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문로공에게 법을 보이심/ 회동(懷洞)스님
위부(魏府)의 노화엄(老華嚴) 회동(懷洞)스님이 대중에게 설법하였다.
“불법은 일상생활에 있고, 행주좌와하는 데 있으며, 밥 먹고 차 마시며 묻고 말하는 데 있으니, 일거일동에 마음을 움직이거나 생각을 일으킨다면 그것은 불법이 아니다.”
또 말씀하셨다.
“넉넉하지 못했던 때에는 6, 70세를 살아 온 사람이 흔치 않았지만, 그대들은 우리 불법에 들어와 손발 하나도 제대로 가다듬지 못하여, 빠르면 3, 40세쯤 되어 어느덧 몸이 쇠약해지고 병이 든다. 몸이 쇠약해지고 병이 들면 늙게 되고, 늙으면 죽음에 이르게 되니,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다고 이렇게 제멋대로 사는가. 어찌하여 초저녁부터 밤중까지 고요한 공부를 닦지 않는가.”
문로공(文潞公)이 북경을 다스릴 무렵, 회동스님이 떠나고자하여 찾아가니 문로공이 말하였다.
“법사께서는 연로하신데 또 사지 어디로 가려 하십니까?”
“죽으러 가는 길입니다.”
문로공은 웃으면서 그 말을 농담이려니 생각하고 눈인사로 스님을 전송하였다. 문로공은 집에 돌아와 자제들에게 말하였다.
“스님의 도는 심오하고 풍채는 아늑하며 의미있는 말씀을 하니 보통분이 아니구나.”
그리고는 사람을 보내어 문안을 드렸는데, 과연 스님은 입적하셨다. 이에 문로공은 매우 놀랐으며, 얼마 후 다비를 할 때 몸소 다비장으로 찾아가 유리병을 앞에 놓고서 축원하였다.
“불법이 과연 신령하다면 바라건대 이 병을 사리로 채워주소서.”
축원이 끝나자마자 공중에서 연기가 내려와 병 속으로 말려들어가더니 연기가 사라지자 그의 축원대로 병 속엔 사리가 가득하였다. 그 뒤로 문로공은 정성을 다해 불경을 탐독하였으며, 스님과 늦게 알게 된 것을 안타까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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