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이야 어찌 됐던간에 백련암에서 눈을 뜨고 보니 별천지에 온 기분이다.
눈앞에 펼쳐진 하얀세상!!!
과연 이 광경을 육신의 눈이 아닌 마음의 눈으로 정신과 육신을 깨끗하게 닦아서 눈앞에 펼쳐진 자연의 모습과 일치시키라는 뜻인가?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휘감아 돈다.
새벽에 포근하게 감싸도는 기운이 꼭 성철스님께서 추워서 벌벌 떨고 있는 저를 꼬~옥 안아 주시며 반겨주시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본다.
과연 아비라 기도가 어떤 것이기에 모두들 아니 나 자신이 이렇게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일까?
백련암에 삼천배로 첫 발을 내딛은게 3년전 아비라기도 며칠전(그땐 아비라기도가 뭔지도 몰랐었지만)이지만, 아직 목도 못 가누는 갓난 애기인 주제에 벌써 뒤집을려고 하는 꼴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혼란을 가져온다.
아무튼 참석하기 까지의 과정도 힘들게 이겨 냈는데 "그까이꺼" 일단 부딪쳐 보고 보자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막상 기도에 들어가자 육체적인 고통이야 얘기 듣고 걱정 했던것 보다 그다지 힘들게 느껴지질 않는다.
나의 기도 자세가 잘못되어 고통을 못 느끼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런 건 아닌것 같은데 왜 그런가 자꾸 의문이 생긴다.
하지만 첫 날 첫 파트, 둘째 파트에서 마지막 2분 정도가 졸음으로 정신이 집중되질 않는다.
왜 그렇게 정신이 혼미 해 지는지.
졸음에 시달렸다는 얘긴 못 들었던 것 같은데, 아직 초보라서 매운 맛을 보여주기 위한 단계인가?
별의 별 생각으로 집중이 되질 않는다.
차라리 육신의 고통이라면 한번 견뎌 보겠건만 눈꺼풀 내려 오는건 도저히 이겨낼 방법이 떠 오르질 않는다.
과연 힘들다는 게 육체적인 고통이 아니라 이런 정신과의 싸움을 얘기하는 걸 내가 사오정처럼 잘못 받아 들이고 있었구나 하고 다시 한번 나의 정신 상태를 가다듬어 본다.
그러나 둘째 날, 셋째 날도 역시 두, 세파트씩 꼭 수마에 휘둘리는 게 아닌가.
첫날과 다르게 15분에서 20분 사이로 자리 바꿈한 것 외엔 똑 같은 현상이다.
하지만 마지막 날엔 세파트 모두 내 자신이 생각해도 만족할 만큼 집중이 된것 같다.
기도가 끝나자 육신의 고통에 휘둘릴거라는 잘못된 생각으로 정신집중을 못 했었던게 나 자신의 한계였음을 스스로 인정한다.
포근하게 반기던 날씨마저 기도에 들어가자 냉정하리 만큼
이것도 수행의 과정이라는걸 깨우쳐 주려는 듯이 차갑게 돌변해 버렸던 날씨가
기도를 마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등을 토닥거려주는 느낌으로
포근하게 와 닿는다.
기도가 잘 되었던 못 되었던 간에 마치고 난 뒤의 기쁨이란.....
함께 하신 모든 도반님들께서 걱정해 주시고 챙겨주신 기운으로 원만회향할수 있어 너무나 고맙고 감사할 뿐입니다.
백련암에 갈 때마다 느끼지만 만나는 모든 분들이 한결같이 부처님처럼 와닿는 다는 것 저만의 느낌이 아니라 모두들 그렇게 느끼실거라 봅니다.
10월 삼천배 기도때 곁에서 함께 기도하셨던 어리버리(응현)님이 이젠 도반이 아닌 출가 수행자로 만나 뵙게 되어 감회가 새로워 지더군요.
열심히 정진하셔서 성불하시길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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