보태야 되겠군!

 

 승이 왼쪽으로 한 바퀴 돌고 이르되 "이게 무슨 글자입니까?" 하니,

 -반(半) · 만(滿) · 구(俱) · 분(分)의 글자를 상형(象形) · 해성(諧聲) · 전주(轉注)의 서법으로 쓴 것이리라.

 

 앙산이 십자를 고쳐서 만(卍)자로 만들었다.

 -재치의 바퀴가 돌 때에 지혜눈은 더 어둡다.

 

 승이 원상(圓相) 하나를 그려 마치 아수라가 손바닥으로 해와 달을 가리는 시늉을 하고 묻되 "이것은 무슨 자입니까?" 하니,

 -자세히 보니 다리가 부러졌군!

 

 앙산이 원상을 그려 만자를 둘러쌌다.

 -천하의 납승이 뛰어나지 못하리라.

 

 승이 다시 우는 시늉[樓至勢]을 하니

 -문 밖의 금강신장이 너를 보고 웃는다.

 

 앙산이 이르되 "옳다, 옳다. 그대가 잘 보호해 가지라" 하였다.

 -허공을 막고 꿈을 잠그고 굳게 거두어 관장하라.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자각(慈覺)의 권효문수편송(勸孝文首篇頌)에 "부모가 태어나기 전에 응연(凝然)히 한 모습이 둥글었다. 석가도 능히 알지 못하거늘 가섭이 어찌 능히 전하랴?" 한 것을 들고 스승께서 이르시다.

 14조 용수(龍樹)가 법좌(法座) 위에서 몸을 숨기고 ○상만을 나타내니, 제바(提婆)가 이르되 "이 존자께서 부처님의 체상을 나투시어 우리들에게 보여주셨다" 하였다. 이 무상삼매(無相三昧)는 형상이 보름달 같으니 불성의 이치가 확연하고 텅 빈 것에 견주었을 뿐이다.

 원상이 동토에서 일어난 것은, 혜충(慧忠)국사께서 시자 탐원(耽源)에게 전하시고 탐원은 참기(讖記)와 함께 받아서 앙산(仰山)에게 전함으로부터이다. 그러므로 요즘은 그것을 위앙의 가풍이라고 하기에 이르렀다.

 명주(明州) 오봉 양(五峯良)화상이 일찍이 40칙을 저술하니 명교 계숭(明敎契嵩)선사가 서문을 써서 양화상의 말을 인용하여 칭찬하되 "원상에는 모두 여섯 가지 명칭이 있으니 첫째는 원상이요, 둘째는 의해(義海 : 진리의 바다)요, 셋째는 암기(暗機 : 숨은 기밀)요, 넷째는 자학(字學 :글자의 학문)이요, 다섯째는 의어(意語 : 뜻으로 하는 말)이요, 여섯째는 묵론(默論 : 침묵으로 하는 토론이요)이라 하니라" 하였다.

 위앙 종파에서는 이에 대해 이런 말이 전해내려온다. 탐원이 앙산에게 이르되 "국사께서 육대에 전해오던 원상 97개를 나에게 주시면서 이르시기를 '내가 열반에 든 뒤 30년에 남쪽으로부터 한 사미가 와서 이 법을 크게 일으키리라' 하였는데, 내가 이제 이 예언을 상고해보건대 일이 그대에게 해당되느니라" 하였다. 앙산이 받자마자 불에 태워버렸는데, 탐원이 어느날 또 이르되 "지난번에 전해준 원상을 깊이 잘 보존해야 할 것이니라" 하니, 앙산이 이르되 "이미 불태워버렸습니다" 하였다. 탐원이 이르되 "그대는 그래도 되겠지만 미래의 사람들은 어찌하라는 것인가?" 하니, 앙산이 이르되 "화상께서 만일 요구하신다면 다시 하나 그려 바치겠습니다" 하고는, 즉석에서 다시 그려 바치니 하나도 어긋남이 없었다.

 탐원이 어느날 상당하니 앙산이 대중 가운데서 나와 ○상을 그려 손으로 받쳐올리고는 다시 차수하고 섰다. 탐원이 두 손을 한 덩어리로 주먹쥐어 인사하는 모습을 보이니, 앙산이 앞으로 세 걸음 나아가 여자 절을 했다. 탐원이 고개를 끄덕이니 앙산이 절을 하였다. 97종의 원상이 주먹을 겨루듯 나열하고 있는 모습을 나찰삼매(羅刹三昧)라 하고 여자 절을 여인삼매(女人三昧)라 하니, 이 모두가 삼매왕삼매에서 흘러나와 여러 부문으로 나투어 보인 것이다.

 또 어떤 범승(梵僧)이 앙산에게 와서 절을 하니 앙산이 땅 위에다 반달 모양을 그렸다. 범승이 가까이 와서 원상을 채워 그리고는 발로 문질러 지워버리니 앙산이 두 손을 폈다. 이에 범승은 소매를 떨치고 나가면서 이르되 "내가 동토(東土)에 온 것은 문수에게 예배하려던 것인데 도리어 작은 석가를 만났다" 하였다.

 또 어떤 승이 절을 마쳤는데 앙산이 돌아보지도 않으니, 승이 묻되 "화상께서는 글자를 아십니까?" 하였다. 앙산이 대답하되 "조금" 하니, 승이 ○상을 그려 바쳤다. 앙산이 옷자락으로 흔들어 뿌리치니 승이 또 반달 모습을 그려 바쳤다. 앙산이 두 손으로 밀어 던지는 시늉을 하니 승이 바라보고 있는데 앙산은 고개를 숙였다. 승이 앙산을 한 바퀴 도니 앙산이 문득 때리매 승은 나가버렸다. 이는 앙산의 기개가 천 길의 벽 같아서 덕산이나 임제의 준엄한 기개와 다르지 않은 경지이다.

 또 앙산이 앉았는데 어떤 승이 와서 절을 하니 앙산이 돌아보지 않으매, 승이 묻되 "화상께서는 글자를 아십니까?" 하였다. 앙산이 이르되 "조금" 하니, 승이 오른쪽으로 한 바퀴 돌고 이르되 "이것은 무슨 자입니까?" 하였는데, 앙산이 이르되 "그러한 시설이 식정(識情)이 있는 무리들로 하여금 어떤 종지(宗旨)를 이루게 하리라 기대하겠는가? 만일 아무런 도리도 없다면 서천과 동토의 범부와 성인이 모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였다.

 관음의 회상에 있던 어떤 승이 암두에게 와서 참문하고는 손으로 왼쪽에다 원상 하나를 그리고, 오른쪽에는 또 하나의 원상을 그리고, 중심에 또 하나의 원상을 그리는데, 완성하기 직전에 암두가 손으로 한꺼번에 뭉개버리되, 승이 대구가 없거늘 암두가 꾸짖어 내쫓았다. 승이 바야흐로 문턱을 넘으려는데 암두가 문득 불러들이고 묻되 "그대는 홍주(洪州) 관음원에서 왔는가?" 하니, 승이 대답하되 "그렇습니다" 하였다. 암두가 다시 묻되 "아까 왼쪽의 원상은 무슨 뜻인가?" 하니, 승이 대답하되 "그것은 유구(有句)입니다" 하였다. 암두가 다시 묻되 "오른쪽의 원상은 척[聻]!" 하니, 승이 대답하되 "무구(無句)입니다" 하였다. 암두가 다시 묻되 "중간의 원상은 또 무슨 뜻인가?" 하니, 승이 대답하되 "유도 아니고 무도 아닌 구절[不有不無句]입니다" 하였다. 암두가 다시 묻되 "내가 그렇게 한 것은 또 어찌하겠는가?" 하니, 승이 대답하되 "칼로 물을 베는 것 같습니다" 하매, 암두가 때려서 내쫓으면서 이르되 "이 중이 원상의 종지를 얻지 못하여 허망하게 천착(穿鑿)을 일으킨다. 만일 암두가 아니었다면 한바탕 홀렸을 것이다" 하였다.

 그 승이 앙산을 뵙고 묻되 "글자를 아십니까?" 하고는 오른쪽으로 한 바퀴 돈 것을 놓고 보건대 기량(伎倆)이 이미 다했는데, 앙산이 십자를 그려 보여주었으니, 주로서는 주가 완벽했고 설명이라면 설명이 다했거늘 다시 그 뒷면의 허다한 객기[粥飯氣]를 요구해서 무엇하리요? 여기에서 이런 경지에 이르기를 바란다면 당초에 "화상께서는 글자를 아십니까?" 하고 묻자마자, 다만 그에게 이르되 "원래 글이 짧다" 해놓고 그가 어떻게 하는가를 살폈어야 할 것이다.

 보지 못했는가? 옛날에 어떤 승이 항상 한가하게 세월을 보냈는데, 다른 어떤 승이 권하되 "상좌여, 세월을 아껴야 되거늘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군요" 하니, 승이 대답하되 "그대는 내가 무엇을 하기를 바라는가?" 하였다. 권하던 승이 말하되 "어째서 경을 보지 않는가?" 하니, 승이 이르되 "글자를 모릅니다" 하였다. "어째서 남에게 묻지 않았는가?" 하니, "이건 무슨 글자인가?" 하였다. 이에 권하던 이가 대답이 없었으니, 이른바 '글에는 점이 필요치 않고 풍악에는 소리를 보태지 않는다' 함이 옳도다.

 그 승이 다시 왼쪽으로 한 바퀴 돌고 이르되 "이것은 무슨 글자입니까?" 하였으니, 이것은 평소 동쪽에서 서쪽으로 지나가고, 서쪽에서 동쪽으로 지나가는 것과 왼쪽 무릎을 치고는 이르기를 "이는 교의 뜻이다" 하고, 오른쪽 무릎을 치고는 이르기를 "이는 조사의 뜻이다" 하는 것과 같은가, 다른가? 앙산은 별을 옮기고 북두성을 바꾸는 재치로 십(十)자를 고쳐 만(卍)자로 만들었다.

 범어의 수라(修羅)는 번역하면 비천(非天)이요, 나후(羅睺)는 번역하면 장폐(障蔽 : 가린다)니 손으로 일월을 가리기 때문이다. 이 승이 원상을 그린 것이 마치 아수라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린 것 같기 때문에 97종의 원상을 수라삼매라 한 것이다.

 범어의 누지(樓至)는 번역하면 제읍(啼泣 : 운다)인데 현겁(賢劫)의 천(千) 부처님이 천(千) 왕의 아들이었으나 마지막으로 기회를 얻어 최후에 성불하고는 울면서 이르되 "나는 어찌하여 복이 얇아서 맨 끝의 차례를 만났을까?" 하고, 이어 웃으면서 이르되 "내가 구백구십구 부처님의 법을 모두 받들어서 방편으로 장엄하리라" 하였으니, 지금 호법신장 중 손에 방망이를 든 분이다. 이제 승이 마지막에 누지불의 우는 모습을 지었으니 그 뜻은 족히 알 수 있다.

 앙산이 이르되 "옳다, 옳다. 이것이 모든 부처님께서 호념하시는 바이니,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너는 잘 보호해 지니라. 좋다, 좋다. 잘 가거라" 하였으니, 그 승은 절하고 감사하면서 하늘로 날아 떠나가버렸다.

 그때 한 도자(道者)가 일찍이 이 광경을 보고 닷새만에 와서 물으니, 앙산이 이르되 "그대가 보았는가?" 하니, 도자가 대답하되 "문에서 나와서 하늘로 날아가는 것을 제가 똑똑히 보았습니다" 하였다. 앙산이 이르되 "그는 일부러 나를 탐색하기 위해서 온 서천의 나한이었느니라" 하니, 도자가 이르되 "내가 비록 갖가지 삼매를 직접 보았으나 그 이치를 가릴 수 없습니다" 하매, 앙산이 이르되 "내가 이치로써 그대에게 해석 해주리라. 이는 여덟 가지 삼매이니 본각의 바다가 변해서 도리의 바다로 나타난 것이나 그 바탕은 동일하다. 그러나 이 이치에는 인(因) 있고 과(果)도 있으며, 같은 때와 다른 때, 총(總) · 별(別)이 있으며 은신삼매(隱身三昧)를 여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열반의 마음은 얻기 쉬우나 차별된 지혜는 밝히기 어렵다' 하였느니라" 하였으니, 천동은 어떻게 손을 댔는지 자세히 살펴보라.

 

송고

 도를 뜻하는 고리는 비어서 가득 찬 때가 없고

 -눈을 져다가 강을 메운다.

 

 허공에 도장을 친[印] 글자는 형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절대로 조각하지 말라.

 

 천륜(天輪)과 지축(地軸)을 묘하게 운전하고

 -저울대가 손아귀에 있다.

 

 무의 씨[武緯]와 문의 날[文經]을 비밀하게 벌려놓았다.

 -장군과 재상의 재주가 온전하구나.

 

 풀어놓았다 걷어모으고

 -목주(睦州)가 아직도 있는데

 

 홀로 서서 두루 다닌다.

 -노씨(老氏)가 다시 태어났도다

 

 기미[機]가 현추(玄樞)를 발함이여, 푸른 하늘에 번개가 번뜩이고

 -손을 쓸 겨를이 없다.

 

 눈에 자색빛을 머금음이여, 밝은 낮에 별을 본다.

 -네 천하를 환히 비춘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도를 뜻하는 고리[道環]는 비어서 가득 찬 때가 없다" 하니 이는 사람도 소도 보이지 않는 곳에 달이 바야흐로 밝은 때이다. 자각(慈覺)이 이르되 "누가 알았으랴? 마지막의 한 점이 바로 천지가 나뉘기 이전의 도를 뜻하는 고리일 줄이야" 하였는데, 「장자」에 이르기를 "현추[樞]가 비로소 고리[環]의 복판에 자리잡고서야 무궁하게 응한다" 하였는데, 천동이 이 일을 빌려 원상을 그려 바치는 시늉을 송한 것이다.

 허공에 도장을 친 글자란 비록 십(十)자를 고쳐서 만(卍)자로 만들었으나 사실은 세간의 문자로 집착할 바가 아니란 뜻이다. 도부(道副)가 달마에게 대답하되 "제가 보는 바로는 문자에 집착하지도 않고 문자를 여의지도 않음으로써 도의 작용을 삼습니다" 하였다.

 대녕(大寧)의 관선두(寬禪頭)가 법창(法昌)에게 이르렀더니 법창 의공[倚遇]이 (艸)의 모양을 지어보이매, 대녕은 바로 나가서 일을 보았다. 이튿날 상당하는데 법좌 앞에 와서 말하되 "어제의 공안을 어찌 생각하는가?" 하였다. 대녕이 (牛)의 모양을 그려 보이고는 다시 발로 지워버리니, 법창이 말하되 "관선두의 이름이 헛되이 전하는 것이 아니었도다" 하고는, 이어 법좌에 올라 이르되 "깜짝 사이에 맑은 하늘에 벽력소리 진동하니 / 우문(禹公)의 문에는 세 자 파도가 거세도다 / 얼마나 많은 뿔난 무리가 용이 되어 갔거늘 / 새우와 게는 여전히 눈동자만 부릅뜬다" 하였다. 이 게송은 천동의 "기미가 현추를 발함이여, 푸른 하늘에 번개가 번뜩이고" 한 것과 같이 참구할 것이다.

 "천륜과 지축" 그리고 "무의 씨와 문의 날"은 모두가 좌우로 두 겹 돈 것과 십(十)자 만(卍)자를 그린 혈맥이요, "풀어놓았다 걷어모우고 홀로 서서 두루 다닌다" 함은 수라가 해를 가리는 시늉과 누지가 울면서 받드는 시늉과 주먹으로 만(卍)자를 둘러싸는 시늉이 옳다고 칭찬한 것을 송한 것이다.

 「춘추(春秋)」 제사(題辭)에 이르되 "하늘의 본체란 것은 속에 땅을 품고 있으며 일월성신이 거기에 속해 있다. 그러나 대지에는 높고 낮은 형태가 있고, 사시에는 오르고 내리는 이치가 있고, 일월에는 운행하는 법도가 있고, 성신에는 머무름[次舍]의 항상함과 나아가서는 모든 별이 운전하는 법도가 있어 마치 바퀴와 같으므로 천륜이라 한다" 하였다.

 하도(河圖) 괄지상(括地象)에 이르되 "땅 밑에 여덟 기둥이 있는데 기둥의 넓이는 10만 리요 3천6백 개의 축(軸)이 있어서 서로 당기고 버티므로 명산과 대천은 구멍이 서로 통하게 된다" 하였다.

 「가어(家語)」에 이르되 "땅의 동서를 위(緯)라 하고 남북을 경(經)이라 한다. 또 문(文)으로는 능히 하늘을 경(經)하고 무(武)로는 능히 땅을 위(緯)하나니, 문이 없으면 먼일을 생각할 수 없고 무가 없으면 어지러움을 막을 수 없다" 하였다.

 목주가 대중에게 보이되 "찢어 벌림이여 나에게 있고, 걷어 모음이여 나에게 있다" 하였다. 어떤 승이 묻되 "어떤 것이 찢어 벌림입니까?" 하니, 목주가 대답하되 "삼구(三九)는 이십칠이니라. 보리 · 열반과 진여 · 해탈이 그대로가 마음이며 그대로가 부처라 하노라. 나는 우선 이렇게 말했거니와 그대는 어찌하겠는가?" 하였다. 승이 이르되 "저는 그렇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하매, 목주가 이르되 "찻잔을 땅에 떨어뜨리면 접시는 일곱 조각이 나느니라" 하였다. 승이 다시 묻되 "어떤 것이 걷어모으는 것입니까?" 하니, 목주는 손을 모으로 앉았다.

 노자(老子)가 이르되 "적(寂)하고 요(寥)함이여, 홀로 서서 고치지 않고 두루 다니되 위태롭지 않다" 하였다.

 현추가 기미에서 일어남이 마치 전광석화와 같은데 눈에서 신기한 광채가 나는 것을 암전(岩電)이라 부른다. 밝은 낮에 별을 본다는 것은 마치 어둠 속의 나무 그림자나 물 밑의 물고기 발자취 같아서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것을 이른다. 각범(覺範)이 영원(靈源)에게 보낸 게송에 이르되 "어둠 속의 나무 그림자는 평생의 뜻이요 / 물 밑의 물고기 발자취는 병든 뒤의 기개로다 / 여윈 얼굴 상상하노라 머무를 곳 없으니 / 등나무에 기대 서서 한가로이 저문 구름 본다" 하였다. 앙산의 행리를 알겠는가? 한밤중에 검은 비단에다 오계(烏鷄)를 수놓으니 어둠 속의 한 올의 실은 실로 통하기 어려우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