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임간록林間錄

41. 제자를 아끼는 마음/ 오조 사계(五祖師戒)스님

쪽빛마루 2015. 1. 12. 09:05

41. 제자를 아끼는 마음/ 오조 사계(五祖師戒)스님

 

 오조 사계(五祖師戒)스님은 납자들을 즐겨 시험하였는데 당시 대악(大岳)과 설두스님은 수행을 많이 하였으며 기변(機辯)이 있다고 일컬어져 왔다. 동산(東山) 아래에 이르러 설두스님이 대악스님에게 먼저 가보도록 하니, 대악스님이 허리춤에 보따리를 들쳐 메고 곧바로 방장실로 들어갔다.

 그때 사계스님이 밖에서 들어오다가 보고는 큰 소리로, “무슨 짓을 하느냐?”고 하자 대악스님이 머리를 돌리며 손으로 원상(圓相)을 그려보였다. 사계스님이 그에게 물었다.

 “그것이 무엇이냐?”

 “호떡입니다.”

 “화덕에 가서 불 위에 한 개를 더 올려놓아라.”

 대악스님이 머뭇거리자 주장자를 들어 문밖으로 쫓아내 버렸다. 이에 대악스님이 말하였다.

 “여기 현천(顯川)에 사는 관서(關西)사람에게는 볼 것이 없으니 그만두고 가는 것이 좋겠다.”

 사계스님은 만년에 문도들을 버리고 고안(高安)으로 물러나 쉬었다. 동산 자보(洞山自寶)스님은 그의 법제자였는데 명예를 탐내어 자기 스승[先師]의 이름을 팔고 다니면서도 제자의 예를 다하지 않았다. 그가 대우(大愚)스님의 회하에 온 지 얼마되지 않아 법당 앞에서 주장자에 기댄 채 이야기하다가 죽었는데, 그래도 오조스님은 사람을 보내어 그의 뼈를 가져다가 탑을 세워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