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선림보전禪林寶典

제2권 돈오입도요문론(頓悟入道要門論) 1~6.

쪽빛마루 2016. 6. 23. 05:30

1. 불보살(佛菩薩)께 헌사(獻辭)  

 

 시방의 모든 부처님과 대보살님들께 머리 숙여 예배를 올립니다.

 부처님의 제자인 제가 이 논을 지었으나 부처님의 마음을 알지 못하였을까 두려우니 부디 참회를 받아 주십시오. 만약 부처님의 이치를 알았거든 일체 유정의 중생에게 모두 회향하여 내세(來世)에 다 함께 성불하기를 바라옵니다. 

 

稽首和南十方諸佛과 諸大菩薩衆하노이다. 弟子今作此論하노니 恐不會聖心커든 願賜懺悔하고 若會聖理어든 盡將廻施一切有情하야 願於來世에 盡得成佛하노이다.

 

2. 돈오(頓悟)

    

 "어떤 법을 닦아야 곧 해탈을 얻을 수 있겠읍니까?"

 "오직 돈오(頓悟)의 한 문[一門] 만이 곧 해탈을 얻을 수 있느니라."

 "어떤 것을 돈오(頓悟)라고 합니까?"

 "돈(頓)이란 단박에 망념(妄念)을 없앰이요, 오(悟)란 얻은 바 없음[無所得]을 깨치는 것이니라."

 "무엇부터 닦아야 합니까?"

 "근본(根本)부터 닦아야 하느니라."

 "어떻게 하는 것이 근본부터 닦는 것입니까?"

 "마음이 근본이니라."

 "마음이 근본임을 어떻게 알 수 있읍니까?"

 "「능가경」에 이르기를 '마음이 나면 갖가지 법이 나고 마음이 없어지면 갖가지 법이 없어진다'고 하였고, 「유마경」에 이르기를 '정토(淨土)를 얻고저 하면 마땅히 그 마음을 깨끗이 하여야 하나니 그 마음 깨끗함을 따라 불국토가 깨끗해진다' 하였고, 「유교경」에 이르기를 '마음을 한 곳으로 통일하여 제어하면 성취하지 못하는 일이 없다' 고 하였고, 어떤 경에서는 '성인은 마음을 구하나 부처를 구하지 아니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부처를 구하면서 마음을 구하지 아니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마음을 다스리나 몸을 다스리지 아니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몸은 다스리나 마음을 다스리지 아니한다'고 하였고, 「불명경」에 이르기를 '죄는 마음에서 났다가 다시 마음을 좇아서 없어진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선악과 일체 모든 것은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말미암은 것임을 알지니, 그런 까닭에 마음이 근본이니라. 만약 해탈을 구하는 사람이라면 먼저 모름지기 근본을 알아야 한다. 만약 이런 이치를 통달하지 못하고 쓸데없이 노력을 허비하여 바깥 모양에서 구한다면 옳지 않느니라. 「선문경」에 이르기를 '바깥 모양에서 구한다면 비록 몇 겁을 지난다 해도 마침내 이루지 못할 것이요, 안으로 마음을 관조하여 깨치면 한 생각 사이에 보리를 증득한다'고 하였느니라."  

 

問 欲修何法하야사 卽得解脫고  

答 唯有頓悟一門하야 卽得解脫이니라.  

云何爲頓悟오  

答 頓者는 頓除妄念이오 悟者는 悟無所得이니라.  

問 從何而修오  

答 從根本修니라.  

云何從根本修오  

答 心爲根本이니라.  

云何知心爲根本고  

答 楞伽經云 心生卽種種法生하고 心滅卽種種法滅이라 維摩經云 欲得淨土인댄는 當淨其心이니 隨其心淨하야 卽佛土淨이니라 遺敎經云 但制心一處하면 無事不辨이니라 經云 聖人은 求心不求佛이요 愚人은 求佛不求心이라 智人은 調心不調身하고 愚人은 調身不調心이니라 佛名經云 罪從心生하야 還從心滅이라 하니 故知善惡一切 皆由自心이니 所以로 心爲根本也니라 若求解脫者는 先須識根本이니 若不達此理하고 虛費功勞하야 於外相에 求하면 無有是處니라 禪門經云 於外相에 求하면 雖經劫數나 終不能成이요 於內覺觀하면 如一念頃에 卽證菩提니라.

      

3. 선정(禪定)  

    

 "근본을 닦으려면 무슨 법으로써 닦아야 합니까?"

 "오직 좌선하여 선정을 하면 얻을 수 있느니라. 「선문경」에 이르기를 '부처님의 성스러운 지혜인 일체종지(一切種智)를 구할진댄 곧 선정(禪定)이 요긴한 것이니, 만약 선정이 없으면 망상이 시끄럽게 일어나서 그 선근(禪根)을 무너뜨린다' 고 하였느니라." 

 "어떤 것을 선(禪)이라 하며 어떤 것을 정(定)이라 합니까?"

 "망념(妄念)이 일어나지 아니함이 선(禪)이요, 앉아서 본성(本性)을 보는 것이 정(定)이니라. 본성이란 너의 무생심(無生心)이요, 정이란 경계를 대(對)함에 무심하여 팔풍(八風)에 움직이지 아니함이니라. 팔풍이란, 이로움과 손실[利 · 衰], 헐뜯음과 높이 기림[毁 · 譽], 칭찬함과 비웃음[称 · 譏], 괴로움과 즐거움[苦 · 樂]을 말하느니라. 만약 이와 같이 정(定)을 얻은 사람은 비록 범부(凡夫)라고 하더라도 부처님 지위(佛位)에 들어 가느니라. 왜냐하면 「보살계경(菩薩戒經)」에 이르기를 '중생이 부처님계[佛戒]를 받으면 곧 모든 부처님 지위에 들어간다' 고 하였으니 이와 같이 얻은 것을 '해탈' 이라고 하며 또 '피안에 이르렀다'고 하느니라. 이는 육도(六度)를 뛰어넘고 삼계(三界)를 벗어난 대력보살(大力菩薩)이며 무량력존(無量力尊)이니 대장부(大丈夫)인 것이니라."  

 

問 夫修根本에 以何法修오  

答 惟坐禪禪定하면 卽得이니라 禪門經云 求佛聖智인댄 卽要禪定이니 若無禪定이면 念想이 喧動하야 壞其善根이니라.  

問 云何爲禪이며 云何爲定고  

答 妄念不生이 爲禪이요 坐見本性이 爲定이니라. 本性者는 是汝無生心이요 定者는 對境無心하야 八風不能動이니 八風者는 利衰毁譽称譏苦樂이 是名八風이니라 若得如是定者는 雖是凡夫나 卽入佛位니 何以故오 菩薩戒經云 衆生이 受佛戒하면 卽入諸佛位라하니 得如是者는 卽名解脫이며 亦名達彼岸이라 超六度越三界하야 大力菩薩이며 無量力尊이니 是大丈夫니라.  

 

4. 무주처(無住處)와 무주심(無住心)  

    

 "마음이 어느 곳에 머물러야 곧 머무는 것입니까?"

 "머무는 곳이 없는데에 머무는 것이 곧 머무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머무는 곳이 없는 것입니까?"

 "일체처(一切處)에 머물지 아니함이 곧 머무는 곳 없는데 머무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일체처(一切處)에 머물지 아니하는 것입니까?"

 "일체처에 머물지 아니한다 함은 선악(善惡) · 유무(有無) · 내외(內外) · 중간(中間)에 머물지 아니하며, 공(空)에도 머물지 아니하며, 공(空) 아님에도 머물지 아니하며, 선정(禪定)에도 머물지 아니하며, 선정 아님에도 머물지 아니함이 일체처(一切處)에 머물지 아니함이니, 다만 일체처에 머물지 아니하는 것이 곧 머무는 곳이니라. 이와 같이 얻은 것을 머물음이 없는 마음[無住心]이라 하는 것이니 머물음이 없는 마음[無住心]이란 부처님의 마음이니라."

 "그 마음은 어떤 물건과 같습니까?"

 "그 마음은 푸르지도 않고 누르지도 않으며, 붉지도 않고 희지도 않으며,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으며,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아니하며, 더럽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아니하며,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아니하여, 담연하고 항상 고요한 이것이 본래 마음의 형상이며 또 본래 몸이니 본래의 몸이란 곧 부처님의 몸이니라."  

 

問 心住何處卽住오  

答 住無住處卽住니라.  

問 云何是無住處오  

答 不住一切處가 卽是住無住處니라.  

問 云何是不住一切處오  

答 不住一切處者는 不住善惡有無內外中間하며 不住空하며 亦不住不空하며 不住定亦不住不定이 卽是不住一切處니 只箇不住一切處卽是住處也라. 得如是者는 卽名無住心也니 無住心者는 是佛心이니라.  

問 其心似何物고  

答 其心이 不靑不黃不赤不白하며 不長不短不去不來며 非垢非淨이며 不生不滅하야 湛然常寂이 此是本心形相也니 亦是本身이라 本身者는 卽佛身也니라.  

 

5. 자성견(自性見)

    

 "몸과 마음은 무엇으로써 보는 것입니까, 눈으로 봅니까, 귀로 봅니까, 몸과 마음 등으로 봅니까?"

 "보는 것은 여러 가지로 보는 것이 없느니라."

 "이미 여러 가지로 보는 것이 없을진댄 다시 어떻게 보는 것입니까?"

 "이것은 자성(自性)으로 보는 것이니라. 왜냐하면 자성이 본래 청정하여 담연히 비고 고요하므로, 비고 고요한 본체[体] 가운데서 이 보는 것[見]이 능히 나느니라."

 "다만 청정의 본체 조차도 오히려 얻을 수 없는데 이 보는 것은 어디서 나오는 것입니까?"

 "비유하면 밝은 거울 가운데 비록 모양이 없으나 일체 모양을 볼 수 있는 것과 같으니, 왜냐하면 밝은 거울이 무심이기 때문이니라. 배우는 사람이 만약 마음에 물든 바 없어 망심이 나지 아니하고 주관과 객관에 집착하는 마음이 없어지면 자연히 청정한 것이니, 청정한 까닭에 능히 이 보는 것이 생겨나느니라. 「법구경」에 이르기를 '필경의 공 가운데서 불꽃 일듯 건립함이 선지식이다' 고 하였느니라."  

 

問 身心은 以何爲見고 是眼見 耳見 鼻見 及 身心等見가  

答 見無如許種見이니라.  

云 旣無如許種見인댄 復何見고  

答 是自性見이니 何以故오 爲自性이 本來淸淨하야 湛然空寂하야 卽於空寂体中에 能生此見이니라.  

問 只如淸淨体도 尙不可得이온 此見은 從何而有오  

答 喩如明鑑中에 雖無像이나 能見一切像이니 何以故오 爲明鑑無心故니라 學人이 若心無所染하야 妄心이 不生하야 我所心이 滅하면 自然淸淨이니 以淸淨故로 能生此見이니라 法句經云 於 畢竟空中에 熾然建立이 是善知識也라 하니라.  

 

6. 열반경(涅槃經)의 이구(二句)

    

 "「열반경」 금강신품(金剛身品)에 이르기를 '볼 수 없되 분명하고 밝게 볼 수 있어 아는 것도 없고 알지 못하는 것도 없다' 하니 무슨 뜻입니까?"

 "'볼 수 없다'는 것은 자성의 본체가 모양이 없어서 얻을 수 없는 까닭에 볼 수 없다고 하느니라. 그러나 '얻을 수 없는 것을 보는 것'은 자성의 본체가 공적하고 담연하여 가고 옴이 없으나 세간의 흐름을 여의지 않으니 세간의 흐름이 능히 흐르지도 아니하여 탄연히 자재(自在)함이 곧 '분명하고 밝게 보는 것' 이니라.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은 자성의 모양이 없어서 본래 분별(分別)이 없음을 이름하여 아는 것이 없다고 하느니라.

 '알지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은 분별이 없는 본체 가운데 항사묘용을 갖추어서 능히 일체를 분별하여 알지 못하는 일이 없으니 이를 이름하여 알지 못할 것이 없다고 하느니라.

 「반야(般若)의 게송」에 이르기를 '반야(般若)는 아는 것이 없으나 알지 못하는 것이 없으며 반야는 보지 못하나 보지 못하는 것이 없다' 고 하였느니라."  

 

問 涅槃經 金剛身品에 不可見이요 了了見하야 無有知者며 無不知者라 하니 云何오

答 不可見者는 爲自性体가 無形하야 不可得故로 是名不可見也니라 然이나 見不可得者는 体寂湛然하야 無有去來니 不離世流니 世流不能流하야 坦然自在卽 是了了見也니라 無有知者는 爲自性이 無形하야 本無分別이 是名無有知者요 無不知者는 於無分別体中에 具有恒沙之用하야 能分別一切하야 卽無事不知하나니 是名無不知者니라 般若偈云 般若는 無知나 無事不知며 般若는 無見이나 無事不見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