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마음에서 보는 작용을 여읜 경지/ 「유마경」
「유마경(維摩經)」에 말하였다.
“ ‘잘 오셨습니다. 문수사리시여. 오지 않는 모습으로 오시고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보이셨나이다.’
이에 문수사리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거사여! 만일 왔다면 다시는 오지 못할 것이며, 떠났다면 다시는 떠나가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오는 자도 오는 곳이 없고 가는 자도 이를 곳이 없으며 보는 자도 전혀 다시 볼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
또한, 「기신론」에서는 “만일 마음에 보는 것[見]이 있으면 보이지 않는 모습[相]이 있게 되고 마음[心性]에 보는 것을 여의면 법계를 두루 관조한다”하였으니 그러므로 마음 밖에 법이 없어야 법계를 두루 관조한다는 뜻이 성립함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만일 가고 오며 보는 것과 보이는 것[去來相見]이 있으면 바른 뜻을 잃게 된다. 예컨대 사람들은 바람[風]의 성품은 본디 ‘움직임’이라고 말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것과 같다. 바람이란 본디 움직이는 것이 아니므로 다른 것들을 움직일 수 있다. 만일 먼저 움직임이 있다면 스스로의 본체를 잃어 다시는 움직일 수 없으니, 그렇다면 움직임을 아는 자라야만 원래 움직이지 않는 그 이유를 밝게 알 수 있다. 가고 옴이나 보는 것과 보이는 것 등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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