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내외명철(內外明徹)
무엇을 청정법신불이라 하는가? 세상사람의 성품은 본래 스스로 청정하여 만법이 다 자기의 성품 가운데 있으니, 모든 법이 다 자기의 성품에 있어서 자기의 성품은 항상 청정하니라. 해와 달이 항상 밝으나 다만 구름이 덮여서 위는 밝고 아래는 어두워 일월성신(日月星辰)을 뚜렷하게 보지 못하다가, 문득 지혜의 바람이 불어와서 구름과 안개를 말끔히 거두어 버리면 온갖 것이 일시에 모두 나타나느니라. 세상 사람들의 성품이 청정함도 마치 깨끗한 하늘과 같으며 혜(惠)는 해와 같고 지(智)는 달과 같아 지혜가 항상 밝거늘, 밖으로 경계에 집착하여 망념의 뜬구름이 덮여서 자기의 성품이 밝을 수 없느니라. 그러므로 참다운 법을 열어 주시는 선지식을 만나 미망(迷妄)을 없애 버리면 내외 명철하여 자기의 성품 가운데 만법이 다 나타나 일체법에 자재하나니, 청정법신이라고 이름하느니라.
何名淸淨[法]身佛고 世人이 性本自淨하야 萬法이 在自性(姓)하니 一切法이 盡在自性하야 自性이 常淸淨하니라 日月이 常明(名)하되 只爲雲盖覆하야 上明(名)下暗 하야 不能了見日月星(西)辰이라가 忽遇慧風이 吹散하야 卷盡雲霧하면 萬象森羅가 一時皆現하니라 世人性淨도 猶如淸天하야 惠如日智如月하야 智惠常明(名)이어늘 於外에 着境(看敬)하야 妄念浮雲이 盖覆하야 自性(姓)이 不能明(名)이니라 故遇善知識이 開眞法하고 吹却迷妄하면 內外明(名)徹하야 於自性(姓)中에 萬法이 皆現하야 一切法에 自在性(姓)이 名淸淨法身이니라 -敦 302
무엇을 청정법신이라 하는가? 세상 사람의 자성이 본래 청정하여 모든 법이 모두 자기의 성품으로부터 나느니라. 모든 법이 자기의 성품 가운데 갖추어 있으니 하늘이 항상 맑음과 같으며, 해와 달이 항상 밝되 뜬구름이 덮이면 위는 밝고 아래는 어둡다가 문득 바람이 불어 모든 구름이 흩어지면 위 아래가 함께 밝아서 모든 모양이 다 나타나는 것과 같으니라. 세상 사람의 성품이 항상 떠돌아다님도 저 구름 낀 하늘 같아서 또한 이와 같으니라. 지(智)는 해와 같고 혜(慧)는 달과 같아 지혜(智慧)가 항상 밝거늘, 밖으로 경계에 집착하여 망념의 뜬구름이 덮여서 자성이 밝고 맑지 못하다가, 만약 선지식을 만나 참된 법을 듣고 미망을 스스로 없앤다면 내외명철하여 자기의 성품 가운데 만법이 모두 나타나나니, 성품을 본 사람도 또한 이와 같으므로 이를 청정법신불이라고 이름하느니라.
何名淸淨法身고 世人이 性本淸淨하야 萬法이 皆從自性生하나니라 諸法이 在
自性中하야 如天常淸하며 如日月이 常明하되 爲浮雲이 盖覆하야 上明下暗이라가 忽遇風吹하야 衆雲이 散盡하면 上下俱明하야 萬象이 皆現하나니라 世人性이 常浮遊도 如彼雲天하야 亦復如是니라 智如日慧如月하야 智慧常明이어늘 於外에 著境하야 被妄念浮雲이 盖覆하야 白性이 不得明朗이라가 若遇善知識하야 聞眞法하고 自除迷妄하면 內外明徹하야 於自性中에 萬法이 皆現하나니 見性之人도 亦復如是라 此名淸淨法身佛이니라 -大 · 興 · 德 · 宗 302
○ 만법의 근원인 청정자성(淸淨自性)을 덮은 망념의 뜬구름을 다 흩어버리면 우주의 위 아래와 몸과 마음의 안팎이 확연명철(廓然明徹 툭 트이어 사무쳐 밝음)하여, 깨끗한 유리병 속에 밝은 달을 담은 것과 같다. 내외명철을 「영락경(瓔珞經)」·「능엄경(楞嚴經)」에서는 구경묘각(究竟妙覺)이라고 하였으며, 육조는 법신불(法身佛)이라고 하였다. 「천태사교의 원교장(天台四敎儀圓敎章)」에서는 아래와 같이 자세히 설명하였다.
"미세한 무명(無明)을 나아가 부수고 묘각의 지위에 들어가서 무명의 부모를 영원히 이별하고 구경의 열반산정에 오르니 대열반이라 이름하는지라, 청정법신을 이루어 상적광토(常寂光土 언제나 고요한 광명 세계)에 사니, 곧 원교불상(圓敎佛相 원교의 부처님 모습)이니라[進破微細無明하고 入妙覺位하야 永別無明父母하고 究竟登涅槃山頂하니라 名大涅槃이라 成淸淨法身하야 居常寂光土하니 卽圓敎佛相也니라]."
자재보살(自在菩薩)들이 오매일여(寤寐一如 자나깨나 한결 같음)는 되어도 구경묘각을 실증(實證)하지 못하면 '내외명철'의 경지는 되지 못하니, 이는 삼세의 모든 부처님의 극심심처(極甚深處 지극히 깊은 곳)이다. 돈황본에는 '견성한 사람도 또한 이와 같다[見性之人도 赤復如是라]'는 구절이 빠졌으나, 망념이 없어져 만법이 모두 나타난 청정법신불이 곧 견성이므로 상관이 없다. 이로써 육조는 견성이 곧 성불임을 분명히 말씀하였다.
자기 성품의 심지(心地 마음자리)를 지혜로써 관조(觀照 비추어 봄)하여 내외명철하면 자기의 본래 마음을 아나니, 만약 본래 마음을 알면 곧 본래 해탈이요 이미 해탈을 얻으면 곧 반야삼매요, 반야삼매를 깨치면 이것이 곧 무념이니라.
自性心地를 以智慧觀照하야 內外明(名)徹하면 識自本心하나니 若識本心하면 卽是解脫이요 旣得解脫하면 卽是般若三昧요 悟般若三昧하면 卽是無念이니라 -敦 318
지혜로 관조하여 내외명철하면 자기의 본래 마음을 아나니 만약 본래 마음을 알면 곧 본래 해탈이요, 만약 해탈을 얻으면 곧 반야삼매며 무념이니라.
智慧觀照하야 內外明徹하면 識自本心하나니 若識本心하면 卽本解脫이요 若得解脫하면 卽是般若三昧 卽是無念이니라 -大 · 興 · 德 · 宗 318 ○ 앞 항(項)에서는 내외명철이 청정법신불이라 하였고, 이 항에서는 내외명철이 곧 식심(識心 마음을 앎) · 해탈 · 반야삼매(般若三昧) · 무념(無念 생각 없음)이라고 하였다. 식심은 곧 견성이므로, 견성은 법신불(法身佛)이며 반야삼매며 무념임을 말하여 주고 있다.
卽得見性하야 入若三昧니라 -敦 314
○ 견성은 곧 반야삼매임을 말한다.
육진(六塵) 속에서 여의지도 않고 물들지도 않아서 오고 감에 자유로움이 곧 반야삼매며 자재해탈이니, 무념행이라고 이름하느니라.
於六塵中에 不離不染하야 來去自由가 卽是般若三昧며 自在解脫이니 名無念
行이니라 -敦 318
육진 속에서 물들지도 않고 섞이지도 않아서, 가고 옴에 자유로우며 널리 사용하여도 걸림 없음이 곧 반야삼매며 자재해탈이니, 무념행이라고 이름하느니라.
於六塵中에 無染無雜하야 來去自由하야 通用無滯가 卽是般若三昧며 自在解
脫이니 名無念行이니라 -大 · 興 · 德 · 宗 318
○ 식심 · 견성 · 해탈 · 무념 · 반야삼매 등은 모두 법신불이며, 묘각인 내외명철임을 강조하여 말하였다. 이는 견성이 곧 성불이라고 말함이니, 「기신론(起信論)」의 '구경각 즉 견성(究竟覺卽見性)'과 같은 말이다. 육조는 '견성이 곧 성불'임을 이렇게 소상하고 정확하게 말씀하였으므로, 견성하여 점수(漸修 점차로 닦음)한 뒤에 성불한다는 것은 육조의 정통 사상이 아니니, 이러한 주장은 육조의 정전(正傳)에서 배제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