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임간록林間錄

8. 소자화엄경게병서(小字華嚴經揭幷序)

쪽빛마루 2015. 1. 13. 07:51

8. 소자화엄경게병서(小字華嚴經揭幷序)

 

 벌들이 대들보 사이에 벌집을 지을 때면 먼저 끈끈하고 검은 진액으로 그 꼭지부터 단단히 묶고, 까치가 나뭇가지 끝에 둥지를 틀 때는 수백일만에야 완성되는 것이다. 저들에게 무슨 지혜가 있으랴마는 집을 짓는 오묘한 법화 차곡차곡 쌓아가는 노력은 마치 예술을 배우는 정신과 같지 않은가. 이는 그들의 밝은 신령과 막힘없는 불가사의(不可思議)함 힘에 의한 것이다. 날짐승의 몸을 받아 어두워졌으나 조금치도 어긋남 없이 완전한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으로서 사물에 응하고 말을 할 수 있는 인간이야 어떠하겠는가.

 예전에 인도 승려가 5천축국에서 중국에 와서 웅장하고 아름다운 진(晋)나라의 궁전을 궁전을 보고 경탄해 마지 않았다.

 “도솔천 내원궁(內院宮)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러나 내원궁은 도력으로 이루어졌고, 이 궁전은 중생의 업력으로 이루어졌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혼자서 웃었다. 그가 어떻게 알겠는가? 이 나라의 이와같은 오묘한 힘이 태허(太虛)에서 나와서 우주를 받아들이는 줄을, 그리고 천상 인간에 높다란 다락을 짓게 되리라는 것을.

 도인 서공(栖公)은 너무나 절박하고 협소한 세상을 가엾게 생각하여 자그마한 책자에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을 베껴 썼는데, 그 크기는 손바닥 위에 올려놓을 만큼 작았다. 그러나 책을 펼쳐보면 고물고물한 작은 글씨가 마치 개미가 기어가듯 하였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로세로 대각선으로 모두 반듯하여 지극히 오묘하였으니 주먹덩이만한 큰 글씨에 비하여 조금치도 손색이 없었다. 그리하여 이를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문을 메웠고, 모두가 “이제껏 이런 글씨는 없었다. 이 무위(無爲)의 공(功)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지 않으려나?”하며 경탄해 마지 않았다.

 이에 게송을 짓는 바이다.

 

내 듣자니 용수보살께서는

공양에 응하여 일찌기 사갈바다에 들어가

용궁에 티끌 같은 오묘한 글귀를

한차례 훑어보고 당장 외워

오천축과 중국에 널리 폈다 하니

들끊는 번뇌 가운데 감로의 문이로다.

 

도인 서공 그 후에 태어나서

용맹한 원력과 정밀한 생각으로

손바닥만한 종이에

십만 게(偈)의 대경(화엄경)을 베껴

자그마한 암자에서 외우시니

마치 용궁을 다시 뵈온 듯하네

 

보는 사람이야 종성의 차별이 있어서

사모함에 모두 다 다른 생각을 하나

자세히 살피라. 모름지기 진리에 있어서는

하나의 티끌 속에도

끝없이 오묘한 경전이 있음을

예전에 지혜로운 자가 이 티끌을 깨뜨려

시방세계 일체 중생에게 설법하기를

“티끌[塵]이라 이름하니 단공(斷空)이 아니요

깨뜨릴 수 있기에 실유(實有)도 아니라”하였네

이 두 글자의 오묘한 법문을 깨달으면

과연 일체 장경을 알게 되리니

비유하면 곤한 잠자리 잠깐 사이에

꿈 속에서 겪은 세월 또다시 몇 천년이라.

 

알았노라. 한 생각에 고금이 원만하고

진실의 경지에도 법 역시 그러하듯이

한 티끌의 미묘함을 헤아릴 길 없는데

낱낱이 티끌마다 그러하다는 사실을

제석천 인드라망 밝은 구슬은

자체가 찬란히 빛나 모두를 비춰주는데

한 구슬에 모든 구슬빛이 투영되어 있고

구슬 하나 하나는 다시 다른 구슬에 투영되는 것과 같네.

 

내, 지금 이 금강 귀절로

저 중생의 못난 생각을 쳐부수어

한낱 티끌 속에도 이 경이 있음을 깨닫게 하리

어찌하여 작은 책을 보고 이다지 놀라는가

저 산신령과 하수의 신에게 물어보오

각자마다 본원력 생각하리라

굳건하고 알뜰하게 간직하여서

사념으로 좀쓸지 않게 하시오.

 

수미산 꼭대기에 세찬 바람 불어서

대천세계 겁화(劫火)로 모두 태우면

이 경을 모든 곳에 널리 펼쳐서

맑게 볕쪼이면 제자리 얻게 하리니

현재의 우리 불자들 중에

이런 관을 짓는 자를 바른 관(觀)이라 이름하리라.

시방 부처님께 머리 조아리오니

국토마다 티끌마다 증명하소서.

 

我聞尊者龍勝師  應供會入娑竭海

龍宮微塵妙章句  目所一瞥輒能誦

流於五天及震旦  爲熱惱中甘露門

 

維道人栖出其後  願力猛利思精特

能於方冊紙墨間  書此大經十萬偈

誦於蝸舍巢庵中  了然如在龍宮見

 

觀者種性有差別  愛慕皆生殊異想

要當諦觀一塵中  亦有無邊妙經卷

昔有智人破此塵  十方世界一切說

以名塵故非斷空  而可破故非實有

了此兩字妙法門  亦攝一切契經海

譬如困臥俄頃際  夢中所歷驚千載

 

乃知一念圓古今  眞實際中法如是

一塵微妙不可測  當知一一塵亦然

譬如天帝網明珠  珠體瑩然俱照徹

一珠具足諸網珠  一一珠中同徧入

 

我今以此金剛句  壞滅彼衆下劣想

使悟塵中含此經  奚方冊中乃驚異

咨爾山君河樹神  各各當憶本願力

要當勇猛勤守護  勿令邪念輒蠧侵

 

毘藍風吹須彌盧  劫火梵燒大千界

爲攤此經一切處  使其凉曝各得所

我此現前佛子等  作此觀者名正觀

稽首十方調御師  刹刹塵塵爲作證