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스님의 입적기연에서 깨달음/ 영원 유청(靈源惟淸)스님
영원 유청(靈源惟淸)스님이 나에게 이야기하였다.
“거사(居士) 오돈부(吳敦夫 : 吳居厚)라는 이가 있는데, 재주가 민첩하고 주의깊게 정진하며 많은 선지식을 친견하여 자기 마음자리가 밝고 깨끗하다고 자부해 왔다. 우연히 「등은봉전(鄧隱峯傳)」을 읽다가 등은봉스님이 선상(禪床)에서 물구나무를 선 채 입적하였는데 스님의 옷도 따라서 몸에서 흘러내리지 않았다는 기록을 보고 내심 의아해하였다.
‘그 분의 열반이 남다른 것이야 참으로 헤아릴 수 없는 일이지만, 승복 또한 스님을 따라 그랬던 것은 무슨 까닭일까?’
이 일을 회당(晦堂) 노스님에게 묻자 노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그대가 지금 입은 옷이 몸을 따라 아래로 드리워져 있는데도 다시 그것을 의심하는가?’
‘의심할 것이 없습니다.’
회당스님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의심할 것이 없다면 물구나무를 선 채 열반할 때 옷도 몸을 따랐을 뿐인데 여기에 무슨 의심할 것이 있겠는가?’
오돈부는 그 말에 밝게 깨쳤다. 그리고는 그는 상대와 상황에 맞게 번쩍하는 논변을 써서 혼매한 자를 많이 깨우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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