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제불요집경」의 여자출정인연/ 대우 수지(大遇守芝)스님
「제불요집경(諸佛要集經)」에는 ‘여자출정인연(女子出定因緣)’* 이라는 화두가 수록되어 있는데, 총림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를 토론하여 왔으나 자기에게 밝은 안목이 있어 선지식을 친견하지 않은 이는 아무도 그 뜻을 밝힐 수 없었다.
대우 수지(大遇守芝)스님은 의례 납자들에게 묻는 말이 있다.
“문수보살은 일곱 부처님의 스승인데도 어찌하여 이 여자를 정(定)에서 깨어나게 하지 못하고, 망명(罔明)보살은 땅에서 솟아나서 손가락을 한 번 튕기는 순간 깨어나게 할 수 있었는가?”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하자 스스로 답하였다.
중은 절간에서 잠을 자고
도적은 허술한 집으로 침입한다.
僧投寺裏宿 賊入不愼家
나는 대우스님의 이 말을 매우 좋아하여 게를 지었다.
손가락만 튕기어 정에서 깨어내니
불법에 어찌 공부를 쓰랴만
나는 이제 필요에 따라 사용할 뿐
문수든 망명이든 관계치 않으리.
出定只消彈指 佛法豈用工夫
我今要用使用 不管罔明文殊
운암(雲庵)스님이 대우스님의 게송을 보고 그 이튿날 법좌에 올라 소개한 후 이어서 말하였다.
“문수와 망명보살이 깨달은 경지에 우열이 있겠느냐? 만일 없다면 문수보살은 무슨 까닭에 이 여자를 정에서 깨어나게 하지 못하였는가? 오늘 행자가 법고를 두드려 대중들이 모두 법좌 앞으로 모이는데 이것이 망명보살이 여자를 출정케 한 이야기와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잠자코 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옛말을 듣지 못하였느냐? ‘불성의 뜻을 알고자 한다면 마땅히 시절 인연을 보아야 한다’고."
뒤이어 게를 지었다.
불성이란 천진한 일인데
누가 스승이 따로 있다 말하는가
망명보살이 손가락을 튕긴 그곳이
여자가 출정한 때라
터럭끝만치의 힘도 들이지 않았으니
생각을 움찔했던 적 한번이나 있었던가
중생은 모두가 평등한데
언제나 스스로 많은 의심 가지는 구려.
佛性天眞事 誰云別有師
罔明彈指處 女子出禪時
不費纖毫力 何會動所思
衆生總平等 日用自多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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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출정인연 : 상권 72. 소무스님의 수행이력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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