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임간록林間錄

9. 자씨보살전단상찬병서(慈氏菩薩栴檀像贊幷序)

쪽빛마루 2015. 1. 13. 07:51

9. 자씨보살전단상찬병서(慈氏菩薩栴檀像贊幷序)

 

 금릉(金陵) 화장선사(華藏禪師)의 미륵보살 전단목 불상은 세상에서 가장 정교하였으며, 신비한 영험은 한두 가지로 헤아릴 정도가 아니었다.

 처음엔 경덕사(景德寺) 후전(後殿)에 봉안되어 있었는데 왕안석의 꿈에 불상이 나타나 매우 간절하게 옮겨달라고 청하였다. 그러나 꿈을 깬 후 까마득히 잊어버렸는데, 이윽고 또다시 꿈속에 나타나 지난번 그대로 되풀이하여 말하자 왕안석은 꿈속에서 굳게 이를 만류하였더니 불상은 눈물을 흘렸다. 꿈을 깨어 가서 살펴보니 실제로 불상에는 눈물자욱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크게 놀라 곧장 화장사(華藏寺) 대전(大殿)으로 안치하였는데, 얼마있다가 경덕사는 불이 나서 잿더미로 변하였다 한다.

 아! 세가지 재앙(화재 · 홍수 · 전쟁)이란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것이며, 대천세계 또한 점차 허물어져 가는데 불상이라하여 어찌 인간세상에 영구히 머물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스스로 혼자만이 빠져나와 화재를 면하였으니 이렇게 어린아이 장난같은 못난 짓을 하였겠는가? 이는 아마 불법을 보호하려는 많은 하늘이 미륵불상의 신령한 방편을 빌어 도와 그런 것이지 미륵보살의 뜻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 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기에 머리를 조아려 찬을 쓰는 바이다.

 

그 누가 기발한 생각으로

물거품 같은 이 세상을 유희하며

환술의 힘으로

전단불상을 새겼을까?

앉은 자리에서 갖가지 오묘한 상으로

온갖 빛 가운데 빼어나게 하시네

보관(寶冠)에 보랏빛 머리 묶고

나는 듯 가벼운 옷 꽃머리채 틀어올려

가지가지 오묘한 장엄구로

이 공덕 덩어리를 이루었네.

당시의 억만 대중

감격에 겨워 슬피 울고

높다란 다락에서 이야기 꽃을 피우며

보배를 받들듯이 보호하여

도솔천에 오르는 듯

용화법회에 모이는 듯하였네.

아! 상교(像敎) 말법(末法)시대라

아름다운 새가 못난 새로 변하고

처마 앞 포도숲엔 가시넝쿨 뻗어가네.

용신은 슬퍼하고

왕신이 밖에서 비호하니,

기이한 꿈은 그의 뜻이 아니라.

둥글게 밝은 달 밀쳐내어

뒤엉킨 쑥대밭에서 벗어나길 원하니

바라건대 자금산에 돌아가

시원한 곳에 안치하리라

 

지금까지 온갖 복스런 그 모습

엄연하게 하늘과 사람에게 이르시니

아! 그 신통력 헤아릴 수 없어

우러러 절 올리며 눈물 흘리노라.

내, 시방을 살펴보니

마음 밖에 경계 없어

의타기성과 변계소집성을

자연히 떠났으니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은

‘유’도 아니요, ‘무’도 아니라

거울 속에 나타난 모습이

거울도 아니요 얼굴도 아닌 것 같네.

바라건대 이 삼매에 들어가

식심(識心)이 자연히 밝아져

시방의 국토에서

큰 불사 지으오리다.

대자대비 미륵존자시여! 머리 조아려 아뢰오니

저의 이 말을 증명해 주소서.

 

何人奇逸想  游戱浮漚間

以如幻之力  刻此栴檀像

坐令衆妙好  秀發千光中

天冠束紺髮  銖衣絡華髮

種種妙莊嚴  成此功德聚

當時億萬衆  感極則悲號

樓觀出談笑  秘護百寶攢

如登諸史天  如集龍華會

嗟乎像敎末  羽嘉成百烏

棘生薝蔔林  龍神爲悲動

王臣實外護  異夢非意思

願推明月輪  出此蓬勃煙

 

願回紫金山  安置淸凉處

至今百福像  儼然臨天人

神力吁莫測  拜瞻涕汍瀾

我諦觀十方  實無心外境

自然離依地  及與徧計執

卽今目所見  非有亦非無

如像現鏡中  非鏡亦非面

願入此三昧  識心自然明

於十方國土  而作大佛事

稽首大悲尊  證我如是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