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선림보전禪林寶典

제2권 돈오입도요문론(頓悟入道要門論) 7~9.

쪽빛마루 2016. 6. 23. 11:03

7. 불견유무(不見有無)가 진해탈(眞解脫)

    

 "경에서 이르기를 '있음[有]과 없음[無]을 보지 않는 것이 참다운 해탈이다'고 하시니 어떤 것이 있음과 없음을 보지 않는 것입니까?"

 "깨끗한 마음을 증득하였을 때를 곧 '있음'이라 하고, 그 가운데서 깨끗한 마음을 얻었다는 생각이 나지 않음이 곧 '있음'을 보지 못한다고 하느니라. 

 나지도 않고 머물지도 않는다는 생각을 얻고서 나지도 않고 머물지도 않는다는 생각을 짓지 않는 것이 곧 '없음'을 보지 못함이니, 그런 까닭에 '있음과 없음'을 보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니라.

 「능엄경」에 이르기를 '지견(知見)에 앎[知]을 세우면 무명(無明)의 근본이 되고 지견에 보는 것이 없으면 이것이 곧 열반이며 또한 해탈이라 한다'고 하였느니라." 

 

問 經云 不見有無卽眞解脫이라 하니 何者是不見有無오  

答 證得淨心時에 卽名有요 於中에 不生得淨心想이 卽名不見有也니라. 得想無生無住하야 不得作無生無住想이 卽是不見無也니 故로 云不見有無也니라. 楞嚴經云 知見에 立知하면 卽無明本이요 知見에 無見하면 斯卽涅槃이라 亦名解脫이니라.  

 

8. 무소견(無所見)

    

 "어떤 것이 보는 바가 없는 것입니까?"

 "만약 남자나 여자 및 일체 색상을 보되, 그 가운데에 사랑함과 미워함[愛憎]을 일으키지 아니하여 보지 못함과 더불어 같은 것이 곧 보는 바가 없는 것이니라."

 "일체 색상을 대할 때는 곧 본다고 하거니와 색상을 대하지 않을 때도 또한 본다고 할 수 있읍니까?"

 "보느니라."

 "물건을 대할 때는 설령 보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물건을 대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서 보는 것이 있읍니까?"

 "지금 내가 본다고 하는 것은 물건을 대하거나 물건을 대하지 않거나를 논(論)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본다고 하는 그 성품은 영원한 까닭에 물건이 있을 때도 보고 물건이 없을 때도 또한 보는 것이니라. 그런 까닭에 물건에는 본래 스스로 가고 옴[去來]이 있으나 본다는 성품에는 가고 옴이 없음을 알지니, 다른 모든 감각기관도 또한 이와 같느니라."

 "바로 물건을 볼 때에 보는 가운데 물건이 있읍니까?"

 "보는 가운데 물건이 서지 못하느니라."

 "바로 물건이 없음을 볼 때 보는 가운데 물건이 없읍니까?"

 "보는 가운데는 물건 없는 것도 서지 못하느니라."

 "소리가 있을 때는 곧 들을 수 있거니와 소리가 없을 때에도 들을 수 있읍니까?"

 "역시 듣느니라."

 "소리가 있을 때엔 설령 들을 수 있다고 하지만 소리가 없을 때는 어떻게 듣습니까?"

 "지금 '듣는다'고 하는 것은 소리가 있거나 없거나를 논(論)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듣는다'는 자성은 영원한 까닭에 소리가 있을 때도 듣고 소리가 없을 때도 또한 듣느니라."

 "이렇게 듣는 자는 누구입니까?"

 "이는 자기의 성품이 듣는 것이며 또한 아는 이가 듣는다고 하느니라."  

 

問 云何是無所見고  

答 若見男子女人及一切色像하되 於中에 不起愛憎하야 與不見으로 等이 卽是無所見也니라.  

問 對一切色像時 卽名爲見이니 不對色像時도 亦名見否아  

答 見이니라.  

問 對物時엔 從有見이나 不對物時엔 云何有見고  

答 今言見者는 不論對物與不對物이니 何以故오 爲見性이 常故로 有物之時도 卽見이며 無物之時도 亦見也니라 故知物은 自有去來나 見性은 無來去也니 諸根도 亦爾니라.  

問 正見物時 見中에 有物否아  

答 見中에 不立物이니라.  

問 正見無物時 見中에 有無物否아  

答 見中에 不立無物이니라.  

問 有聲時卽有聞이어니와 無聲時에도 還得聞否아  

答 亦聞이니라.  

問 有聲時엔 從有聞이어니와 無聲時에 云何得聞고  

答 今言聞者는 不論有聲無聲이니 何以故오 爲聞性이 常故로 有聲時卽聞이며 無聲時亦聞이니라.  

問 如是聞者是誰오  

答 是自性聞이며 亦名知者聞이니라.  

 

9. 돈오문(頓悟門)의 종지(宗旨)와 체용(体用)  

    

 1. 종지(宗旨)와 체용(体用)

 "이 돈오문(頓悟門)은 무엇으로써 종취(宗趣)를 삼고 무엇으로써 참 뜻[旨]을 삼고 무엇으로써 본체로 삼으며 무엇으로써 작용[用]으로 삼는 것입니까?"

 "무념을 종취로 삼고, 망심이 일어나지 않음을 참 뜻으로 삼으며 청정을 본체로 삼고 지혜로써 작용을 삼느니라."

 "이미 무념으로 종취를 삼는다고 말씀할진댄 무념이란 어떤 생각이 없는 것입니까?"

 "무념이란 삿된 생각이 없음이요 바른 생각이 없다는 것이 아니니라."

 "어떤 것이 삿된 생각이며 어떤 것이 바른 생각입니까?"

 "있음[有]을 생각하고 없음[無]을 생각하는 것이 삿된 생각이요 있음과 없음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바른 생각이니라.

 선(善)을 생각하고 악(惡)을 생각함이 삿된 생각이며 선과 악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바른 생각이니라.

 괴로움[苦]과 즐거움[樂], 나는 것[生]과 없어짐[滅], 취함[取]과 버림[捨], 원망[怨]과 친함[親], 미워함[憎]과 사랑함[愛]을 생각하는 것이 모두 삿된 생각이요, 괴로움과 즐거움 등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바른 생각이니라."

 "어떤 것이 바른 생각입니까?"

 "바른 생각이란 오직 보리(菩提)만을 생각하는 것이니라."

 "보리는 얻을 수 있읍니까?"

 "보리는 얻을 수 없느니라."

 "이미 얻을 수 없을진댄 어떻게 오직 보리만 생각합니까?"

 "보리는 다만 거짓으로 이름을 세운 것이라 실지로 얻을 수 없으며 또한 과거에도 미래에도 얻을 수 없으니 얻을 수 없는 까닭에 곧 생각 있음이 없느니라. 오직 이 무념을 진실한 생각이라 하는 것이니 보리는 생각할 바가 없는 것이니라.

 생각하는 바가 없다는 것은 곧 일체처에 무심함이 생각하는 바가 없음이니, 다만 위에서 말한 여러 가지 무념이란 모두가 일에 따라 방편으로 거짓 이름을 세운 것인지라 모두가 하나의 본체로서 같음이요 둘도 없고 다름도 없는 것이니라.

 다만 일체처에 무심함을 알면 곧 이것이 무념이니 무념을 얻을 때에 자연해탈이니라."

 "어떻게 하여야 부처님의 행을 하는 것입니까?"

 "일체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부처님 행동이라 하며 또 바른 행동이라 하며 또 성스러운 행동이라 함이니,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있음과 없음 미워함과 사랑함 등을 행하지 않는 것이니라. 「대율」5권 보살품에서 이르기를 '일체 성인들은 중생의 행동을 행하지 않고, 중생들은 이와 같은 성인의 행동을 행하지 않는다'고 하였느니라."

 "어떤 것이 바로 보는 것입니까?"

 "보는 바 없음을 보는 것을 곧바로 보는 것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보는 바 없음을 보는 것이라 합니까?"

 "일체 색(色)을 볼 때에 물들거나 집착함을 일으키지 아니함이니, 물들거나 집착하지 아니한다 함은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므로 곧 보는 바 없음을 본다고 하는 것이니라.

 만약 보는 바 없음을 보는 것을 얻었을 때 곧 부처님의 눈이라 하나니 다시 별다른 눈이란 없느니라.

 만약 일체 색을 볼 때에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되면 보는 바가 있다고 하는 것이니, 보는 바가 있음이 곧 중생의 눈이니라. 다시 별다른 눈을 가지고 중생의 눈이라 할 것이 없으니, 내지 다른 오근(五根)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問 此頓悟門은 以何爲宗이며 以何爲旨며 以何爲体며 以何爲用고 

答 無念으로 爲宗이요 妄心不起로 爲旨며 以淸淨爲体요 以智爲用이니라.  

問 旣言無念爲宗인댄 未審커라 無念者는 無何念고  

答 無念者는 無邪念이요 非無正念이니라.  

問 云何爲邪念이며 云何名正念고  

答 念有念無 卽名邪念이요 不念有無 卽名正念이며 念善念惡이 名爲邪念이요 不念善惡이 名爲正念이니 乃至苦樂生滅取捨怨親憎愛가 竝名邪念이요 不念苦樂等이 卽名正念이니라.  

問 云何是正念고  

答 正念者는 唯念菩提니라.  

問 菩提는 可得否아  

答 菩提는 不可得이니라.  

問 旣不可得인댄 云何唯念菩提오  

答 只如菩提는 仮立名字라 實不可得이며 亦無前後得者니 爲不可得故로 卽無有念이라 只箇無念이 是名眞念이니 菩提는 無所念일새니라. 無所念者는 卽一切處無心이 是無所念이니 只如上說 如許種無念者는 皆是隨事方便으로 仮立名字니 皆同一體요 無二無別이니라. 但知一切處에 無心하면 卽是無念也니 得無念時에 自然解脫이니라.  

問 云何行佛行고  

答 不行一切行이 卽名佛行이며 亦名正行이며 亦名聖行이니 如前所說不行有無憎愛等이 是也라 大律卷五 菩薩品云一切聖人은 不行於衆生行이오 衆生은 不行如是聖行이니라.  

問 云何是正見고  

答 見無所見이 卽名正見이니라.  

問 云何名見無所見고  

答 見一切色時에 不起染著이니 不染著者는 不起愛憎心일새 卽名見無所見也니라. 若得見無所見時엔 卽名佛眼이니 更無別眼이니라 若見一切色時에 起愛憎者는 卽名有所見이니 有所見者는 卽是衆生眼이라 更無別眼作衆生眼이니 乃至 諸根도 亦復如是니라.  

    

 2. 이성공(二性空)   

 "이미 지혜로써 작용을 삼는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것이 지혜입니까?"

 "두 가지 성품이 공(空)한 줄 아는 것이 곧 해탈이며 두 가지 성품이 공하지 않은 줄 알면 해탈을 얻지 못하나니 이것을 지혜라 하며 또 삿됨과 바름을 요달하였다고 하며 또 본체와 작용을 안다고 하느니라.

 두가지 성품이 공한 것이 곧 본체인지라 두가지 성품이 공한 것을 아는 것이 곧 해탈이니, 다시 의심하지 않으면 곧 작용이라고 하느니라.

 두 가지 성품이 공했다고 하는 것은 있음과 없음, 선과 악, 사랑함과 미워함이 나지 아니한 것을 이름하여 두 가지 성품이 공하다고 하느니라."  

 

問 旣言以智爲用者인댄 云何爲智오  

答 知二性空이 卽是解脫이오 知二性不空하면 不得解脫이니 是名爲智며 亦名了邪正이며 亦名識体用이니라. 二性空이 卽是体라 知二性空이 卽是解脫이니 更不生疑하면 卽名爲用이니라. 言二性空者는 不生有無 善惡愛憎 名二性空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