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말없이 만나는 경계/ 동산 혜원(洞山慧圓)스님
동산 혜원(洞山慧圓)스님은 설두 중현(雪竇重顯)스님의 법제자이다. 매우 어린 나이에 개선사(開先寺 : 江西省 여산의 남쪽에 위치) 선섬(善暹)스님의 천거로 균주(筠州) 사람들의 청에 응하였다. 당시 혜남스님은 황벽사(黃檗寺)의 주지로 있었는데, 균주로 가는 길에 정계사(淨戒寺)에서 서로 만나게 되었다. 두 분은 아무 말 없이 고요히 앉아 향을 사르고 신시(申時 15~17시)부터 삼경이 되도록 서로 마주보며 곧게 앉아 있었다. 혜원스님이 갑자기 일어나면서, “밤이 깊었으니, 스님께서 편히 쉬시는 데 방해가 되겠읍니다”하고 종종걸음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그 이튿날 각자 자기 절로 갔는데, 그 후 혜남스님은 우연히 영 수좌(永首座)에게 물었다.
“그대가 여산에 있을 때 지금의 동산사 노스님을 알았습니까?”
“몰랐습니다. 다만 이름을 들었을 뿐입니다.”
잠자코 있다가 다시 물었다.
“스님께서 이번에 만나보시니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혜남스님이 말했다.
“기인(奇人)이었지요!”
영스님이 물러나와 시자에게 물었다.
“네가 스님을 따라 동산 혜원스님과 만났던 밤에 무슨 이야기와 일이 있었느냐?”
시자가 사실대로 말해주자, 영스님은 껄껄대며 말하였다.
“천하 사람들을 죽이고 말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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