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명극재명(明極齋銘)
태원(太原)의 왕건 백강(王健伯强)은 명신 왕혜(王惠)의 아들이며, 황숙(皇叔) 가왕(嘉王)의 사위이다. 젊은 나이에 벼슬을 버리고 불법을 배워 「수능엄경」을 보다가 “티끌이 남아 있다면 아직 여러 학위(學位 : 배울 것이 있는 단계)요, 밝음이 지극해야 여래이다[餘塵尙諸學明極卽如來]”라는 귀절까지 읽고서는 탄식하며 말하였다.
“이 말씀은 부처의 가르침이자 나의 뜻이기도 하니 내 서재의 이름을 ‘명극(明極)’이라 하겠다.”
그리고는, 나에게 명(銘)을 부탁하였다.
명은 다음과 같다.
가지고서도 찾아 헤메는 것은
어리석음과 어둠에 갇힌 까닭이며
얻었다고 놀라는 것은
지혜가 혼탁한 탓이니
혼탁이 맑아지고 어둠이 걷히면
스스로 깨달음을 이루게 되어
마치 사람의 눈속에
티끌 한점 받아들이지 않듯 하리라.
눈을 뜸은 태어남에 비유되니
밝음이 생기자 근(根)에 의지하고
눈 감음은 죽음에 비유되니
어둠도 어둡게 느끼지 못하네.
부처님께서 진정한 자비로
이 오묘한 문 열어 주셨지만
바라보고도 들어가지 못하나니
어찌 은혜를 알겠는가
텅빈 방장실 가운데
널찍하고 반듯한 침상 놓아두고
경행(經行)도 하고 참선도 하며
새벽에 불 밝히고 저녁에 향 사루어
사악한 생각들이
항상하고 고요한 빛 덮지 못하게 하라.
有而尋求癡暗所囿
得而驚異智濁之咎
濁澄暗徹自覺成就
如人目睛一塵不受
開睫譬生明發奇根
斂睫譬死暗不能昏
聖師眞慈開此妙門
脾睨不入夫豈知恩
枵然丈室中置匡牀
經行宴坐晨燈夕香
勿使邪念蔽常寂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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