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유수 이단원의 물음에 답함/ 달관(達觀)스님
유수(留守) 이단원(李端愿)이 달관(達觀)스님에게 물었다.
“사람이 죽은 후에 ‘식(識)’은 어디로 갑니까?
“삶을 모르고서 죽음을 어떻게 알겠는가?”
“삶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삶이 어디에서 왔는가?”
이유수가 머뭇거리자 달관스님은 그의 가슴을 쥐어박으며 말하였다.
“오직 이 속에 있는데 무엇을 생각하는가?”
“알겠습니다. 오직 갈 길만을 탐내었지 잘못 들어선 줄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달관스님은 그를 더욱 깨우쳐 주었다.
“인생 백년이란 한낱 꿈이니라.”
“지옥이란 정말로 있는 것입니까, 없는 것입니까?”
“많은 부처님께서는 없는 데서 있는 것을 설명하시니 허공꽃[空華]을 보는 것과 같고, 그대는 ‘있음’에서 ‘없음’을 찾으니 그것은 물 속의 달 그림자를 잡으려는 격이니 웃을 일이다. 눈앞의 지옥을 보고서도 피하지 않고 마음 밖에서 천당을 찾아 태어나고자 하니, 이는 기쁘고 즐거운 일이 마음에 달려 있고 선과 악이 경계를 이루는 줄을 모르는 것이다. 태위여! 자신의 마음을 깨치면 저절로 의혹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유수가 이어서 물었다.
“어떻게 하면 마음을 깨칠 수 있읍니까?”
“선악을 모두 생각하지 말라.”
“생각을 하지 않은 후엔 마음은 어디로 돌아갑니까?”
“태위여! 집으로 돌아가게나.”
달관스님이 윤주(潤州) 부옥산(浮玉山)에 머물자 선객들은 스님을 우러러 모여들었다. 가우(嘉祐) 5년(1060) 정월 초하루, 법당에 올라가 자신의 일생 전모를 말하니, 대중들은 슬퍼하였다. 곧 법좌에서 내려와 방장실로 들어가서 가부좌를 하고 앉았노라니 대중이 다시 몰려오자 손을 내저으며 말하였다.
“떠들지들 말고 각자 벽을 보고 섰거라.”
이 말을 마치고 조금 있다가 고요히 입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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