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선림보전禪林寶典

제1편 전심법요(傳心法要) 서문(序文)

쪽빛마루 2016. 6. 29. 09:34

제1편 전심법요(傳心法要)

 

서문(序文)

 

 당나라 하동 배휴*1는 모으고 아울러 서문을 쓰노라.

 

 대선사가 계셨으니 법휘는 희운이시다. 홍주 고안현 황벽산 축봉 아래 머무시니, 조계 육조의 적손이요 백장의 사법 제자이며 서당의 법질이다.*2

 홀로 최상승*3의 패를 차고 문자의 인장을 여의셨으며 오로지 한 마음만을 전하고 다시 다른 법이 없으셨으니, 마음의 바탕이 또한 비었는지라 만 가지 인연이 함께 고요하여 마치 큰 해바퀴가 허공 가운데 떠올라서 광명이 밝게 비추어 깨끗하기가 가느다란 먼지 하나도 없는 것과 같으셨다.

 이를 증득한 이는 새롭고 오램이 없고 얕고 깊음이 없으며, 이를 설하는 이는 뜻으로 앎을 세우지 않고 종주(宗主)를 내세우지 않으며 문호를 열어젖히지 않은 채, 당장에 바로 이것이라 생각을 움직이면 곧 어긋아는 것이다.

 이러한 다음에라야 본래의 부처가 되는 것이니, 그러므로 그 말씀이 간명하고 그 이치가 곧으시며 그 도는 준엄하고 그 행이 고곡하시어, 사방의 학자들이 산을 바라보고 달려와 모이고 그 모습을 쳐다보고 깨치니, 왕래하는 대중의 무리가 항상 일천명이 넘었다.

 내가 회창 2년*4 종릉*5에 관찰사로재임하면서 산중으로부터 스님을 고을로 모셔 용흥사에 계시도록 하고 아침 저녁으로 도를 물었으며, 대중 2년*6 완릉*7에 관찰사로 재임할 때에 다시 가서 예로써 맞이하여 관사에 모시고 개원사*8에 안거하시도록하여 아침 저녁으로 법을 받아 물러나와서 기록하였는데, 열 가운데 한둘밖에는 얻지 못하였다.

 이를 마음의 인장[心印]으로 삼아 차고 다니면서 감히 드러내어 발표하지 못하다가, 이제 신령스런 경지에 드신 그 정묘한 뜻이 미래에 전하여지지 못할까 두려워하여, 드디어 내어놓으니, 문하생인 태주 · 법건 스님들에게 주어서 옛산의 광당사*9로 돌아가 장로들과 청법 대중에게 지난 날 몸소 듣던 바와 같은지 다른지를 묻게 하였다.

 때는 당나라 대중 11년*10 시월 초여드렛날에 쓰노라.

 

唐河東裵休集幷序

有大禪師하야 法諱는 希運이라 住洪州高安縣黃檗山鷲峰下하니 乃曹溪六祖之嫡孫이요 百丈之子西堂之姪이니라 獨佩最上乘離文字之印하고 唯傳一心이요 更無別法이니 心體亦空이라 萬緣이 俱寂하야 如大日輪이 昇虛空中하야 光明이 照耀하야 淨無纖埃니라 證之者는 無新舊無淺深하고 說之者는 不立義解하며 不立宗主하며 不開戶牗하야 直下便是라 動念卽乖니라 然後에 爲本佛故로 其言이 簡하며 其理直하고 其道峻하며 其行이 孤하야 四方學徒가 望山而趨하며 覩相而悟하야 住來海衆이 常千餘人이니라 予會昌二年에 廉于鍾陵할새 自山迎至州하야 憇龍興寺하야 旦夕問道하고 大中二年에 廉于宛陵할새 復去禮迎至所部하야 安居開元寺하야 旦夕受法하야 退而紀之하니 十得一二라 佩爲心印하고 不敢發揚이러니 今恐入神精義가 不聞於未來하야 遂出之하야 授門下僧太舟法建하야 歸舊山之廣唐寺하야 問長老法衆하야 與往日常所親聞으로 同異何如也로라

時唐大中十一年十月初八日序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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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배휴(裵休797~870) : 자(字)는 공미(公美), 하동(河東) 문희(聞喜)의 사람으로, 형제가 한 사람 있었는데, 두 사람이 모두 공부를 많이 하였다. 성품이 본시 너그럽고 지혜로왔으며, 당나라 목종(穆宗)때에 등제하여 선종(宣宗)의 대중(大中) 연간에 상공(相公)이 되었다.

*2 대부분의 원문들이 '西堂百丈之法姪'이 라고 하였으나 「전등록」 제9권에는 '百丈之子西堂之姪'로 되어 있는 바, 황벽스님은 백장의 법제자임이 분명하므로 앞의 것은 취하지 않는다.

*3 최상승이란 삼승 위의 최고승을 말하며, 「금강경」 제15지경공덕분에 나온 말씀이다. 달마 선종을 지칭해서 최상승선이라고 한다.

*4 회창(會昌) 2년 : 당나라 무종(武宗) 때로, 서기842년임.

*5 종릉(鍾陵) : 강서성(江西省) 홍주(洪州) 남창(南昌) 부근의 지명임.

*6 대중(大中) 2년 : 당나라 선종(宣宗) 때로서, 서기 848년임.

*7 완릉(宛陵) : 안휘성(安徽省) 무호(蕪湖)의 동남쪽에 있는 선주(宣州) 또는 선성(宣城)임.

*8 개원사(開元寺) : 완릉의 능양산(陵陽山)에 있던 절로서, 일명 경덕사(景德寺) 또는 대운사(大雲寺)라고도 한다. 홍주의 개원사와는 다르다.

*9 광당사(廣唐寺) : 홍주 고안현 황벽산에 있던 절임.

*10 대중(大中) 11년 : 당나라 선종 때로서, 서기857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